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文 정부 ‘적폐청산’ 선봉장 될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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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를 훌륭하게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문 정부 2번 째 검찰총장을 내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 역사에 없던 파격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 후보자가 현임 문무일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에서 5년이나 후배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오르면 무려 5기수를 건너뛰는 것은 물론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31년 만에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 수장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된다. 검찰이 기수나 서열을 중요시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기 드문 파격 인사임이 분명하다.

검찰 개혁 의지 다시 한 번 드러낸 정부
“코드 인사”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윤석열 지검장 총장 후보 지명에 검찰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고 있다. 검찰에는 후배 기수가 총장직에 오르면 선배는 옷을 벗는 ‘용퇴’ 관례가 남아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용퇴’ 대상은 문무일 검찰총장 1년 후배인 사법연수원 19기부터 윤 지검장 윗 기수인 22기까지 무려 41명에 달한다.


단기간에 40명이 넘는 수뇌부급 인사가 이탈하게 되면 조직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 고검장 승진 자리와 법무부 차관직 등의 인사는 남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고검장급 이상 자리의 경우에도 숫자가 한정돼 있어 절반 이상은 자리를 떠나야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검찰에 대한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청와대 역시 내정 배경으로 ‘조직쇄신’을 직접 언급하며 윤 후보자 지명에 담긴 속내를 드러냈다.

윤석열 검사는 누구?

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 4월 18일,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돼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2016년 12월 1일에는 일명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박영수 특별검사로부터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지명돼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윤 후보자는 최순실 특검 수사기간이 끝난 뒤에도 파견검사로 남아 재판까지 책임졌다. 1심에서 영재센터와 정유라 승마 지원이 뇌물죄임을 인정받는 데 성공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윤 후보자는 현 정부의 ‘국정농단 수사’와 ‘적폐청산’의 최전방에 서있는 선봉장인 것이다.

‘적폐 청산’ vs ‘코드 인사 적폐’

청와대가 ‘조직쇄신’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해가며 윤 후보자를 지명한 뜻은 명확하다. 문 정부에서 추진해 오던 ‘적폐 수사’와 ‘검찰 개혁’을 중단하지 않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며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고 검찰을 개혁하는 데 적합한 인사”라며 윤 후보자를 지명을 적극 옹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 지명이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검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려는 음흉한 계략”이라고 이번 지명을 비판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도 “윤 지검장은 야권 인사를 향한 강압적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자신이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며 “그러던 그가 이제 검찰총장의 옷으로 갈아입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코드 인사 중 가장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면서 “독선적 적폐청산을 지속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받들 인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치 보복성 행태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도이자 의지의 투영”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민 사이에서도 윤 후보자 지명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1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자 지명에 대해 긍정평가를 한 이들의 비율은 49.9%였다. 부정적인 응답은 35.6%였다. 민주당 지지층 87.4%가 지지를 보낸 반면 한국당 지지층은 85.7%가 부정평가를 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정치 성향에 따라 윤 후보자 지명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상황인 것이다.

‘수사권·재산’…험로 예상되는 청문회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윤 후보자 지명을) 청문회에서 저지해야 한다”고 칼날 검증을 예고했다. 치열한 검증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쟁점은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윤 후보자의 입장 확인이다. ‘특수통’인 윤 후보자가 평소 수사권 조정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평소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또 65억9000만 원에 이르러 법무, 검찰 고위직 중 가장 많은 재산의 형성 과정 역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윤 후보자는 현재 서울 서초구에 12억 원 상당의 복합 건물과 경기 양평군의 2억 원 상당 토지, 예금 약 49억7000만 원을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까지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18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후보자에 대한 정부인사발령안을 심의, 의결했다. 청와대가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면 국회는 20일 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20일 내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열흘 연장된다. 파행이 이어지면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다.

‘수사권 조정’ 실현되나

검찰은 지금까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권한을 부여하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현임 문 총장은 지난달 해외 출장에서 조기 귀국해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윤 후보자가 검찰 내부의 볼멘소리를 얼마냐 다독일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자 역시 검찰 수장으로서 조직의 입장과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몰고 온 그가 검찰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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