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를 봤다. 우연히 엔드게임의 전편인 인피니티 워를 본 후 결정판도 볼 수밖에 없었다.

어벤져스의 적으로 나오는 타노스의 캐릭터를 보면서 그와 비슷했던 역사 속 여러 인물을 연상한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 덕후들에 따르면 타노스는 학살을 전문으로 하는 악당이다. 학살 이유는 균형생존때문이란다. 타노스의 고향은 타이탄’. 그는 증가하는 인구 때문에 타이탄이 자멸했다고 확신한 뒤 자신이 우주의 균형자가 될 것을 결심한다. 방법은 우주 생명체의 반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절대적인 힘을 구사할 수 있는 반지들을 차지한 후 단 한 번의 손가락 튕기기로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버린다. 지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이에 슈퍼히어로 어벤져스가 뭉친다. 사실 이들은 서로를 불신하며 피 터지게 싸우는 등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캐릭터들이었다. 그러나 타노스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에 공감하며 공동체 의식을 발휘한다. 이들은 시간여행이라는 기발한 계획으로 타노스와의 마지막 일전에서 승리한다. 타노스는 한 줌의 먼지가 되고 사라졌던 절반의 생명체들은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급진주의자 타노스에게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는 게 최선이었다. 숭고한 목표였다.

그러나 어벤져스의 입장에서 볼 때 타노스의 그 같은 행위는 학살이고 재앙이었다. 제아무리 대의명분이 그럴 듯하다 해도 생명체의 반을 갑자기 죽이는 일은 어벤져스에게는 결코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이다.

타노스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가족을 잃은 생명체들이 행복은커녕 자신을 향한 원한을 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특히 어벤져스가 복수할 줄은.

타노스를 연상케 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히틀러를 떠올리게 된다. 히틀러 역시 자기만의 철학이 있었다. 그에게는 나치즘만이 최고의 선이었다. 그런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 인류 최대의 비극인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죽였다. 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감을 이용, 유대인에 대한 복수심을 조장한 그를 역사는 최악의 악당으로 평가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타노스와 같은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은 도처에 깔려 있다.

그들은 타노스처럼 자신의 생각이 항상 옳다고 여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늘 으로 삼고 배척한다.

그러나 영화 속 타노스가 오판했듯 현실 속 타노스들도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타노스가 많아질수록 어벤져스 또한 여기저기서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영화 속 타노스는 어벤져스에 의해 사라졌지만 그의 철학을 신봉하는 제2의 타노스가 등장해 어벤져스에 복수할 것이다. 그러면 제2의 어벤져스가 나타나 또다시 복수하게 될 것 아닌가.

속세도 영화와 다를 바 없다.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치 지도자들이 날이 갈수록 되레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복수심을 국민들에게 몸소 심어주고 있질 않은가.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아무리 외쳐대도 이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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