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안 있으면 2007년, 이 땅 차기 대통령선거 해를 맞이한다. 집권당이 임기도 끝내기 전에 당을 깨고 통합신당 만들자는 쪽과 당 간판을 지키자는 쪽으로 선명하게 나뉘어졌다.
지난 4년간 끽소리 없이 호흡 맞추고 손발 척척 맞던 사람들이 대통령 임기 마지막 1년 앞두고 저같이 만들어지는 정치공학이 놀랍고 신기하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고육책이 앞으로 더 어떤 양상으로까지 발전될 수 있을지 꼭 안개 속 같은 느낌이다. 모르긴 해도 여권상층부 머릿속을 꽉 메우고 있는 한 가지 통일된 생각이 양쪽 분란을 더욱 북돋우게 하지 않는가싶다.
그들 머릿속 한가운데 몽매에도 잊지 못할 5년 전의 추억, 그러니까 2002년 대선 1년 앞둔 시점에서의 노무현 후보 지지율은 단 몇%를 넘지 못하는 것이었다. 1위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과반에 가까웠을 때 말이다. 그랬던 판세가 1년 사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뒤집어졌는지는 온 세상이 다 안다. 그때의 ‘재미’를 어째 잊겠는가, 어쩌면 지금의 이명박 1위 지지율을 그들은 가을바람 앞의 낙엽정도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386최측근으로 알려진 안희정씨가 노 대통령 ‘당선4돌’기념행사에 나와 “태풍은 눈이 없으면 태풍이 아니다”라며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노 대통령 비판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태풍의 눈을 자꾸 건드리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또 “낡은 정치와의 싸움이 마지막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마지막은 우리 스스로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태풍의 눈만 살아있으면 바람이 커지는 것은 순식간으로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혹 어디선가에서 태풍 만들 준비가 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징병제 폐지’카드로 대선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의 주장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3선의 안 의원은 이정권내에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어 젊은 층과 그 가족들을 열광시켜 대선판도를 일거에 뒤집어놓을 수 있는 대선 히든카드로서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한나라당 홈페이지를 통해 “이는 한반도 평화의 이름으로 젊은 층을 매혹시키고 그 가족과 부동층을 사로잡으면서 좌파세력의 표를 블랙홀처럼 끌어들여 열세의 선거 판세를 뒤집으려는 계획”이라며 “한나라당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4년여 전 설익은 수도권 이전 공약이 충청권 유권자들의 감성을 어느 정도로 파고들었었는지를 짐작 못하지 않을 것이다. 뿐더러 조직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이 작동시킨 태풍 위력을 기억 못 할리도 없다.
그럼 현실의 국민지지도 1위는 언제 꺼질지 모를 수면위의 거품 높이일 수 있다는 자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가까스로 마련된 지반을 떠내려 보내지 않으려면 태풍을 삼킬만한 제방 마련이 급하게 됐다. 새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한나라당은 견고한 제방 공사에 당력을 결집해야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공법(工法)은 스스로 생각할 몫이다.
지금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각개약진은 이 정권 마지막 1년의 ‘승부수’에 의해 일거에 침몰될 수 있을 것 같은 음험한 기운이 감도는 계절이다. 벌써부터 시중엔 갖가지 ‘대선괴담’이 나돌고 있다. 건설적 정치경험은 없어도 항쟁에는 익숙했던 이 정권 사람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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