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실 “모른다”는데…관리는 누가?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빌딩으로 가득한 서울. 이 도심 한복판에 ‘텃밭’이 있다. 바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회 인근에 조성된 ‘국회 생생텃밭’이다. 이 텃밭은 국회의원들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함께 만들고 ‘국회 생생텃밭모임’에 소속된 이들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관리가 잘 되고 있느냐’며 궁금증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일요서울이 이 의외의 장소를 직접 찾아가 봤다.

서울 영등포구 헌정회 인근에 마련된 ‘국회 생생텃밭’의 모습.
서울 영등포구 헌정회 인근에 마련된 ‘국회 생생텃밭’의 모습.

-‘명단’엔 없는데 ‘텃밭’은 있다


일요서울은 햇볕이 뜨겁던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바로 이곳에 ‘텃밭’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들로 빼곡한 여의도 한복판, 그것도 ‘국회’에 도시 외곽에 차려진 주말농장에서 볼 수 있는 텃밭이 마련돼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원들은 국회 일정에 바쁠 텐데 텃밭을 잘 관리하고 있느냐’, ‘정말 국회의원들이 직접 관리하는 것이 맞느냐. 외려 보좌진만 고생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다. ‘보여주기용’ 또는 ‘행사용’ 텃밭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요서울은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고자 이곳을 직접 방문해 ‘국회 생생텃밭’의 실태를 살펴봤다.

국회의원·보좌진 ‘자발적 관리한다’

국회 생생텃밭은 헌정회 인근에 마련됐다. 국회의원들이 주로 활동하는 국회의사당이나 의원회관과는 도보로 약 10분에서 15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다. 텃밭 주위에는 작은 농업용 소도구와 물 호스 등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간단한 장비들로 농사 모양새를 갖췄다. 또 주위에는 여러 조형물이 배치돼 작은 쉼터를 연상케 한다.

이 텃밭은 약396㎡(120평) 정도의 면적으로 조성됐다. 공동텃밭과 개인텃밭으로 나뉘는데, 개인텃밭은 국회 내 동아리인 ‘국회 생생텃밭모임’ 회원 중 신청자에 한해 지급된다. 공동텃밭은 약 66㎡(20평), 개인텃밭은 약 330㎡(100평)으로 구획됐다. 현재 개인텃밭에 명패가 꽂힌 이들은 57명이다. 여기에 의정관리지원과와 선거관리위원회 두 곳이 합쳐져 총 59개의 개인텃밭이 꾸려졌다. 

민주당에서 생생텃밭 간사를 맡고 있는 김현권 의원실에 따르면 생생텃밭은 통상 4월 말쯤 개장한다. 보통 그즈음이나 봄철에 신청을 받아 텃밭을 배정받는다. 텃밭에 심는 작물은 자유이나 대개 개장할 때는 상추 등을 심고, 6월경에 감자와 배추를 심어 11월에 수확한다. 배추를 수확할 때면 김장 행사를 개최해 지역구 의원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등 몇 가지의 행사가 준비돼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생생텃밭은 정세균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있을 때 처음 만들어졌다”며 “당시 여야 간 잡음이 있을 때였는데, ‘국회에 의원들이 공동으로 가꿀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며 이걸로 한번 화합을 해보자는 취지로 만드신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정 의원은 2016년 생생텃밭 개장식에서 “이번 생생텃밭 모임은 정당과 관계없이 함께 땀을 흘리면서 불통과 불임의 국회가 아닌 소통과 생산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며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관계자는 “(소속) 의원들 모두 4년 내내 텃밭을 가꾼 사람들이고, (텃밭을) 좋아한다”며 “관리는 자발적으로,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작물을 키우면 본인이 가져갈 수 있는데 여기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라면서 “도시에는 내 밭이 없는데, 가꾸면서 마음도 정화하는 것 같다. ‘여기라도 오는 게 낙이다’라고 말하는 의원들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생생텃밭을 운영하고 있는 다수의 의원실에 문의한 결과, 대다수가 ‘자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오찬 등 일정을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관리하거나 주로 아침에는 의원님이 일찍 나오시기 때문에 이따금씩 나가 보신다”며 “요일을 특정해 관리하지는 않고 오가면서 보고, 작물이 나면 씻어서 가져와 먹거나 지역민들에게 ‘따 가시라’고 연락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이와 비슷한 대답을 내놨다. “각 의원실마다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는 그 주변을 오고갈 때 들여다보는 편”이라며 “상추를 따다가 점심 때 쌈을 싸먹거나 옆 테이블에 나눠주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與 “있다” 野 “없다” 명단 관리 허점

