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한나라당 모습이 경기의 결승전 보다 더 흥미진진한 준결승전을 보는 듯했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밀고 밀리는 칼날 같은 신경전이 ‘이회창 돌발 사태’로 사실상 패자(박근혜)의 정치 승리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격당하고, 받아치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승부는 오랜만에 보는 ‘빅 매치’였다. 우선 이(李), 박(朴)은 서로 살아왔던 삶의 궤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李)는 노점의 풀빵 장수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자랐다. 밑바닥에서 부터 치닫고 올라온 잡초 같은 강인함이 그의 인상에 그대로 배어 있다. 아들은 어머니를 닮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명박이 그런 강인한 어머니의 기질을 이어받은 아들로 보인다.

박근혜는 아버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성장기를 청와대에서 보냈고 커서는 아버지의 정치력을 곁에서 지켜봤다. 흔히 또 딸은 아버지의 기질을 닮는다고 했는데, 박근혜는 일세의 승부사였던 아버지의 단호한 성격이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 같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성장과정이 판이 했다. 드러나는 개성이 현격히 다를 수밖에 없다. 관상가가 말하는 두 사람 얼굴에서 나타나는 관상학적 의미도 흥미롭다.

이명박 관상은 사변성룡(巳變成龍)이라 해서 ‘뱀이 변해서 용이 되는’격이라고 했다. 그는 1941년 신사생(辛巳生) 뱀띠로, 얼굴을 뜯어보면 코가 힘차게 뻗어내려 ‘용비(龍鼻)’에 가깝다는 것이다. 인삼(人蔘)이 홍삼(紅蔘)으로 되자면 인삼을 솥단지에 몇 번 쪄서 말리는 법제(法製) 과정을 거쳐야 된다. 마찬가지로 뱀에서 용으로 변하는데도 법제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바로 청계천 복원사업이 그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물을 만나야 용이 승천 할 수 있듯이 청계천 사업도 물이고, 경부 운하계획
도 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명박은 물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유달리 강조한다.

박근혜의 관상이나 삶은 ‘여호출림(女虎出林)’으로 설명 될 수 있다고 했다. 글자그대로 여자 호랑이가 숲에서 나온 형국이라는 것이다. 양쪽 눈과 미간의 표정에서 호랑이의 위엄과 단호한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긴 부모가 다 총 맞아 세상을 떠나고, 자신도 유세 현장에서 칼을 맞는 과정을 겪으면서 여 호랑이가 되지 않고는 배길 도리가 없을 노릇이다.

해방 이후의 우리 역사에 박근혜만큼 파워풀한 여성 정치 지도자가 없었다. 과거 민주당 박순천 당수가 있었지만, 박근혜 같이 강력한 대권 후보의 입지까지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물론 그 시절 여성 정치지도자에 대한 사회인식에도 영향이 컸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이곳 한국에서 여자 대통령이 나오는 일을 ‘후천개벽(後天開闢)’쯤 으로 여긴 것이 사실이지 싶다.

그런 것이 박근혜 정치의 진면목을 실감 하면서 많은 국민이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유신공주’로 공격받는 박근혜의 청와대 삶이 18년이었지만, 아버지마저 그렇게 떠나보내고 청와대를 나와 보낸 은둔의 세월 또한 공교롭게 18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 못하는 그 은둔생활 18년의 고초가 ‘공주 박근혜’를 벌써 ‘여호(女虎) 박근혜’로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제 한나라당이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빅 매치’를 국민에게 더 관전 시킬 여유가 없다. 대통령선거가 꼭 한 달 남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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