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역대 대통령 선거에는 늘 11월의 돌출 변수가 무지막지하게 파장을 일으켰었다. 올 대선 앞둔 11월도 온통 비바람과
안개에 모래바람까지 일어나는 형상이다.

11월 돌출 변수로 나타난 이회창씨 지지율이 20%대를 넘나드는가 하면, BBK 김경준씨 파장이 얼마나 더 파고를 높일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마당이다.

외국 언론에서도 이 드라마틱 해 보이는 한국 대선을 희한하게 바라본다는 뉴스가 나왔다. 불과 선거일 한달 여 앞에서 급격히 달라진 한국 대통령선거판이 자못 신기하게 비춰졌을 것 같다.

앞이 어둡고 흐린 만큼 전문가들 분석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비유까지 나온다. 그 가운데 각 대선주자의 태어난 해(띠)를 중심으로 한 아주 그럴듯한 소재를 엮어본다.

이명박은 1941년 신사생(辛巳生) 뱀띠다. 신사생 뱀띠는 뱀 중에서 백사(白蛇)에 해당한다는데, 이는 신(辛)이 서방의 백색을 상징하기 때문이란다. 그런가하면 통합신당의 정동영도 1953년 계사생(癸巳生) 뱀띠다. 이 뱀은 계(癸)가 북방의 검은색을 상징해서 흑사(黑蛇)라고 한다. 백사 못잖게 흑사도 땅꾼들이 탐내는 진귀한 뱀이다. 그러니까 한나라당 이명박과 통합신당 정동영의 대결을 십이간지(十二干支)로 풀면 ‘백사’와 ‘흑사’의 한판 승부라는 것이다.

또 뱀의 천적이 바로 돼지라는 지적이다. 옛날부터 뱀이 많은 지역에서는 반드시 돼지를 키웠다고 한다. 돼지가 뱀을 마치 국수가락처럼 쉽게 잡아먹는 것은 뱀의 맹독이 돼지의 두꺼운 지방층을 뚫지 못해서이다. 따라서 뱀을 무서워한 우리 고대 사회에서는 반드시 집에 돼지를 키워 대비했다는 게다.

‘한자어’의 집 ‘가(家)’자에 돼지 ‘시(豕)’자가 들어있는 뜻이 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했다.

정작 올해가 정해년(丁亥年) 돼지해다. 또한 공교롭게도 11월 달이 음력 돼지달(亥月)에 해당한다. 이런 까닭에 뱀띠인 이명박과 정동영은 이 11월에 어떤 형태든 스파크를 튀기게 돼있다는 비유이다. 즉 돼지 월(月)에 파란과 갈등이 심해지는 사해상충(巳亥相沖)이란 것이다. 그런 판에 난데없는 이회창이 뛰어 들었다는 얘기다.

이회창은 1935년 을해생(乙亥年) 돼지띠다. 말하자면 나가있던 돼지가 돼지해(年)의 돼지달(月)을 맞아 다시 옛 집터에 돌아와 용쟁호투(龍爭虎鬪) 대신에 숙명적인 뱀과 돼지의 ‘사쟁해투(巳爭亥鬪)’를 벌인다는 것이다. 결과를 아무도 예상 못할 형편이다. 오죽하면 이회창씨가 나왔겠느냐, 이왕 나왔으니 뛸 수 있게 놔둘 것이지 왜 연일 몰아세우는가, 여론 조사대로면 보수 대 보수의 싸움으로 차제에 좌파를 3등으로 밀어젖히자는 보수 일각의 반응이 만만찮다.

그러나 지금의 3자구도가 계속 되면서 BBK가 어느 정도 위력이라도 발휘한다면 상황은 좌파에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완고한 좌파 30%가 후보 단일화로 단결하고 야당과 보수 싸움에 식상한, 특히 이명박에 실망한 중간층의 10%정도만 좌파에 가세한다면 대선승리는 40%선에서 낙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이달에 돌출한 巳爭亥鬪(뱀과 돼지의 싸움)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