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아이콘 손흥민의 영국 생활을 다룬 TV 프로그램이 화제다. 금요일 늦은 밤에 시작되는 프로그램은 불금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송은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손흥민의 사생활이 그대로 방송되는데, 다른 20대 청년들과 별 차이 없는 손흥민의 평범한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령 축구가 없는 날에 옷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한다거나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는 모습, 영국의 도심을 걸으며 기분을 전환하는 모습들이 무척 친근하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최정상의 선수로서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을 때는 필자의 눈시울도 촉촉해졌다.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거나 결정적인 기회를 놓쳐버렸을 때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룬다는 손흥민이 얼마나 큰 압박감을 받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제 활약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행복해 하는 걸 몸소 느끼는 것 같다. 응원 많이 해주시는 게 행복하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 더 많이 웃으면서 축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필자가 손흥민의 인터뷰에서 눈여겨본 대목이 바로 더 많이 웃으면서 축구를 해야겠다.”라는 부분이다. 소속팀의 핵심 공격수이자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서 엄청난 심리적 무게감을 가질 텐데도 손흥민은 오히려 웃으면서, 기분 좋게 축구를 하겠다고 하니 세계적인 선수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손흥민은 늘 웃으면서 기분 좋게 경기를 뛴다. 최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손흥민은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웃으면서 기분 좋은 모습을 보였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필자는 손흥민이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며 월드스타로 인정받게 된 이유가 바로 기분 좋은 상태로 경기에 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자신의 육체적 기량과 잠재력이 극대화되면서 한 차원 높은 선수로 거듭나게 된다.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플레이나 기술들이 좋은 기분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실제로 운동선수든 일반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나 학생이든 기분이 좋을 때는 날아갈 것 같은 홀가분함과 활력, 열정,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느낌과 어울리는 재능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많은 운동선수들이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시각화를 통해 승리의 기쁨이라는 최상의 기분을 만끽하는데 그 효과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프로야구에서도 타석에서 기분이 나쁜지 잔뜩 인상을 쓰거나 긴장한 선수보다 여유가 있으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K-POP 스타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유엔에서 자신을 사랑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는데, 이 역시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때 느껴지는 좋은 기분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으란 뜻이 아닐까?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할수록 자신만의 재능이 사라지기 때문에 식물의 성장을 위해 거름을 주듯 우리는 스스로에게도 사랑이라는 거름을 줘야 한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는데 좋은 기분을 느낄 때 그 일을 즐겁게 하면서 영혼을 바치게 된다. 그러면 그 일이 마치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CEO들도 좋은 기분이 최상의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패션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그랬고 영국의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도 그랬다.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도 나는 골치 아프고 힘든 일이 잔뜩 있을 때는 그 일이 해결되었을 때의 기쁨을 생각하면서 출근한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지훈 기자가 쓴 <혼창통>에 나오는 이야기다. 좋은 기분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꽃 피우게 하면서 성공에 이르도록 하는 최적의 상태이다. 파헬벨의캐논을 들으며 좋은 기분을 마음껏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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