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검증’공방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을 했던 이명박 전시장 지지율이 당 안팎의 우려와는 달리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연이어 터진 폭로전도 가랑비에 옷 젖는 이상의 파괴력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지난 설 민심도 ‘이명박 파일’ 과 ‘한나라당 분열’에 온통 쏠렸었지만 대세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어째서일까? 고개를 갸웃거릴 만 하겠지만, 해답 찾기는 조금도 어려울 일 아니다. 이 땅 백성들이 어느 때보다 심해진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려 있다는 증좌일 것이다. 모름지기 백성이 원하는 바는 언제고‘태평성대’에 살고 싶은 게다.

태평성대 요건은 뭐니뭐니해도 전쟁 없고 다툼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배불리 먹고 사는 것 이상의 더 있을 조건이 없지 싶다. 그렇게 보면 지금 이 나라 사정은 확실히 난국에 속하는 것이다. 사방이 다툼으로 찢어지고 깨지는 현실에다 백만의 고학력청년실업자가 우글거리고 있는 현실을 난국이라 표현하지 말라면 차라리 입을 닫고 있는 편이 낫다.

경제문제가 최대의 위정(爲政)과제임은 왕조시대에도 행여 다르지 않았다. 광해군을 반대해서 일어난 ‘인조반정’세력들이 쿠데타 성공 후에 반대당파였던 대북, 소북파에 대해서 벌인 숙청작업이 피비린내 날 정도로 가혹했을 것이란 짐작은 쉽게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갔을 것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이때의 역사를 살피면 반정 주역들이 꾀한 아주 특별한 대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소북파의 영수였던 호조판서 김신국의 재기용 부분이 그렇다. 자신들(서인당파)을 무참하게 괴롭혔던 반대당의, 그것도 영수급을 반정으로 뒤집어 놓은 조정안에 그대로 살려둔다는 것은 조선 정치의역학관계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서인정권은 광해군때의 호조판서 김신국에게 그 자리를 10년이나 더 맡긴 것이다.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호조만은 쿠데타세력이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적용한 것이다.

더욱 의미가 강해지는 것은 조선사회가 농업을 장려한데 반해 상업을 형편없이 천대하고 억제해온 사회였다는 점이다. 상업을 천시하면서도 백성들이 먹고사는 국가경제문제를 통치의 핵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조선왕조시대 한편의 ‘아이러니’였다고나 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조선 개국 후 3백년 동안의 역대 이조판서에 비해 호조판서의 평균재임기간이 두 배 이상 길었던 점은 분명 경제정책의 막중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악성의 숱한 루머를 딛고 ‘이명박 지지추세’가 건재하는 데는 그가 집권하면 경제를 살려낼 것이란 한쪽으로 쏠린 기대를 스스로 박탈하지 않으려는 정서가 단연 작용하는 까닭이다. 나라사정이 이쯤인데도 불구하고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이 ‘경제 잘 아는 대통령’보다 ‘정치를 잘 아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지지를 더 굳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국민들은 김영삼, 김대중 전대통령 같이 정치를 너무 잘 아는 정치9단의 대통령모습을 신물을 일으킬 정도로 지켜본 터다. 정략 면에서 한수 위라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겪고 있는 바다. 그러면 국민 절대다수가 차기대통령 자질과 덕목에 있어 적어도 더는 ‘정치 잘 아는 대통령’에 큰 미련 없을 것이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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