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한 지붕 세 가족’ 나누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중립지대 의원들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한다.
의원 숫자 면에서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전대표가 아주 표나게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것이 북한 핵실험 후 이명박 전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당내 세력분포는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선후보 경선을 6개월이나 남겨놓은 시점에 대선 주자별로 일찌감치 줄을 서는 이런 현상은 한나라당 후보경선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워낙이 여권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마당이니 “경선승리=본선승리”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당내 세력판도가 상대적 열세에 처한 손학규 전지사 측은 “줄 세우기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고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강재섭 대표가 나서 “당직자들의 마음고생이 심한 것 같다”며 “차라리 당과 내게 줄서라”고 할 정도다.
문제가 더 시끄럽고 심각해지는 것은 ‘오너’가 직접 의원들을 개별공략하고 있는 원인에서다. 의원들 가운데서 오너의 직접 러브콜을 거절케 되면 ‘두고 보자’는 미운털이 박힐 것 같아 두렵다는 표현을 숨기지 않는다. 다음 총선 때 무난히 공천 받으려면 알아서 줄 잘 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모양이다. 줄서기 양상에는 ‘양다리 걸치기’나 겉 속이 다른 ‘이중플레이’에 낮밤이 서로 다른 ‘박쥐형’까지 있다고 한다.
‘한나라 이전투구’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손 전지사 측의 날선 한나라당 비판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최근에는 이회창 전총재 팬클럽 ‘창사랑’이 이 전총재의 대선출마를 촉구하고 나섰다. 잘하면 한나라당이 ‘한 지붕 네 가족’까지 찢어질 공산마저 없지 않다. 이를 애타게 고대해온 세력들, 발톱내밀 시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만 같다.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한 북한 움직임도 틀림없이 형태를 드러낼 것이다. 내년 3,4월 남북 정상회담설이 솔솔 기어 나오는 것이 우연이 아닐 것이다. 李 , 朴 한나라 주자들을 겨냥한 정체모를 여권의 ‘영남후보론’이 띄워지고 ‘제3후보론’이 물밑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전투구가 절정에 도달할 무렵이면 싫어도 그 실체를 보게 될 것 같다.
국민 60%넘게 가 이 땅에 간첩이 많은데 안 잡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좌파정권에 대한 국민 불안심리를 극명하게 반영한 대목이다. 대개의 국민들은 ‘한나라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세력들이 어디쯤에 있는가를 모르지 않는다. 때문에 더욱 한나라당의 일거수일투족이 미덥지가 못하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40%대의 지금 한나라당 지지율은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을 향한 국민애증(愛憎)갈등의 표출일 수 있다. 90%의 국민이 이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임기 끝나는 날을 세고 있는 동안 얻어진 그 정도 반사적 지지는 기회만 되면 금방이라도 산산조각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한나라 이전투구’를 학수고대하는 세력들이 노리는 ‘초점’이다. 한나라당이 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당 장래는 거듭 절망을 남기게 될 뿐이다.
한나라당은 좌파 운동권 전술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정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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