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운명을 가를 대통령 선거일이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에 후보자를 비롯한 각 대선 캠프는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초조할 것이다. 국민들 역시 누가 대통령이 될지, 과연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 될지, 마음 졸일 시간이 다가온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만도 아닌 것 같고, 뭔가 해일처럼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어째 사라지지가 않는다. 그 까닭은 이번 선거과정에 나타난 유권자 표심이 과거 대통령선거 때 보지 못했던 ‘갈등’ 현상이 매우 심한 것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일찍 머릿속에 있던 후보를 끝까지 마음에 지킬 자신 없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늘어나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말의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당국자미(當局者迷)라는 한자 표현이 있다. 이는 그 일을 직접 맡아보는 사람이 도리어 그 실정에 어둡다는 말이다. 또 방관자청(傍觀者淸)은 그 일에 직접 관련 없는 옆 사람이 오히려 사태를 밝게 본다는 뜻이다. 바둑이나 장기 같은 것을 두고 있는 당사자 눈에 미혹 한것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는 한 수 아래 사람이 뚜렷이 국면을 알 수 있는 사리를 우리 모르지 않는다.

올 대선 양상이 꼭 그러하고 또 그러했던 것 같다. 올 초부터 11월 대선후보등록 직전까지에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겠다고 포부
를 밝힌 인사들이 수십 명에 달했었다. 그 때 이 「고재구의 세상보기」 지면에는 ‘대한민국 참 행복한나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다. 그렇지 않은가, 나라 안 사정은 해마다 더한 경제적 압박으로 거의가 죽을 맛이라는데도, 나라꼴은 정치는 없고 극심한 정쟁에 편 가르기 싸움만 있었다. 모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나라 구할 지도자가 수십 명씩이나 몰려 나왔으니 대한민국이 무척도 행복한 나라 아니냐 말이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들의 나라 걱정하는 표현이나 국민 염려하는 말들을 듣자면 정말이지 우리의 미래는 조금도 불안해 하거나 미심쩍어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참 행복하다는 표현이 더 한층 적절했다는 판단이다. 그 생각이 달라져야 할 이유는 지금도 없지 싶다. 무려 열 명이 넘는 대통령후보가 투표 전일인 12월18일 자정까지 우리 국민을 향해 열띤 사자후를 내 뿜게 돼있다.

한마디 한마디에서 나라 위하고 국민 위하는 간절함이 연출될 것이다.

아마 숱한 공약과 유세장의 말대로면 십여명 후보 가운데 우린 누굴 찍어도 다 행복해질 것이 틀림없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말과 통한다. 실현성 없는 무지갯빛 공약을 이미 국민이 잘 판단하고 있는 바다. 즉흥적인 말잔치에 현혹될 국민도 없을 것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누구를 찍겠느냐”는 물음에 “기호 13번 적어 내 이름 쓰고 찍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한다고 한다. “깨끗한 사람을 눈 씻고 찾아도 없다”는 국민 함성이 천지를 진동시켜도 작금의 대선 후보들 귀와 눈은 ‘쳇바퀴’ 안에서만 머물 뿐이다.

이래서 예부터 당사자가 그 실정을 모르고(當局者迷), 관전해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일 말미를 더 잘 안다(傍觀者淸), 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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