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당사자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범여권의 정체모를 ‘손학규 대안론’이 꼬리를 내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구체적이기까지 하다.

덩달아 호남민심이 손 전지사를 주목하게 되는 것은 고건 전총리의 불출마선언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나 이명박 전시장에 대항할 대항마가 없어졌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 점이 정동영 전열린우리당의장 등 호남출신 예비대권주자들의 ‘딜레마’이기도 한것이다. 언론을 비롯한 여론조사기관들은 ‘혹시 있을 수도 있을 흥미 있는 가능성’ 때문에 손 전지사를 계속 범여권 후보 범위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자기의도와 관계없이 당분간 탄력이 더해질 이 손학규 추세는 범여권의 현재 주자들이 ‘손학규의 유령’과 싸워야하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신임의장은 며칠 전 손 전지사에 대해 “이름조차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의장은 “다른 정당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는 관심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이같이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당내에서도 사실은 진주가 있는데 이게 흙속에 묻혀 안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다만 “지각변동이 일어나서 손 전지사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에 참여한다고 할 때는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때 한나라당 사정이 더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이명박-손학규)의 정면충돌이 일어났고 전선이 사뭇 확대될 조짐이었다. 이 전시장은 자신의 ‘한반도 대운하’구상에 대한 비판과 관련, “1970,80년대 산업시대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19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당내비판세력을 겨냥했다. 손 전지사 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970,80년대 민주화를 위해 희생해온 분들에 대한 모독이자 지도자로서 철학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라고 날카롭게 맞섰다. 손 전지사는 “아무나 법과 원칙을 말할 수 없다. 선거법을 위반하고 범죄인을 해외로 도피시킨 사람이 어떻게 법과 원칙을 말할 수 있느냐”며 이 전시장을 직접 겨냥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는 또 “지금 대선주자 지지율이 과연 정상적이냐”며 “노무현 대통령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노 대통령이 한마디 할 때마다 특정주자의 지지율이 올라가는데, 이는 쏠림현상이지 이성적 판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같은 당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공방으로 보기가 무색해진다. 결국 쪼개지고 말 것 같은 위태로움이 짙게 배어난다.

손 전지사는 “경선은 최종적으로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특정후보를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는 합의할 생각 없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그의 경선준비위 대리인인 정문헌의원이 최근 “경선방식과 시기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경선에 참여치 않을 수도 있다”고 했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손 전지사의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들이다.

그는 후보검증공방이 심화되면서 상당한 반사이익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론의 관심이 두 사람 선두주자에 집중되면서 오히려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는 형국이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경선불참 ‘배수진’이 다른 정치적 활로모색과 연관된 다목적용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 1위로 올라있는 그로서는 정국에 돌발변수가 올 때를 대비해서 ‘극약처방’할 ‘제3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야정치권을 바야흐로 ‘손학규의 유령’이 휘젓고 있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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