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무총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사무총장은 총선에서 당연직 공천심사위원으로 위원장을 겸직할 정도의 막강한 자리다. 이 때문에 여의도에서는 평소 당뇨가 있었던 한 의원이 건강이 악화돼 사퇴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했다. 최근 잇따라 터진 욕설과 막말 파문이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선교 자진 사퇴의 진짜 이유를 취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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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처 욕설, 국회출입기자 걸레발언 당 지도부 왕따’,3重苦
- ‘독이 든 성배?’ 공천권 영향력 후임 비박계 인사들 군침

4선의 한선교 의원이 제1야당 사무총장직에서 지난 17일 자진 사퇴했다. 건강상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 사퇴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단 건강상의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었지만 직을 수행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췌장암이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는 게 의원실의 입장이다.

두 번째는 지난 3일 한국당을 취재중인 국회출입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이라는 막말을 꼽았다. 당시 취재 중이던 국회출입기자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한 의원은 기자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말이라고 사과 대신 해명을 했다.

황교안 대표가 막말에 경고를 내린 지 4일 만에 터진 사건으로 본보기라는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발언부터 정용기 정책의장 김정은이 문재인보다 낫다’, 민경욱 대변인의 헝가리 유람선 자국민 참사를 두고 골든타임 3이라는 발언도 논란이 됐지만 모두 직을 유지하고 있어 막말논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사무처 직원과 총선 악연이 화근(禍根)?

한국당에 정통한 한 인사는 막말이나 건강 때문이기 보다는 한국당 사무처 직원 욕설 파문으로 드러난 구원과 조직적인 왕따, 이에 내놓은 위원회와 사무처 조직개편안에 대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모두 수용하지 않자 스스로 자진 사퇴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지난 57일 오전 당 사무처 당직자에게 욕설이 섞인 폭언을 해 사무처 노조와 각을 세우고 있었다. 한 의원은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의 전국 순회일정을 포함한 당무 현안을 보고 받던 중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며 “xxx, x같은 놈이라고 하며 언성을 높였고, 사무처 당사자는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잠적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무총장이 사무처 직원에 대해 욕설을 하자 한국당 사무처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해 사무총장을 즉각 당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노조는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당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 의원은 사무처 직원에게 공개 사과도 안 했고 윤리위에도 회부되지 않았다.

한국당 전 사무처 직원은 한 의원이 사무처 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에 대해 사무처 직원과 구원이 있다고 소개했다. 내용인즉 한 의원이 지역구 용인을(, 용인병)에 첫 도전을 벌인 17대 총선에 단수공천이 유력해지자 공천 신청을 한 조모씨가 지역 여론을 무시한 정치코미디라며 공천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조모씨는 사무처 당직자였다.

한 의원은 금배지를 달았지만 이때부터 사무처 직원에 대한 앙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모씨는 18대 총선에서도 사무처 직원 신분(국회1급 정책연구위원)으로 재차 한 의원 지역구인 용인을에 공천심사를 해 그를 괴롭혔다.

특히 19대 총선에서는 친박대학살 공천이 벌어져 낙천한 한 의원은 김무성, 김태환, 이해봉, 유기준, 이경재, 최구식, 이인기 의원 등과 함께 탈당해 친박 무소속 연대로 나와 당선됐다. 재선이 된 이후 한 의원은 사무처 직원들에게 사무처 직원이 일은 안하고 정치만 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무처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그가 당 사무총장으로 온 셈이다. 17대부터 쌓인 앙금이 회의실에서 직원에게 욕설과 함께 폭언으로 비화했다는 게 전 한국당 사무처 직원의 해석이다.

결국 욕설 파문 이후 사과도 하지 않고 윤리위에도 회부되지 않자 사무처에서는 사무총장 일정을 국회출입기자들에게 보내지 않는 등 왕따를 시키기 시작했다. 이에 한 의원은 당 지도부에 위원회 구성과 사무처 조직개편안을 묶어서 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모두 이를 거절하자 한 의원은 사실상 6월경부터 공식회의에 불참하면서 사퇴설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 의원은 자진 사퇴하기 전인 지난 10일과 13일 열린 최고위원회에 불참했다. 특히 10일 열린 실무국장 회의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참석하지 않아 전략기획부총장인 추경호 의원이 회의를 주재했다.

결국 한 의원은 당 지도부와 사무처 직원들의 왕따와 황 대표의 무관심으로 자진사퇴하게 됐다는 게 이 전직 한국당 사무처 직원의 설명이다. 특히 한 의원은 성균관대 2년 선배인 황 대표에게 실망을 크게 느꼈다는 후문이다.

한 의원은 황교안 대표가 당대표 출마한 1월 말에 책임당원이 아니다며 자격논란이 일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불출마를 종용할 당시 상임전국위·전국위 의장으로서 당헌·당규 유권해석을 통해 출마 자격이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 의원의 주장대로 당 선관위는 책임당원으로 인정해 황 대표가 출마할 수 있었고 당 대표직에 오를 수 있었다. 이에 황 대표가 1호 당직자로 한 의원을 사무총장직에 임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친박계 진자리비박계 강석호.이진복 유력

한편 황 대표가 친박계보다는 친황계와 비박계를 끌어안고 친박계를 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원조 친박으로 알려진 게 한 의원이다. 한 의원이 사퇴하기전 역시 원조 친박인 홍문종 의원은 탈당해 대한애국당으로 입당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친박계에 대한 내치기로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한국당 사무총장 자리는 평소에 조직과 인사권에 재정권까지 갖고 있고 내년에 있을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요직이다. 과거 친박계 대학살이 벌어졌던 18대 총선에서는 비박계 이방호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아 진두진휘했고 19대 총선에서는 친박계 권영세 사무총장, 20대에서는 이한구-황진하 체제로 비박계 공천 대학살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원조친박의 한선교 후임으로 비박계 인사가 사무총장직을 맡을 경우 친박계 공천 대학살이 벌어질 공산이 높다. 현재 거론되는 비박계 인사로는 강석호, 이진복 의원이 유력한데 친박계에서는 김재원, 김태흠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중립형으로 이명수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가 친박계인 한 의원을 내친 자리에 비박계 인사가 들어올 경우 친박계의 도미노 탈당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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