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차기 대통령선거가 1년 좀 넘게 남은 시점이다.
설욕을 다짐하며 절치부심했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지난 4년 가까이의 세월이 더없이 지루했을 수 있다. 반면 권력의 단맛을 마음껏 향유해온 입장에서는 주마등(走馬燈)같이 아주 짧고 아쉽게만 느껴지는 만끽과 도취의 계절이었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1년여에 대한 양측의 초조해진 체감격차는 가히 천당과 지옥으로 나뉠법한 것이다. 한쪽의 초조함은 물을 것도 없이 정권탈환을 안달해서이고 다른 한쪽은 자칫 날개 없는 추락을 우려하는 초조감일 테다.
때문에 어느 쪽도 지금 모든 걸 접고 민생문제에 매달릴 마음들이 솔직히 못될 것이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지지도가 1,2위를 굳히고 있는 현실이 여권의 애간장을 녹일 것이다. 자연히 민생은 물 건너가고 초토화돼버린 여권 지지세력 재건에 온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지 싶다. 현재 같은 분위기로 대선에 참패하더라도 최소한 의지해서 기댈 언덕이 있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러려면 확실한 ‘코드인사’ ‘보은인사’가 빼놓을 수없는 관점사항일 것이다. 인사권이 미치는 한 끝까지 챙겨주는 정치적 의리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임으로써 지리멸렬한 핵심조직의 재건과 부흥을 도모하겠다는 속내가 여실하다. 더 이상 민심 흐름을 기대할 것도 없겠지만 더 잃을 것도 없다는 판단을 한 이 정권이 오히려 언론의 비판이나 비난여론을 반기거나 이용하는 측면이 없잖아 보인다. 밀어붙이는 오기를 나타냄으로 보스체제의 충성심 부활을 노리는 것만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난 총선 때의 열린우리당 낙선자들을 그처럼 지역별로 골고루 찾아내어 낯 뜨거운 ‘낙하산 부대’의 별칭을 이룰 엄두는 못 냈을 것이다. 그렇게 지반 재건축을 꾀하고 나면 그럴듯한 대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속내 또한 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이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만 믿고 차기정권은 받아놓은 밥상으로 간주하는 상태다.
하긴 지금 봐서는 다음 대권은 한나라당의 성공적 경선여부에 달렸다는 생각이 보편타당한 것인지 모른다. 다만 경선과정에 큰 상처가 없어야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이는 서로의 상처를 들춰내거나, 줄 세우기를 시도하고 패거리의 난장판이 일어나는 따위의 자중지란 없는 경선 되기를 비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경선 조기과열이 우려돼 적전분란의 소지가 적지 않을 뿐더러 경선후의 당내 결속 문제가 미리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회창 전총재의 정계복귀 선언도 개운찮은 변수임에 틀림없다. 경선이 접전을 이루고 치열할수록 패한 쪽의 안타까움과 분함은 더하기 마련이다. “당신을 따르던 우리는 이제 어쩌란 말이냐”, “본선에는 틀림없이 우리가 이긴다”는 경선불복의 압박과 유혹을 이기고 달랠 준비가 부족하면 역사의 죄를 범하는 일이 또 생길 수도 있다.
이 땅에는 과거 김대중씨의 거듭했던 정계은퇴 번복행위나 이인제씨의 경선 불복사태 같은 스스로의 지독한 대통령병과 측근의 맹독(猛毒)이 함께 작동했던 명백한 역사가 도사리고 있어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의 양대 캠프가 유념해서 명심해야할 대목은 이 말고도 또 있다.
더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집권세력의 남은 임기 1년여이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여유 넘치는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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