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이치나 사람 사는 순리가 세상 어디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숲이 울창 한데는 온갖 새들이 다 모이고, 사람이 많은 데는 별별 사람 소리 다 있기 마련이다.

온갖 새소리 나는 숲속은 평화롭고 고요하지만, 별별 사람소리 나는 세상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서로 뜻이 안 맞아 종일토록 충돌하고 깨지는 소리가 넘쳐나는 세상은 한 발짝도 더 전진을 못한 채 파괴적 현상만을 빚게 될 것이다.

이를 우려한 표현 가운데 동양에서는 입향순속(入鄕循俗)이란 말이 있다. 그 고장에 가서는 그 고장의 풍속을 따르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말이 여러 문헌에서 발견된다. 특히 ‘중용(中庸)’에서는 “부귀에 처하여서는 부귀를 행하고, 빈천(貧賤)에 처해서는 빈천을 행하고, 오랑캐에 처하여는 오랑캐에서 행하고, 환란에 처하여서는 환란을 행한다”라고 하였다.

이는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인들에게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었을 것이다. 당시의 급박했던 현실은 노(魯)나라의 백성이었다가 오늘은 초(楚)의 백성이 될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서양에서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이렇게 사람 사는 방법은 동서양이 매 한가지였다. 모나면 정 맞는다는 소리다.

이런 논리가 어떤때 소신 발언이나 양심 표현을 막고, 독재시대에는 주눅 든 양화가 힘 가진 악화와 타협하는 구실까지 거들었다. 옛 충신의 절개를 꺾은 효험은 말 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마다 이 (입향순속) 뜻이 강조 되는 것은 인간 세상이 평화를 지향하는 때문이다. 세상 분란이 일어나면 파괴와 소모적 현상이 필연적이다. 또 대립하면 전쟁을 부른다. 백성이 불안하고 불행해지는 첩경이다.

지난 19일 이 땅은 선거 역사상 최고로 시빗거리 많던 대통령 선거를 끝냈다. 이명박 당선자가 500만표 넘는 압도적 표차를 낸데 대해서는 더 부언할 여지없는 소상한 분석이 각 언론을 통해 나왔다. 예전 같으면 금방 등을 돌렸을 선거 시비의 홍수 속에 들어 앉아서도 국민이 꿈쩍 하지 않은 이유를 통합신당을 비롯한 여러 낙선 정파가 준엄한 교훈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오죽 했으면 도덕이고 진실이고를 다 떠나서 무조건 정권 바꾸겠다는 일념만을 국민이 불태웠겠나, 이를 정확하게 판단치 못한 정치 세력은 내년 4월 총선에서도 명함 내밀 생각을 접어야 될 것이다. 임기 두 달 남은 정권이 대선 사흘 앞에 정부 각 부처 기자실 대못질 하느라 정신없던 장면은 꼭 이명박 후보 선거운동을 위한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것만 같았다.

어쨌거나 대선을 끝낸 우리는 싫던 좋던 또 한 시대를 맞게 됐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이다. 따라서 민주적인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 큰 민주주의 대의이다. 이런 대의가 무시되면 민주국가는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입향순속)의 비유가 어떨는지 모르나 우리는 이제 마음을 모아야 한다. 당장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나라 구석 구석을 다시 수리해서 세계 속의 우리 대한민국 명성을 빠르게 회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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