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퇴임 뒤의 준비가 한창인 모양이다. 고향 봉하마을에 저택공사에 이어 기념관이 곧 만들어질 전망이고, 그밖의 퇴임 뒤 영역마련
을 서두르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 아다시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후의 뒤끝이 개운해서 행복해진 경우가 잘 없었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자마자 믿었던 친구 후계자 대통령에 의해 엄동설한에 백담사로 유배됐었다. 그도 모자라 끝내는 자신을 유배 시킨 배신자(?) 노태우 전대통령과 나란히 죄수복을 입고 함께 법정에 서야했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는 이렇게 두 사람 전직대통령을 단죄하는 것으로 그 절정을 향했었다.
그런 김영삼 전대통령도 결정적으로 ‘IMF책임론’에 휘말려 한동안 자택에서 칩거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질곡 속에 김대중 전태통령(DJ)이 비교적 퇴임 후의 자신자리를 지키며 욕심 넘친 활동을 계속하는 지금 나라사정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퇴임 후의 영역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큰 이유 한 가지는 그가 대통령 재임 시에 퇴임이후 자신이 할 일을 명확히 구상해내고, 그에 맞춰 아태재단을 전격 해체해 ‘김대중 도서관’으로 변모 시켰다는 점이다. DJ가 ‘김대중 도서관’을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슈로 한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목에서 DJ정치력의 진수를 느낄만하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현 정치권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적중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아주 고질적 병폐라는 데서 민족의 우려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 정치권 현실이 호남의 표심을 얻기 위해 DJ 떠받드는 그림을 계속 나타내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언제쯤 끝낼지 알 수 없다. 따라서 DJ의 퇴임 후는 아직 탄탄대로임에 확실해 보인다. 4·25보선을 앞두고 민주당 수뇌부는 말할 것 없고 범여권 실력자들이 앞 다투어 신안, 무안으로 몰려드는 까닭을 판단 못 할 국민이 없
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김대중 전대통령을 모델로 한 퇴임이후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당연히 생각해 볼만할 것이다. 그렇지만 인제대에 ‘노무현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서 뒷공론이 무성하고, 고향집 신축을 놓고도 이런저런 소리가 계속 나온다. 노대통령이 퇴임 후 더 편안한 여생을 살기위해서는 첫째로 뒷말이 없어야한다. 가급적 정치적 이해를 없게 하고 국가안위만을 생각해서 살아가겠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또한 역대 대통령들이 측근들 비리 때문에 임기 말 고초를 겪었던 사실을 도외시해선 곤란하다. 따져보면 집권말기의 철저한 측근관리가 퇴임이후를 준비하는 첩경적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말 미국과의 ‘FTA 협상’ 타결에 괄목할만한 통치적 리더십을 발휘했고, 늦게나마 개헌안발의문제도 깨끗하게 정리하는 정치력을 보였다. 국민지지율이 수직상승하기에 이르렀고, 이 추세로면 옛날 꿈의 지지율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지지세회복이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마당에 봉하마을을 시끄럽게 만드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덕 될게 없는 일이다. 시빗거리 생기면 즉각 비켜서서 조용한 퇴임준비를 하는 것이 상책일지 싶다. 우리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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