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서부 펑후]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편집=김정아 기자/사진=Go-On 제공]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찾아
다궈예 주상절리 현무암 

타이완을 탄생시킨 힘이 궁금했다. 그 오래된 이야기를 찾아 버스를 타고 마공시에서 바이샤섬을 지나 펑후 최장 해상다리인 콰하이대교를 건너 시위섬으로 달렸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잔잔한 바다 위로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30분 정도 달리니 일순간 거대한 현무암 기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높이가 10미터는 족히 됨직한 300여 개의 육각형 돌기둥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었다. 마치 테트리스 조각을 연결해 놓은 듯 딱 들어맞는 모양으로 서로 치밀하게 붙어 서 있다. 
깊은 바다에 잠겨 있다가 지각운동으로 떠오른 타이완은 다시 화산활동으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타이완의 서부에 있는 펑후는 약 6천만 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산지가 발달하지 않고 강수량이 적어 식물을 보기 어려운 화산섬이다. 헤아리기 힘든 먼 옛날 이 섬과 바다는 타이완의 탄생을 지켜봤을 것이다. 펑후 내에서도 타이완 탄생의 역사를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다궈예 주상절리 현무암이다. 용암이 바닷물로 흘러 육각형 모양으로 굳어진 형상인데 이 독특한 현무암 자연경관은 타이완 본 섬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우 특색 있는 절경으로 꼽힌다. 육각형의 현무암 기둥은 화산폭발 당시 흘러내린 용암이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수축해 5~6각형의 기둥 모양으로 균열이 쪼개져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절리’라고 한다. 펑후 현무암이 가장 특수한 자연경관으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 절리 구조가 변화무쌍하게 다양한 형태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빽빽이 늘어서거나 수직으로 솟아오르거나 혹은 경사가 있게 굽어 있는 모습이 신비롭다.
제주도 해상 주상절리가 눈으로만 볼 수 있다면, 이곳에선 직접 몸을 기대고 만져볼 수도 있다. 주상절리 현무암 아래쪽에는 움푹 파인 풀밭이 있다. 비가 올 때면 빗물이 쌓여 작은 못이 형성되는데, 이 저수지에 주상절리 현무암 그림자가 반사되는 모습이 자못 환상적이다. 특히 비가 온 후 날씨가 개는 동안에는 거대한 주상절리 현무암과 그림자가 서로를 비추어 아늑한 옛이야기를 풀어놓은 듯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다 위를 걷는 모세의 기적을 보는 듯
베이랴오 쿠이비산奎壁山 지질공원

베이랴오 쿠이비산 지질공원은 펑후 본섬인 후시에 있다. 넓은 해안을 따라 펼쳐진 모래사장과 언덕 위에서 큰 날개를 뽐내는 풍력발전기가 이방인을 맞이한다. 오전 11시 즈음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이 바다를 향해 쭉 늘어서 있었다. 하루 한 차례 펼쳐지는 ‘자연의 쇼’를 보기 위한 인파였다. 해안에서 300미터 떨어진 거북섬인 츠위까지 바닷길이 열리는 것. 바다가 갈라지는 것은 조석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해수면이 낮아질 때 주변보다 지형이 높은 곳이 해수면 위로 드러나 바다를 양쪽으로 갈라놓은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밀물 때는 츠위섬에서 쿠이비산 해안까지 바닷속에 잠기고, 썰물 때는 S자형의 현무암 길이 드러나며 섬까지 구불구불 이어진다. 해안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해 홍해를 가르는 듯 신비롭게 바다가 갈라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해안이 갈라지는 순간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바다가 갈라짐과 동시에 갈라진 바다 사이를 사람들이 각자의 발걸음으로 채워나갔다. 바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검은 색의 현무암 돌들이 이곳이 화산 폭발로 이뤄진 섬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오랜 시간을 품은 현무암 돌들을 밟으며 츠위섬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고, 삼삼오오 모여 인증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해변을 걷다 보면 또 다른 시간이 고개를 내민다. 해변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바위들의 모습이 마치 해안가로 걸어오는 거북이의 모습 같다. 펑후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독특한 자연경관은 화산섬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현무암과 산호초암 길이 이어지는
얼칸 전통마을

펑후 시내인 마공시의 서쪽에 위치한 시위섬에는 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얼칸 전통마을이 있다. 얼칸 전통마을에는 타이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고택이 50여 가구 남아 있다. 펑후 현지의 현무암과 산호초암을 활용해 지은 고택으로 지역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섬 전체가 낮은 평지로 이뤄진 데다 유독 바람이 거세 전통가옥은 모두 돌과 산호초암으로 만든 높은 담과 낮은 지붕을 가지고 있다. 외관에서도 다양한 산호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된 덕분에 이곳은 타이완 최초의 전통 부락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펑후 주민들의 옛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마을 안에 미로처럼 연결된 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제주도 어촌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현무암 돌담길과 산호초암 길이 쭉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헤매다 보니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돌과 산호를 나르고 깎아서 쌓은 일은 엄청난 공사였을 터인데 400년 전 사람들은 왜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가이드에게 물으니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100년 전 펑후에는 벽돌 같은 건축 자재가 없어 바다에서 바로 산호를 건져 지었던 것. 맑은 물에서만 사는 산호로 길을 내고 집을 짓고 곳곳을 장식할 정도로 산호가 풍부했다고 하니 펑후의 자연이 얼마나 깨끗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산호로 집을 지은 덕분에 겨울에는 따듯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얼칸 전통마을에는 대부분 집에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에 한적한 마을 분위기를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다. 알록달록 다양한 벽화를 구경하며 마을을 돌다 보면 부표 등 어구를 활용해 만든 예쁜 장식물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산호로 만든 의자도 눈에 띈다. 한 채 한 채 개성 넘치는 예술품으로 같은 모양의 집이 없다.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골목 구석구석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발견하기 쉽다. 실제로 어디에서 사진을 찍든 전부 예쁘게 나오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펑후에 왔다면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바다의 풍요로움을 맛보다
사이위안 해양목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둘러싸인 펑후에는 바다 위에서 직접 낚시를 체험할 수 있다. 마공시 안쪽 해안에는 사이위안 해양목장 안내소가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해양목장에 도착해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 작은 배를 타고 20여 분 이동하면 바다 한가운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바다목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양목장은 일종의 양식장인 셈이었는데, 총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목장 안에는 복어, 갑오징어, 병어, 투구게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있다. 낚싯줄 끝에 먹이용 생선을 묶은 후 목장 안으로 던져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초보자들도 낚싯바늘 없는 낚싯대로 고기를 낚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고기를 잘 낚지 못하는 초보 낚시꾼을 위해 해양목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목장에서 직접 잡은 해양생물을 구경시켜준다. 방금 바닷속에서 건져와 아직 물을 가득 머금은 복어가 온몸의 가시를 돋아내며 화를 잔뜩 내는 모습, 갓 잡힌 갑오징어가 마지막까지 먹물을 뿜어내며 공격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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