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당대표의 내년 총선공천제도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정치 신인에게는 가점을, 현역에게는 의정활동 평가를 통해 하위 25%에 포함될 경우 감점 20%를 공천심사와 경선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현역은 경선을 원칙으로 하되 전략공천은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잡음을 최소화하고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공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정치 신인 중 여성·청년·장애에게는 최대 25%를 더해주기로 했다. 선출직을 중도사퇴해 출마할 경우 감점을 30%로 주고, 경선불복, 탈당, 제명 징계 경력자의 경우 감점을 25%로 했다.

언뜻 보면 민주당 공천결과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태세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뛰는 정치 신인, 특히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의 하소연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가감점이 득표율에 20%라는 점에서 감점 없는 현역과 득표 차를 두 자릿 수 이상 벌리지 않을 경우 승리하기 힘든 구조다.

또한 정치신인이자 여성·장애·청년이라도 각각 합산해 가점을 받는 게 아니라 높은 점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나마 해 볼 만한 게 하위 25%에 포함돼 감점을 받은 현역과 가점을 받은 정치 신인이 경선에서 붙는 경우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드물 뿐만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경선룰이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로 현역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인지도와 조직에서 정치 신인이 현역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만을 표출하자니 공천권을 갖고 있는 당권파의 눈치가 보이고 가만히 있자니 결과는 불 보듯 훤하다.

청와대 출신 중 전 의원, 전 기초단체장을 제외한 총선 출마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있을 때 힘이 있지 나오면 지역에서 정치 신인이다. 특히 8월에 나오는 정치 신인의 경우 당원모집도 공개적으로 못하고 있다. 당연히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으로 있는 험지로 출마해야 한다.

결국 이 대표의 ‘시스템 공천’, ‘투명한 공천’, ‘상향식 공천’의 이면에는 ‘인위적 현역 물갈이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 대표는 공천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이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하에서 ‘전략공천’이라는 명분으로 컷오프의 수모를 당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 복당했지만 앙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대표의 공천 탈락의 아픈 기억과 현역 의원들의 경쟁력을 앞세운 ‘기득권 지키기’의 합작품이 현행 총선공천제도를 낳게 만들었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자유한국당이 40% 이상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 경우 민주당 역시 현역 교체 폭을 넓힐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이 정권심판론으로 흐를 공산인 높은 상황에서 역대 최소 물갈이는 국민들에게 집권여당이 ‘오만해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뒤늦게 전략공천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전과기록이나 비리혐의를 들어 인위적인 현역 물갈이를 시도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는 이제라도 정치 신인들이 현역과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천룰과 경선룰을 제공해야 한다.

최소한 경선 1회 참여자는 정치 신인으로 인정해야 한다. 청와대 경력으로 인지도를 쌓은 몇몇 친문인사들만 여의도 입성이 가능하고 몇 년간 지역민에게 봉사하고 출마를 준비해 온 인사들은 물을 먹는 현 공천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투명한 공천’,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 민주당 역대 공천과정에서 최소한 물갈이가 돼 최악의 총선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국장 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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