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타결’ 이튿날이었던 지난 3일자 모일간지 사설란에는 “노 대통령의 ‘FTA리더십’ 높이 평가 한다”는 제하의 글이 상단에 높이 실렸다. 이 신문이 이 정권에서 1등 다음쯤으로 싫어하고 미워하는 비판신문이란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런 신문이 노 대통령을 극찬하는 사설을 썼으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 이라고 의아스러워한 독자들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사설은 서두에 노 대통령이 FTA타결 대국민담화에서 “도전하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 말을 신념으로 평가하면서 국익 위한 결단의 리더십을 보였다고 찬사했다. 그동안 지지층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 및 당원들, 심지어 자신의 참모였던 사람들까지 반대했지
만 노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썼다. 이웃 일본과의 대비됨도 지적해 냈다.

미국 조야(朝野)가 오래 전부터 일본에 “미일(美日)동맹의 심화를 위해서도 양국 간 FTA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지만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역시 농촌문제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한 점을 상기한 것이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노 대통령처럼 농민 향해 “이제는 농업도 시장원리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라는 청와대식구들 가슴 뿌듯해할 표현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과거 새마을운동과 서울올림픽의 치적과 견주어 당시 최고지도자의 확고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부각시켜서 말했다. 당부하는 말에는 후속대책 추진과 국회비준까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은 점을 지적하고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줄 것을 바랐다. 개헌이나 대선 같은 정치적 정파적 현안들은 잊어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한편에는 또 ‘Mr.쓴소리’로 유명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모처럼 단 소리를 냈다. 조의원은 “노대통령은 지지 세력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소신을 갖고 추진하고 결단을 내렸다”면서 “국가 이익 앞에선 여야 없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 국면전환이 이루어졌다. 언론이 또한 국익 앞에 친노(親盧), 반노(反盧)로 갈라질 수 없는 당위성이 뚜렷해졌다. 이 정권이 가
장 적대해 마지않는 ‘안티-조선’에서 조차 노 대통령 칭찬이 늘어졌다.

신문이 비판기능을 다하려는 것은 신문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과 사명 때문이다. 그건 정치권이 더 잘 아는 원리일 뿐더러 그들 집단이 집권 전에 꾸준히 요구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막상 집권한 정치권력은 그걸 그렇게 보지 않으려는 데서 우리 신문역사의 비극이 생기는 것이다. 정치권력의 속성이 힘없을 때는 신문이 힘 센 자를 두들겨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다 정권 잡으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되기를 바란다. 때로 정치목적을 위해 국민을 편 가르는 무망한 일도 벌어진다.

국민 편 가르기에 있어서는 현정권을 따라잡을 만한 역대정권이 없었다. 언론마저 편 가르기 소용돌이에 함몰 당하는 지경이었다. 그 바람에 국론이 분열되고 과반이상의 국민들이 이 정권의 임기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것이 노 대통령의 ‘FTA결단’으로 상황이 급반전한 것이다. 박근혜 전한나라당대표까지 노 대통령 칭송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로써 야당이고 비판신문이고 간에 이제까지 대통령을 무단히 미워한 게 아니란 사실이 분명해졌다.

참여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FTA 국민설득에 온 힘을 기울여야한다. 그러면 노 대통령 업적에 이만한 것이 더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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