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서(情緖)가 3색으로 갈라져 나라가 온통 3등분 되다시피 한 세월동안을 우리는 3김시대로 일컬었었다. 선명해진 3색의 지역정서를 꾸준히 확대 생산시켜서 당리당략에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야욕에 이용했던 3김 가운데 양김(兩金)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기필코 이 나라 대통령을 하고야 말았다.

한 사람은 더 나아가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는 인간영광의 절정을 이끌어냈다. 세계 어느 역사를 다 뒤져서도 스스로 조장해낸 지역감정을 활용하고 그에 힘입어 이처럼 야망을 성취시킨 예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권좌에서 물러나서까지 90이 다 된 노구를 아랑곳 않고 지역당색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은 차라리 경이
롭다 할 지경이다.

아들이 아버지 권력을 이용해서 엄청난 규모의 비리를 범한 사실이 탄로 나서 국가 파렴치범으로 징역형을 확정 받고도 곧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왜인가? 단순하게는 전직 대통령 입장을 배려한 것 같지만 실질은 특정지역 정서를 볼모로 움켜잡고 있는데 대한 부담감이 강하게 작용한 은전(恩典)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들은 아버지의 “지역과 국가를 위해 좋은 봉사를 하기를 바라는 심정”에 따라 어엿한 국회의원이 됐다.

당초 20%도 안 되는 지지도에 민주당이 ‘전략공천’해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나서고 그 어머니를 필두로 한 가신그룹이 선거지역 골목골목마다 누비며 읍소해서 가까스로 당선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 때 국민 앞에 보인 민주당 모양새는 지금 자신들이 생각해도 공당이라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살벌한 당내분란을 무릅쓰고 누구(?) 눈길이 무서워 모든 공천희망자를 무시한 채 공천희망도 안한 사람에게 매달려 공천장을 안긴 작태 하나에서 이미 민주당의 오늘 같은 한계가 노정된 것이었다.

예비 된 배신을 전혀 눈치 못 채고 전략 공천했던 바보짓은 민주당 그들만의 통분이 아닐 것이다. 한국 50년 전통 정당이 누구 한 사람의 손가락질 한 번에 흥해졌다가 단박 무너져 내리는 괴변이 21세기 대명천지 한국사회에서 너무도 버젓이 일어난 현실이다. 그러나 사태를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국민 마음이 형언키가 어려울 것이다.

잡탕당이니, 도로당이니, 위장개업당이니, 불나비들이니, 무슨 말을 해도 그 사람들 꿈쩍할 사람들 아니다. 그들 눈에는 죽어도 정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대명제만 아물 거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 특정지역 맹주의 눈짓 한 번에 감지덕지하고 그 앞에 언제나 방실거리는 기쁨조의 운명을 타고난 정당 태생 범주를 도저히 마다 할 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처지를 애써 부인도 안 할 것 같다.

국민은 3김 시대를 끝내고부터 정략을 위해 지역정서를 볼모로 하는 일 따위 망령이 제발 되살 수 없기를 바랐다. 그런 것이 나라꼴이 ‘도루묵’처럼 되고 보니 다만 『독초의 끈질긴 생명력』이 오히려 경탄스러워진다는 자괴감뿐이다. 독성을 자양분으로 하여 모진 생명력을 나타내는 독초가 그 독소를 뿜고 있는 한 주위의 양화(良花)가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치는 명백하다.

정당의 태동과정이 저러하고 나라정치가 그 질곡을 헤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적게도 한 10여년 쯤 역사 퇴행의 현장을 답습해서 살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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