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 경제가 꼭 그렇다. 우리 기업들의 ‘탈(脫)한국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반대로 외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썰물처럼 줄어들고 있다. 올 1분기에 우리나라를 빠져나간 해외직접투자액은 141억 달러를 돌파해 38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보다 45% 급증했으며, 그 중에서도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촉진 효과가 큰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은 140%나 늘어 전체의 41%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1분기 31억7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5.7% 줄었다.

이 같은 통계는 한국이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투자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 기업들의 ‘탈한국 원인’은 무엇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도입, OECD 7위의 높은 법인세 부담, 그리고 반시장·반기업·친노동 정책과 과도한 규제 탓이 크다.

이처럼 기업의 ‘탈한국’ 현상으로 우리나라 경제 기반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1분기 전체 투자 금액이 131조2000억 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8.5% 줄었으며, 제조업은 설비투자가 17.4%나 감소했다. 국내 투자 부진은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를 연목구어(緣木求魚)로 만든다.

지금 세계경제는 트럼프 발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의 여파가 거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은 속속 자국으로 투자 유턴을 감행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나홀로 이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1조3000억 달러에 그쳤지만, 한국은 거꾸로 크게 늘었다. ‘탈한국’ 현상에는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거나 국내 사업을 접고 해외로 투자 이민을 떠나는 중견·중소 기업인들이 많다. 올 1분기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액이 35억3500만 달러로, 이 기간 전체 해외 투자(141억1000만 달러)의 4분의 1에 달했다. 최근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덩어리 규제를 피해 외국에 둥지를 틀려는 ‘해외 망명형 투자’가 늘고 있다. 네이버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자본 유출로 2006∼2014년간 24만 개 ‘제조업 고급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대한상의는 2006∼2015년간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고용한 근로자는 약 109만 명인데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고용한 근로자는 겨우 7만2000명으로, 10년 동안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있고, 일자리가 있어야 우리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다. 정부는 사상 최대의 해외직접투자를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기업 수사와 압수 수색이 일상이 돼버린 나라에서 기업들이 투자의욕이 있을 수 있겠는가. 또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주말과 밤에도 쉴 새 없이 일해야 하는 업종이 한국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기업의 ‘탈한국’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기업활동의 중심축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기업이 해외로 떠난다는 건 자본뿐 아니라 일자리와 기술도 함께 빠져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향후 10년 이내에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현대경제연구소의 경고를 정부는 귓등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감소하고 소득 격차가 확대된 대표 사례로 한국을 지목했으며,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2018년 현재 65%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서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고 분석했는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반시장 정책과 반기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이념을 앞세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법인세 인하 등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 노조활동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다뤄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어설픈 추경편성은 해법이 될 수 없다. 기업들의 ‘엑서더스 코리아’ 움직임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한국경제의 위기는 가중되고, 마침내 국가쇠망으로 연결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