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무자년(戊子年) 쥐띠 해를 맞아서 우리사회 전 계층이 올 한 햇 동안 쥐의 부지런함과 같이 열심히 일 하자고 다짐했다.

더욱이 곧 들어설 새 정권의 청사진을 기대하는 연초 모습이 확연했다.

그 많은 시비에도 아랑곳 않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쏠렸던 유권자 표심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이 나라 경제를 살려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이명박 당선인의 자세 또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문제에서 비켜 설수가 없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생활 속 마주치는 우리 서민들 눈빛이 아주 달라졌다. 생기가 되살아나 보이고 희망 가지는 표정이 역력하다.

기대가 큰 만큼이나 혹시라도 실망이 커질까봐 겁날 지경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이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못 느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실업 인구 증가율이 2002년 이 후 매해 4% 가까이씩 치솟은 정황은 형편없이 궁핍해진 우리 현실을 웅변한다.

그런 가운데서 공무원 숫자는 만 명 이상이나 늘어났다니 소위 국민 참여정부의 나라 모양이 어떤 형태였는지 구차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공무원 수가 그렇게 늘어났는데도 국민들 일자리 수는 해마다 대폭으로 줄었다. 중소기업 등 부도업체 수가 매년 수 천 개에 달했으니 그건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세상 물정이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에 취업할 생각은 애시당초 없어진다. 오직 철 밥통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야할 판이다. 정부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율이 수 백 대 1 이었다는 소리가 조금도 놀라울게 없다. 중산층의 대 몰락은 필연이었다는 판단이다.

중산층의 붕괴는 신용불량 인구를 더욱 팽창시켰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4년간 153만명의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조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9월 현재 신용불량자 수가 266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그 4년 기간에 신용불량자가 최대 47만명 늘어난 수치로 추정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만화방이나 찜질방 등에서 사는 신종 노숙자들이 늘어나 사실상의 노숙 인구가 10만에 육박한다는 통계다. 이 가운데 한 해 400명 정도가 객사를 한다는 조사 보고가 있었다.

이같이 지금 한국 사회 저변에는 부지기 수의 패자(敗者)가 패자 부활을 꿈꾸며 도사려 있다. 그래서 온갖 험담에 귀 막은 유권자들이 대통령에 이명박을 뽑았다. 4월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압승할 공산이 짙다. 당 내부 싸움이 커져서 국민을 너무 실망 시키지 않는 한은 말이다.

차기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 기대가 보수와 진보의, 좌파와 우파의 벽을 넘었다. 여론조사에 89%의 국민이 국정을 잘 이끌 것으로 답했고 82% 국민이 경제가 좋아 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민심이면 이명박 호의 출항은 격랑 없이 매우 안정적일 것이다. 관건은 물론 순항하는 가운데 어획고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의 여부다.

파도소리 요란치 않은 잔잔한 바다 위에서 열심히 한번 어획량을 높여보라는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가 이명박 호의 가슴을 친다. 올 한해 겨울바다의 고래잡이를 성공 시키지 못하면 거친 민심의 바다가 쓰나미처럼 밀려 들것이다.

부활을 포기해야 하는 패자들 설움이 한꺼번에 뒤섞여 분노의 바다가 되면 이명박 호의 항해가 어려워진다.

때문에 차기 이명박 정부는 절대로 논공행상에 빠져서는 안 될 일이고, 결코 오만 해서도 안 된다.

패자 부활시대를 기필코 열어야 하는 역사적 책무만을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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