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교수
조성진 교수

올해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될 것이라 한다. 물론 미국의 예보라서 국내 기후와는 좀 다를 수도 있을 것이고 필자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탈원전이 주장되고 원자력 발전소가 예년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지난 2, 필자는 이상기후가 생길 때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한국 전력거래소의 실시간 전력 수급현황을 모니터링했다.

자칫하면 전국적 블랙아웃을 일으킬 수도 있는 전력 부족 난국을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타개해 갈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지난 2년간은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하지 못한 전력의 상당량을 LNG를 태워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만든 전기로 충당하였다.

다른 연료에 비해 상당한 고가인 LNG는 전량 장기 계약에 의해 수입되고 있으므로, 필요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LNG도 화석연료이므로 연소 시 막대한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생산한다. 비교할 수 없는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도 만들지 않는 멀쩡한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고, LNG와 이제는 중국에서조차 유통이 금지된 중국산 저효율 태양광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은 정말 이해가 안되는 일이며, 미래 세대에게는 재앙적 문제인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하려고 하는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인가? 원자력 에너지에 관한 기초적 지식도 갖추지 못한 인사들의 혹세무민하는 주장을 수용하여 이룰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세계 일류의 원자력기술과 산업 생태계의 철저한 파괴로 인하여, 눈에 보이는 것만 따져도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익의 손실을 무릅쓰면서까지 급하게 처리해야할 사안인가?

4.5%
로 농축된 우라늄을 연료로하는 원자로가 원자폭탄처럼 폭발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북한과 이란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기를 쓰고 90%이상의 농축우라늄을 제조하려다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 이유를 도대체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필자는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원자핵 물리학을 전공하였고 1983년 이래 지금까지 물리학과 및 에너지과학과에서 핵물리학, 방사선학, 에너지저장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및 실험과목을 36년째 강의하고 있다.

원자핵물리학 및 응용, 수소에너지 그리고 CIGS (CuInxGa(1-x)Se2) 등 박막 태양전지 및 유기물 태양전지를 연구하였으며, 국외에서 태양광 발전소의 설치 및 계통 연계에 관여하였고 2메가와트급 풍력 발전기의 제작 및 설치에도 참여한 바 있다.


또한 201610월부터 20187월까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의 비상임이사로서 재직하는 동안, 원자력 및 신재생 에너지에 관한 강의 경험과 연구 결과에 의거하여, 이사회에서 20177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에 반대하였고 또한 20186월 월성 1호기의 폐로에도 반대하였으며 곧바로 비상임 이사직에서 사퇴하였다.

이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필자가 지적한 거의 모든 일들이 안타깝게도 이제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전력망의 계통연계 문제가 표면에 드러났으며 저효율 태양광업자들의 부도덕함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란에 의한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에 따른 석유 및 LNG 수송망의 위협 같은 에너지 안보에 관한 우려가 현실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무엇보다 치명적인 문제인 원전 생태계의 붕괴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전문가 부재로 인한 원자로 안전 운용에 대한 위기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의 경쟁 모델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밝혀진 국산 원자로 APR1400,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집중된 것이다. 그동안 이 독보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연구원들의 노고와 막대한 예산 그리고 이 원자로를 수출하여 얻을 수 있는 천문학적 기대 수익을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우리 모두는 전기를 마치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전기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한다는 포장을 하면 참 매력적으로 보이고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이것은 완전한 허구이며 과대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방영된 여러 프로그램을 유심히 본 독자들은 잘 알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목매다는 사람들이 왜 이런 주장을 하였는지. 왜 환경론자라는 사람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를. 그것은 바로 이렇게 포장된 사업들이 그들에게 경제적 풍요를 주고 권력에 기생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효율 태양전지나 친환경적 풍력발전기는 아주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은 이 에너지원은 간헐적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며, 안전한 에너지 저장 장치와 대단히 안정적이며 저비용의 기저 전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LNG를 이용하여 생산하려면 연료값으로만 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월성1호기와 똑같은 원자로를 캐나다에서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기간보다 20년씩 연장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원자로인 가압경수형 원자로도 60년 정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우라늄이나 토륨 등의 방사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에너지 생산 기술인 인공핵융합 연구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자들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 연구의 과정에서 제안된 하이브리드 원자로나 SFR (Sodium-cooled fast reactor: 소듐 냉각 고속 원자로) 등의 기술을 적용하면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의 총량을 대폭 줄인다던지 장반감기 동위원소를 비교적 단기간에 안정화되는 동위원소로 바꾸는 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론 이 기술들에 대해 경제성을 따지거나 국제 관계를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탈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에 비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용 후 핵연료의 위해성을 문제 삼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 수단인 차세대 원자력 기술 개발을 억압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중단하기를 권한다<조성진 경성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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