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선출직에 나서는 입후보자를 영어로는 캔디디트(candidate)라고 한다. 이 말의 뿌리는 흰옷을 입은 사람이란 의미로, 고대 로마 선거에서 입후보자들 모두가 순백색의 장삼을 입고 선거에 임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이는 후보자가 선거에 나서면서 한 점 티끌도 없이 결백하다는 것과, 추호의 사심이나 속임수가 없이 비굴하거나 변절이 없을 것이라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그 장삼으로 표시 했다는 것이다. 1896년에 미국 대통령으로 출마했던 ‘브라이언’은 이 로마의 하얀 장삼 차림으로 유세를 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진다.

드러난 의미 그대로 선거에 당선되는 선량은 여하한 정책 공약이전에 백의의 장삼으로 상징되는 도덕적인 면, 인간적인 면에 소양을 먼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장삼 깃에 단 ‘푸른 끝동’이 갖는 의미는 지대했다. 높고 푸른 하늘이 한 점 구름 없어야 하듯, 진실하고 공평하며 사욕을 버려야한다는 끝동색 의미였고, 푸른빛이 어느 빛깔과도 조화가 잘 된다는 데서 조화와 협조를 나타내는 끝동색이었다. 또 노복들이 입는 복색이라 하여 충실한 유권자의 심부름꾼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옛 우리나라 명예 작위에 ‘통정대부’니 ‘숭록대부’ ‘인록대부’ 하는 것은 본래는 백성이 뽑는 선거직으로 장대부(長大夫) 중대부(中大夫) 소대부(小大夫)가 있었다. 선출 조건은 육행(六行)이 고루 갖추어졌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육행은 부모에 대한 효도, 동기 친지간 우애, 이웃간의 화목, 사람 대할 때의 겸허한 몸가짐, 더불어 일할 때 충실함, 남의 불행까지 함께 하는 마음 등이다. 이때 선출된 대부(大夫)들은 장삼 깃에 푸른 끝동을 달았는데, 일종의 당선 배지 였던 셈이다.

올12월 이 나라에선 선량가운데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다. 누가 장삼 깃에 푸른 끝동을 달지 전체 국민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으로써 장삼 깃에 끝동을 단 사람은 육행뿐 아니라 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루고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를 건설해야 할 책무를 마땅히 져야 된다. 또 최고 권력자의 군림이 아닌, 국민의 충실한 심부름꾼이라는 선거당시의 교과서적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고 권력의 칼날을 마음대로 휘둘지 말아야한다.

한 보름여 전에 정년퇴직한 서울대국사학과 정옥자 교수의 ‘조선시대 때도 왕이 못나면 측근들이 설쳤죠“라는 말이 생각난다. 정 전교수는 조선조 역사에서 왕이 똑똑했을 땐 정승과 판서가 활약했고, 왕이 못났을 땐 승정원(비서실)이 설쳤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를 그는 민주화운동의 그림자라고 생각한다며 운동에 치우쳐서 제대로 된 공부를 못했고 그러다보니 정권을 잡았어도 의욕만 앞서지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전교수는 “손톱만한 민주화운동의 전력이라도 팔아 공을 보상 받겠다고 나서는 이 부박한 세상이 허망하게 느껴 진다”는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구절마다 임기 다된 이 정권 실세들 낯이 화끈거릴 말들이다. 또한 온갖 자화자찬에 여념 없어 하는 확정된 대선후보나 그 경쟁에 나서있는 예비 후보들 모
두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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