다만 관리상 허점이 엿보이는 게 흠이었다. 현재 텃밭에는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의 명패가 꽂혀있다. ‘개인텃밭’을 소유했다는 뜻인데, 개인텃밭은 생생텃밭 동아리 회원에게만 지급된다. 하지만 일요서울이 강 의원실에 연락해 ‘어떻게 텃밭을 관리하고 있느냐’고 질문하니 담당자는 물론, 의원실 관계자 모두 텃밭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일요서울은 양당(민주·한국) 간사에게 연락해 회원 명단에 강 의원이 속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서로 다른 대답이 나왔다. 민주당 명단에는 강 의원이 있지만, 한국당 명단에는 없었다. 

김현권 의원실은 “현재 우리 명단에는 있다”면서도 “서로 주고받기는 하지만 한국당 의원 명단은 한국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실에서 관리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김용태 의원실에서 재확인해 봤다. 김용태 의원실 관계자는 “도시농업포럼이라는 단체가 (동아리 활동을) 도와주고 있는데, 거기에 (강 의원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2018년부터 활동하지 않은 것 같다. 2019년에는 확실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보다 정확히 알아보고자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의원실에 문의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탈퇴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면서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김용태 의원실에서 관리한다”며 유사한 대답을 내놨다. 

일요서울이 ‘한국당 명단에는 강 의원이 없다고 한다’라며 반문하자 관계자는 “팻말 준비 등 실무적인 부분은 도시농업포럼에서 하는데, 우리가 매년 변동사항을 확인한 뒤 두 간사실에서 이곳에 전달한다”며 “전달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의원의 텃밭은 관리가 돼 있었다. 의원실에서 알지 못하는 이 텃밭은 누가 관리한 것일까. 이에 대해 묻자 관계자는 “각 의원실 별로 관리하지만, 텃밭에 갔을 때 우리 것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주변 의원실 텃밭에 물을 주기도 한다”며 “모두 매일 나올 수는 없으니 서로 조금씩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도시농업포럼과 연계된 자원봉사자 분들이 오셔서 전체적으로 관리를 한 번 해준다”며 “나머지는 개별 의원실에서 나가서 한다”고 밝혔다.

생생텃밭에서 개인텃밭을 소유한 의원과 단체는 다음과 같다.

▲강석진 ▲김성태 ▲김세연 ▲김용태 ▲김학용 ▲박성중 ▲백승주 ▲엄용수 ▲윤상직 ▲윤재옥 ▲정양석 ▲주호영 ▲이명수(이상 한국당, 13명)

▲권철승 ▲권미혁 ▲금태섭 ▲김병욱 ▲김영주 ▲김영진 ▲김철민 ▲김현권 ▲김현미(現 국토교통부 장관) ▲노웅래 ▲박재호 ▲박찬대 ▲백재현 ▲백혜련 ▲서삼석 ▲서영교 ▲설훈 ▲소병훈 ▲송옥주 ▲오영훈 ▲우상호 ▲우원식 ▲유은혜(現 사회부총리·교육부장관) ▲윤후덕 ▲위성곤 ▲이개호(現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재정 ▲인재근 ▲임종성 ▲정세균 ▲조정식 ▲진선미(現 여성가족부 장관) ▲추미애 ▲표창원(이상 민주당, 34명)

▲김삼화 바른미래당 ▲유성엽 민주평화당 ▲강길부 ▲손혜원(이상 무소속, 2명) ▲문희상 국회의장 ▲유인태 국회사무총장 ▲유경현 헌정회장 ▲의정관리지원과 ▲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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