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얼마전 지인이 대상포진을 앓으면서 피부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통증이 남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ctic neuralgia, PHN)으로 고생하며 마약성 진통제로 하루하루 버틴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주지가 멀어 직접 치료를 못하고 소식만 전해듣고 있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여러 한의학적 치료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인이 고통으로 어쩔 수 없이 마약성 진통제로 버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안타까운 맘만 들었다. 
대상포진은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XV)가 후근신경절(dorsal root ganglia), 삼차신경절(tigeminal ganglia) 또는 무릎신경절(geniculate ganglia)에서 재활성화 되어 말초분지를 침법, 특정한 피부 분절에서 피부 발진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보통 피부신경절에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고 신경을 파괴시키기 때문에 통증을 유발하며 그 특징이 바늘로 찌르는 듯하고 전기가 통하는 듯하다. 7-12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본격적으로 증상이 발현되고 수포 발생 2-5일 전에 선행하는 통증만이 병변 부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오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질환에 의한 운동 마비는 0.5~5%에서 나타나며, 대부분 피부 발진 2~3주 후에 피부 발진 부위와 동일한 분절 부위에서 발생한다. 주로 편측으로 발생하고, 대부분 1~3개의 피부 분절에 국한된다. 대상포진이 흉수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마비 증상은 가장 적게 나타나는 반면 두경부 대상포진에서 Ramsay Hunt's syndrome의 경우 안면마비가 46%에서 발생하며 발병율이 높다. 요천추 대상포진은 하지의 위약뿐 아니라 방광이나 장의 기능 이상도 동반할 수 있다. 대상포진의 호발부위는 흉신경영역으로 약 50% 정도가 발생하며 삼차신경영역의 경우 약 20% 정도에서 발생한다. 
대상포진 후 발생하는 근위약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세포 매개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포 매개 면역력이 감소하다가 일정 수준 이하로 저하되면 바이러스의 재활성화가 이루어지고, 후근신경절에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곳에 발생한 염증이 척수, 신경근, 신경총 또는 말초신경 등을 따라 진행되어 신경 주위에 존재하는 혈관-신경 장벽을 손상시키고,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운동신경의 축삭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전근신경까지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대상포진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40-60세에서 흔히 발생되며, 일생 중에 전 인구의 10%가 이환된다. 최근 들어 대상포진 환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대상포진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자료를 기준으로 대상포진에 관해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2009년 45만 명에서 2014년 64만 명으로 연평균 7.3% 증가하였다. 
그 치료는 일반적인 대상포진과 마찬가지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게 되며, 통증 조절을 위한 신경 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시작 시기는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한 발진 시작으로부터 3-4일 이내에 신속하게 투여해야 하고 Acyclovir의 정맥투여 또는 Famciclovir의 경구투여가 일반적이다. 이외의 치료로 부신피진 호르몬을 항바이러스 제제와 복합요법으로 사용하며 대증요법으로는 진통제, 항우울제, 인터페론, 신경차단술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약화된 근육을 보호하고, 가동범위를 유지하기 위한 물리치료, 작업치료를 병행한다. 근력 회복이 걸리는 시간은 1-2년 정도이며 55-75%에서 근력을 거의 회복한다. 항바이러스제의 빠른 투여가 운동마비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하며 근위부 마비가 원위부 마비보다 예후가 좋고 마비의 정도와 회복 사이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다. 한 연구기관에서 10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전신적 스테로이드, acyclovir, 진통제 및 삼환계 항우울제를 모두 사용하여 치료를 시작한 후부터 동통이 완전히 소실되기까지의 기간은 1주 미만이 9명(8.6%), 1-2주가 26명(24.8%), 2-4주가 27명(25.7%), 4-8주가 19명(18.1%), 8주 이상 지속되어 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진 경우가 24명(22.8%)있었다. 
대상포진은 병변형성이 1주가 넘게 계속되며 대부분의 환자에서 병변에 모두 가피가 형성될 때까지 3주 이상이 걸리게 된다. 대개 1~7일 후에 수포가 발생하며 수포 발생 후 1-2일 내에 농포가 되며 발진은 보통 3주 정도 경과하여야 소실된다고 보고돼 있다. 
대상포진의 경우 발생하는 심한 통증이 환자의 주호소가 된다. 항바이러스제제의 경우 419명을 대상으로 한 cochrane review에서 통증과 발진감소에는 치료군과 위약투여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두통, 오심 등이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또한 통증에 대하여 대증치료로 사용되는 진통제나 NSAIDs 의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며 통증이 매우 심할 경우 고려되는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오심, 변비, 식욕저하, 우울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항우울제의 경우 복용효과를 위해 최소한 3개월 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된다. 
한의학에서 대상포진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양이라 하며 사찬창(蛇串瘡) 또는 요늑부에 띠 모양으로 감고 있다 하여 전요화단(纏腰火丹) 또는 사지(四肢)에서 나타난다 하여 지주창(蜘蛛瘡) 또는 비사단(飛蛇丹)이라 한다. 전요화단의 발병 원인을 크게 풍화(風火)나 습열(濕熱)의 축적으로 보며 칠정내상(七情內傷)으로 심화(心火)나 간화(肝火)가 성하고 폐비(肺脾)에 습열(濕熱)이 쌓여 있는데에 독기(毒氣)가 침입하여 발생하였다고 서술한다. 따라서 치료법으로는 거풍청열(祛風淸熱) 청리습열(淸利濕熱) 건비이습(健脾利濕) 활혈화어(活血化瘀) 등을 위주로 하게 된다. 
치료처방인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은 일체의 풍열(風熱)과 기포노역(饑飽勞役)의 내외(內外) 제사(諸邪)에 손상되어 기혈(氣血)이 울체(鬱滯)하고 표리(表裏)와 삼초(三焦)가 구실(俱實)한 증에 주요 활용되며 발한(發汗)과 대소변배설 해열의 효능을 갖고 있다. 기존의 보고된 방풍통성산의 증례보고들에 따르면 피부질환 치험례가 상당 부분 있었으며 여기에는 만성 두드러기, 건선소양증, 탈락성 피부염, 창양치료,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포함된다. 처방에 포함되어 있는 황금(黃芩), 치자(梔子), 연교(連翹) 등의 청열약의 소염, 해열작용이 실열(實熱)로 볼 수 있는 급성염증 병태의 해소에 작용하였으며 이에 방풍통성산이 염증반응을 완화시킨다. 그 외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 거습위령탕(祛濕胃笭湯), 시호청간탕(柴胡淸肝湯), 소요산(逍遙散), 활혈거어탕(活血祛瘀湯) 등의 처방이 응용된다. 
한의학으로 치료하여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 논문을 살펴보면 약침치료, 변증을 통한 한약 복용, 침구치료, 부항치료와 같은 한방치료를 통하여 증상을 호전시킨 증례 보고가 있으나 아직까지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어 치료방법이 발전되어 고통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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