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홍준철 편집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5.9대선에서 지방분권강화차원에서 17개 시도 광역단체장과 2국무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그해 12월 전국 광역단체장과 간담회장에서 문 대통령은 2국무회의 신설은 개헌 사안으로 간담회 형식으로 정례화하자고 뜻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제2국무회의 공약은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 참석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청와대에 제출해 최근 청와대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이 문제가 재차 수면 위로 부상했다.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침묵하고 있지만 곤혹스런 분위기다. 경기도에 이어 인천과 경남도까지 나서 국무회의 참석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재명, 박원순, 김경수 등이 국무회의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국무회의가 자칫 차기 예비 대권주자들의 경연장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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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국무회의 설치 유야무야이재명, 국무회의 참석 요구박원순 곤혹
- 청와대 ‘OK 했다’... 국무회의장 대권 주자 경연장 우려’...‘시간 끌기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2국무회의 신설은 개헌과 맞물려 사실상 이행이 힘든 상태다. 지방분권 강화 차원에서 개헌을 하고 더불어 제2국무회의 신설을 약속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개헌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대안으로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담회를 분기에 한 차례씩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81차 민선 7기 시도지사 간담회 이후 만남은 없는 상황이다. 이전 행정안전부 역시 정례화를 위한 법률안을 준비하기도 했다. 20176월 대통령과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를 정례화할 수 있는 법률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 또한 유야무야됐다.

2국무회의 개헌 전 불가능 정례화도 안갯속

그 배경은 여러 지방단체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권한과 위상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시도지사협의회는 발언권이 아닌 의결권을 요구하고 있다. 의결권이 없는 간담회는 대통령 자문기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개헌하지 않는 이상 의결권을 주거나 심의결과가 구속력을 갖도록 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국무회의라는 명칭도 개헌하기 전까지는 쓸 수 없다.

또한 시도지사협의회를 제외한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가 도지사들만 참여하는 것에 강한 불만도 가지고 있어 지지부진한 원인이 됐다. 여기에 17개시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까지 2국무회의처럼 교육국무회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거들고 나서면서 단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추진이 난망한 상태다.

시도지사와 대통령 간 2국무회의가 지지부진하고 정례화도 힘들게 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나섰다. 이 지사는 4월 청와대에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배석을 건의했다. 이 지사는 현행처럼 국무회의에 유일하게 참석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들며 국무회의 규정 개정을 통해 경기도지사도 국무회의 배석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국무회의 규정81(배석 등)에는 서울시장은 배석자로 명시돼 있으나 다른 광역단체장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의장(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한 이 지사는 국가 주요 정책 심의 시 지자체 의견이 배제되고 중앙·지방 간 갈등으로 정책 집행에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점과 제2국무회의가 지차제 의견수렴 창구로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청와대는 518일 이 지사에게 국무회의 배석을 통보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당시 광주광역시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만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지사에게 국무회의 참석과 관련한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기도지사뿐만 아니라 지역과 관련한 안건이 국무회의에 올라오면 해당 지역 지자체장도 참석할 수 있도록 하자고 동의했다. 조건은 사안별로 부정기적으로 시도지사 광역단체장들을 배석시키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배석한다고 해도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의결권은 없고 발언권만 가지게 된다.

이재명 국무회의 배석 딜레마에 빠지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지사의 건의가 있은 후 한 달이 지난 후 배석 방침을 밝혔지만 또 한 달이 지나도록 청와대는 시행할 의지를 보이질 않고 있다. 이에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618일 논평을 내고 회의 배석을 허락받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경기 지역 현안을 다룬 회의뿐 아니라 향후 일정도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를 향해 이재명 지사의 국무회의 참석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민주당은 현재 국무회의 위원은 국무회의 규정 제 81항에 의거 서울시장을 비롯한 정부부처 각료 위주로 구성돼 있다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이 당연시되는 만큼 서울시와 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참석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인구가 1300만 명을 넘는 경기도가 전국 최대 광역단체로서 주거, 교통, 환경, 산업 등 국가 중요정책의 대부분이 집행되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경기도는 남북접경지로서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한 중요한 전초기지 역할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 속내는 복잡하다. 배석 방침을 세운 것은 대통령의 공약 사안이고 경기도가 인구나 예산에서 서울시에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사를 국무회의에 참석시킬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불어 차기 대권 주자들의 경연장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도 깔려 있다.

박 시장은 이미 문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하지만 홀대를 당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지난 5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서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가 끝날 때쯤이면 꼭 박 시장 할 말씀 없으세요?’라고 물어본다나는 사실 별로 관계가 없어서 가만히 있긴 했는데 사실 말하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그런데 늘 묻는 타이밍이 거의 회의가 끝날 때라 그 자리에서 심각한 이야길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따로 불러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 대통령이 박 시장 시간 있나요? 한 시간만 얘기합시다혹은 일과 다 끝났어요? 맥주 한잔 할까요?’라고 불러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국무회의에서 박 시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제가 적은 데다 할 말 있어도 분위기상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기자간담회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그 이후 문 대통령이 박 시장의 요청을 받아줘 따로 독대하거나 맥주 한잔 했다는 언론보도는 없었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나홀로 짝사랑으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가 만약 국무회의에 참석한다면 박 시장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일치된 추측이다. 이미 이 지사는 문 대통령과 지난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끝까지 완주해 3위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친문 지지들과 치열하게 맞선 경험이 있다.

