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나라가 피부색, 머리색, 눈 빛깔이 다를 뿐 아니라 문화와 관습, 언어 다른 이주민들끼리 모여 사는 합중국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 이민족이 모여서 ‘자유’ ‘평등’ 이념으로 민족 차이를 해소시켜 막강 대국을 이룩한 곳이 미국이다.

230년 미합중국 역사를 내려오는 동안 흑인에 대한 두드러진 인종차별을 빼고는 이질문화로 인한 민족갈등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덕택에 미국은 ‘위대한 용광로’에 비유되기까지 했다. 마치 용광로처럼 혼합 민족이 각기 다른 문화를 하나로 녹여 융합 시킨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것이 최근 ‘용광로론’이 이상일 뿐이라며 매일 식탁에 오르는 ‘야채샐러드론’이 힘을 얻고 있는 바다.

이는 붉은 홍당무, 노랗고 흰 계란, 검은 건포도, 파란 사과 등 5색의 이질식품이 마요네즈에 의해 버무려져 있을 뿐, 금방이라도 마요네즈만 씻어내면 본래의 5색이 제각기 그 색깔을 드러내는 불안한 합일체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즉, 이질 요인들을 결속시키는 구심적 이념에 비유되는 마요네즈의 접착력에 따
라 미국의 운명이 좌지우지 된다는 주장이 그들 내부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조선시대 영조임금이 행했던 ‘탕평책’에 있어서 영조의 역할도 이 ‘마요네즈론’과 대비시켜 봄직하다. 4색의 당쟁으로 특히 노론, 소론간의 암투로 골머리를 앓던 영조는 서로 당색이 다른 대신들을 불러 자주 술자리를 벌였다고 한다. 이때 술상위에는 별나게 큰 ‘신선로’하나가 덩그러니 복판에 놓이고 신선로 안에는 노란 계란전, 검은 버섯전, 파란색 파전, 붉은 당근전이 꼭 들어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원래 신선로는 화합의 의미를 지녀서 신 구 관료들끼리의 단합모임 같은 때 빠뜨리지 않는 음식이 됐다.

옛 조선 당파는 자파 이익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에도 오직 당색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서로 으르렁거리고, 때로는 피 흘리는 살육전의 도화선을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신선로를 탕평 음식으로 삼아 앙숙 같은 사이를 술자석에서 해소해보려는 생각까지 했을까. 탕평책의 요체는 인재를 발굴함에 있어 지연이
나 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위험수위를 치닫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이 국민 우려를 잠재우며 별 탈 없이 끝난 지 벌써 한 달 다된 시점이다. 그 사이 한나라당 내부사정은 들여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꼬이고 있다. 하긴 또 겉으로 화합카드를 나타내고 속으로 앙금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만한 게 다행이다 싶은 구석이 없진 않다. 그나마 두 리더십 덕분일 테다.

그러나 이명박 대선후보가 계속 탕평에 실패하면 한나라당 상황은 봇물 터진 듯 심각해질 것이 불 보듯 할 것이다. 국민들 또한 이명박 후보가 탕평에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여부를 뚫어지게 주목 할 것이다. 만일 우려하는 데로 이후보가 대선 전 탕평에 실패하면 그를 지지했던 숱한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돌릴게 분명하다. 당 내부 탕평에 조차 실패한 사람이 국가운영을 맡아 ‘탕탕평평’ 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을 노릇이니 말이다.

지금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