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출 때 손으로 추는 춤을 ‘무(舞)’라고 하며, 발로 추는 춤을 ‘용(踊)’이라고 한다. 따라서 춤추는 동작을 모아 ‘무용’으로 일컫는 것이다.

한국 춤은 주로 손을 흐느적거려서 정적 완곡미를 추구하는 ‘무’에 속한다. 반면 서양 춤은 손대신 발을 나불대어 동적 율동미를 추구하는 ‘용’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왈츠’나 탱고, 포크댄스, 코색댄스, 트위스트, 고고, 디스코 등이 ‘용’이고, 아프리카나 남태평양의 원주민 춤이 ‘무’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춤 가운데서도 ‘용’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강강술래’ 춤이 ‘용’에 해당된다. 그래서 강강술래 춤동작은 아무나 쉽게 따라 할 수 가있다. 이 ‘강강술래’야 말로 외래문화에 전혀 때묻지 않은 순수 우리 춤이다. 뿐만 아니라 문헌상 가장 오래된 전통의 민속 춤 이기도한 것이다.

중국 고대 문헌인 ‘삼국지’기록에 “삼한(三韓)시대의 마한에서는 10월에 추수를 하고나면 귀신을 모시는 굿판을 벌이는데, 수십 명이 서로 손을 잡고 땅을 구르고 밟으며 몸을 구부렸다 젖혔다 돌아대는 품이 중국의 탁무와 비슷하다”고 적어놓았다. 또 민족무용학자 가브리엘 버진의 ‘신성무용’에 보면, 농경사회에서는 씨앗을 뿌리고 난 다음이나 추수하고 난 다음 생식력이 왕성한 부녀자들로 하여금 농토를 밟으며 원무(圓舞)를 추게 하여 땅을 풍요롭게 하는 풍년기원 습속이 있다고 했다. 바로 이 ‘생식력=생산력’이라는 마한시대의 등식 사고가 강강술래를 있도록 한 것 일게다.

대부분 국민들이 이번 닷새 동안의 추석 연휴를 즐기는 동안 제주도민들은 추석이 뭔지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11호 태풍 ‘나리’의 물 폭탄은 제주도 전역을 마치 물속으로 잠궜다 꺼낸 듯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런 제주도 참상은 10월 추수기를 앞두고 국민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판에 웃음 띤 얼굴로 풍년을 즐기는 ‘강강술래’ 춤을 출수가 있겠는가. 큰 태풍권에 들지 않았던 다른 지역들도 잦은 비 피해로 각 농작물이 형편없는 흉작 될 공산이 짙다.

나라 안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서울 여의도 정치권은 오직 대선 놀음에만 몰두해있다. 그들에게 중요한건 백성들의 안위 문제가 결코 아니다. 또한 그들에게 다급한 것이 수해민들 아픔 어루만지는 일도 못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눈앞에 다가선 12월 대선에 이겨야 한다는 관점 외로 아무 다른 생각이 그들에겐 있을 수 없다. 온 국민이 즐거운 마음으로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출 수 있는 나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그들에겐 있지 않다. 역시 강강술래는 백성이 신명나서 추는 춤이다. 그럼 우리국민은 이제 ‘강강술래’따위는 까마득히 잊어 버려야 할 처지다. 경제가 나아지고 작황이 잘 돼 즐겁지도 않은 터이고, 이판에 남북한 정상회담이 그다지 기대 될 것도 없을 노릇이다. 그렇다고 연말대선 끝낸 후의 이 나라 사정이 급격히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현재 국민지지도 60%를 넘고 있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떨어지는 느낌이고, 범여권의 대선후보 경선 현장엔 아예 국민들 관심조차 없다. 이처럼 지금 나라 안 어느 구석에도 백성들이 강강술래를 출 만한 신명 날 일은 없어 보인다. 이게 국운(國運)인가 싶어 서글프기 한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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