[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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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끝난 듯 끝나지 않았던 롯데그룹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26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6번째 경영권 표 대결을 벌일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과는 달리 이번만큼은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 안건을 제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동생에게 백기선언으로 해석되며 더 나아가 수년간 이어 온 롯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다만 앞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화해의 편지를 보냈지만 동생 신동빈 회장 측이 묵묵부답으로 응했던만큼 이번 주총이 끝나야 모든 것이 매듭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 조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7월께다. 창업주이자 총괄회장이던 신격호 명예회장이 고령으로 자연스레 후계구도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만 해도 롯데의 후계구도는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었다.

화해 제안.. 롯데측 "글쎄..."

신동빈 회장은 2015년 7월 15일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대표 선임 직후 "앞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받들어 한국과 일본의 롯데 사업을 모두 책임지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리더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10여 일 후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롯데 후계구도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일본 경제지 등이 롯데 내부 문제 및 의혹을 연이어 보도하면서 형제간 다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니혼게이자이 신문 보도를 보면 같은 달 27일 신격호 명예회장(당시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차남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포함한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이때 거동이 불편한 신격호 회장을 보필한 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었다.

이에 신동빈 회장 등 해임된 이사 6명은 해임 결정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불법적이라며 정식 이사회를 열고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이 일로 신동빈 회장이 자리를 되찾았지만 이때부터 가족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게다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때부터 정기, 임시 주총에서 총 5차례에 걸쳐 본인을 이사로 선임하고 신동빈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안건을 제출해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고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는 위법행위로 롯데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 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을 더 신뢰했다. 표 대결에서도 번번히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법정구속 된 후 일본 롯데홀딩스 공동대표직을 사임했지만 10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경영일선에 복귀하고 지난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 다시 선임돼 명실상부한 한일 롯데의 원톱에 올라섰다.그 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사업현장을 확대하고,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준공해 트럼프 대통령과도 면담한 바 있다.

이 같은 광폭 행보의 영향인지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5통의 편지를 보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편지의 주요 내용은 경영권 다툼을 멈추고 한ㆍ일 롯데의 분리를 통해 롯데그룹 경영 안정화를 찾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 초에는 설 명절 가족회동에 초대하는 편지를 보냈다. 롯데 신동주로서가 아닌 형 동주로서 초대하는 자리며 가족으로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에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 간의 정을 나눌 수 없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성북동 집(신동주 회장 자택)에서 열리는 설날 가족 모임에서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가족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롯데의 신동주로서가 아닌 동빈의 형 동주로서 초대하는 자리다”고 강조하며 “사업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며 가족끼리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 형제가 다툼을 계속 이어 나가며 아버지께 큰 심려를 끼치고 있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 다시 한 번 형제가 손 잡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효도가 될 것이다”며 형제 간 화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피력한 모습도 보였다.

롯데 측은 경영복귀를 노리는 명분쌓기로 의심하며 현재도 '진정성이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일본 롯데 매출은 4조원, 한국 롯데그룹의 매출은 100조 원이다.

오히려 신동빈 회장은 화해계약 대신 호텔롯데 상장 등을 통해 일본 영향력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6월말 주총 결과에 이목 집중

한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은 롯데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1대 주주인 광윤사(28.1%)의 지분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고 신동빈 회장 지분은 4%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영진 중심의 종업원지주회(27.8%)와 관계사(20.1%) 등은 경영능력이 검증된 신동빈 회장을 전폭 지지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원래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29일이었지만 26일로 앞당겼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주총 안건으로 ‘신동주의 이사 선임 건’ 만을 제안할 계획이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이번 주총에서 ‘신동주의 이사 선임 건’만 제안하는 것은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시도해온 ‘화해 제안’의 연장선에 있다"며 "6월 말 정기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화해 제안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답변을 계속 기다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감 중이어서 불참했던 신동빈 회장은 이번 주총 참석 을 위해 일본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진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소공동으로 복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잠실 롯데월드타워 생활을 접고 소공동 롯데호텔로 둥지를 옮긴다.

그동안 신 명예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30년 가까이 롯데호텔을 주거지 겸 집무실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2017년 롯데호텔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 명예회장의 거처를 놓고 충돌하자 법원은 신 명예회장 거처를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옮기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롯데호텔 신관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신 명예회장의 거처 문제가 불거졌다.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부친이 다시 소공동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신동빈 회장 측은 잠실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 가사 20단독 장은영 판사는 앞선 결정을 번복할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으므로 신 명예회장이 소공동 롯데호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신 명예회장은 롯데호텔 신관 34층으로 거쳐를 옮겼으며 1년 5개월만에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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