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공안검사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에 재미를 붙이니 거침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답보상태이고, 여당도 내년 총선에 대한 확실한 비전 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고, 다른 야당들은 생존을 위한 당내 힘겨루기가 한창인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활약상이 눈부시다.

종횡무진 정치의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그를 보면,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그래서였던가? 그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 사회의 금기와도 같은 차별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산지역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 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 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그러한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그의 발언은 나가도 상당히 많이 나간 발언이다. 그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검사 출신에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했다는 사실에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는 이유다.

황교안 대표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정쟁이라고 치부할지는 몰라도 이 발언에 대한 비판만큼은 당연히 황교안 대표가 수긍하고 수용하는 것이 옳은 처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는 달랐다. 20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는, “제가 기업과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외국인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더니 일부에선 차별이니 혐오니 정말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고 있다”, “제 이야기의 본질은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황 대표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대한 발언은 일터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야당 대표 공격을 위한 열정의 반만이라도 경제 살리는 데 쏟으시라”고 했다. 위기국면에서 언제나 활용되는 정쟁을 위한 정쟁의 논평이었다.

지금의 황교안 대표에게 외국인 차별,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근로기준법,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등을 들추는 것은 사치다. 외국인에게 차등임금을 지불하면 우리 국민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발언 또한 ‘도긴개긴’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황교안 대표는 차기 대선후보적합도 조사에서 보수후보들 중에서는 압도적 1위이고,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전체 후보들 중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와 쌍벽을 이루면서 1, 2위 다툼을 하고 있다. 즉,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발언에서는 도무지 대선후보적합도 조사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사람의 품격을 발견할 수 없다. 우리가 그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거친 ‘보스의 품격’아 아니라 따뜻한 ‘보수의 품격’이다.

황교안 대표의 거친 발언이 계속될수록 정부여당은 다음 대선에서의 승리를 자신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정부 정책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결국 그러한 정책의 실패에 대한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황교안 대표의 절제된 언행이 필요한 것은 그의 대선가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함이다. 황교안 대표에게 묻는다. “황교안 대표님, 당신은 무엇을 위한 어떤 준비가 되어 있나요?”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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