또한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경선에서도 친문 최측근으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과 경선을 벌여 재차 친문 지지층과 충돌했다. 급기야 혜경궁 김씨수사 과정에서는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문제를 꺼내들 정도로 싸움의 기술자이자 승부사.

청와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이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 15~30명이 참석한다. 1회로 화요일 오전 10시에 개최된다. 서울시장이 참석한 계기는 지자체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2008년부터 참석해 왔다.

국가의 주요 정책과 안건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배석 자체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책 현안에 대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고 해당 지자체 현안이 올라올 경우 적극 해명하고 입장을 반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잠룡군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의 주목도는 더 높아질 공산이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지사의 국무회의 배석제안이나 청와대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박 시장이 개입할 여지가 없긴 하지만 속으로는 현실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이 지사가 국무회의에서 도발할 경우 박 시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시장뿐만 아니라 수도권 박남춘 인천시장과 김경수 지사의 경남도 역시 국무회의 배석 논란에 끼여들었다. 박 인천시장의 경우 대표적인 친문 인사이고 김 지사는 친노.친문 적통을 잇는 차세대 대권주자였지만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아 대권가도에 빨간등이 켜진 상황이다.

비문 이재명 도발에 김경수·박남춘 물타기

이 지사에 이어 인천시는 지역정가와 시민들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지역지를 통해 인천시는 국무회의 참석 자격 자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여론전에 돌입했다.

인천일보는 528일 자 국무회의, 인천 자리는 없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300만 도시 인천의 경우 바이오산업 활성화 등 여러 현안들이 국가 정책과 맞물려 있는 만큼 주요 광역도시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 중이다라며 인천시 등 다른 광역단체장은 배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도가 제안한 배석 요구 검토서에 인구 500만 이상 지자체의 참석 필요성이 담겨 있어 서울과 경기도만 참석이 가능하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천시가 나서자 경남도도 여론전에 돌입했다. 경남매일신문(2019.0603일자)국무회의 지방 홀대론 경남도 등 패싱 안 돼라는 제목으로 경기도에 이어 인천시도 참석 여론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의 멘트를 활용해 서울시장에게만 참여권을 부여한 것은 중앙 집권적 사고라며 경기도와 인천까지 참여할 경우 수도권만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지방 홀대론까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이 인사는 2 국무회의 정례적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경남도는 인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지역 배제 또는 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 광역단체가 참여하는 2의 국무회의 운영의 정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지역 신문은 인천지역의 여론을 들어 인구 300만 이상으로 할 경우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해 경남도, 부산, 인천 등이 포함돼 보다 다양한 지역의 목소리가 국가 주요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재명 발 국무회의 배석 건의가 서울시를 비롯해 인천을 거쳐 경남도까지 논란이 커지면서 오히려 안심하는 곳은 청와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 지사의 제안에 명분이 있어 사안별 배석이라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실제로 이 지사가 참여할 경우 앞서 언급했듯이 청와대내에서 차기 대권주자들 간 대권 과열 조짐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그리고 장관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 밖에서 잠룡들 간 서로 다투는 것도 현직 대통령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일인데 목전에서 목도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박남춘 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역지를 통해 물 타기를 하면서 청와대의 답답한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이재명 지사만 배석시킬 경우 다른 광역단체장과 형평성 문제를 들어 현 국무회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지사의 반발이 있을 경우 경남도의 입장을 수용, 내년 총선 이후 지방분권과 더불어 개헌을 통해 2국무회의신설을 재차 추진할 수도 있다.

한편 이 지사가 선거법과 직권남용 혐의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큰 꿈을 위한 행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술 한잔 기울이며 친밀감을 과시한 바 있다.

여기에 지금은 대권 날개가 꺾인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제2국무회의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재명, 박원순, 김경수로 이어지는 차기 대권 주자들의 국무회의를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수도권 총선 출마자, “이재명이냐 박원순이냐

특히 이 지사와 박 시장의 경우 차기 총선을 앞둔 줄 세우기도 치열하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정치 신인 A씨는 최근 고민거리를 토로했다. 7월말까지 권리당원 모집으로 정신이 없는데 주변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줄섰냐, 아니면 이재명 지사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행정관 출신인 이 인사는 총선이 다가오자 유력 대권 주자들이 정치 신인을 상대로 줄세우기가 가관이라며 두 인사 모두 비문인사라는 점에서 난 주류 쪽에 줄섰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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