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노래 경연대회가 있었다. 2011MBC가 기획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대회 방식은 이랬다. 일단 7명의 가수가 7명의 개그맨과 각각 짝을 이뤄 가수-매니저 관계로 계약을 한 다음, 가수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미션곡을 2주 간 연습한다.

연습이 끝나면 가수들은 10대부터 50대까지 남녀노소로 구성된 청중 평가단 앞에서 노래를 하는데, 평가단은 가장 마음에 드는 가수에게 투표한다.

투표가 끝나면 투표수를 합산하여 1위부터 7위까지 순위를 매기고 7, 즉 꼴찌를 한 가수는 탈락하게 된다. 탈락한 가수의 빈자리는 다른 가수가 맡는다.

이런 식으로 매 회 한 명씩 가수가 교체되며,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한 명의 가수는 한 회분동안 자신의 이름을 건 단독 무대를 열 수 있는 특전을 얻게 된다.

물론 강하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지만, 강한 자가 항상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에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기보다는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공룡 등 한 때 지구를 호령했던 거대하고 강한 동물들을 보라. 모두 멸종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인간은 어떤가. 비록 허약해보이기는 하지만, 그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질 않은가. 그래서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된 것이다.

인간들만의 무한 경쟁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국가도 다를 바 없다. 강한 국가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국가가 강한 것이다. 유럽을 호령했던 로마제국도 강했지만 끝내는 멸망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한다. 심지어 군사적으로 강한 국가들도 살아남기 위해 과거 한 때 적이었던 국가들과 합종연횡을 서슴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해군력만 따지면 세계2위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살아남기 위해 미국에게 손을 벌린다.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미국에 아부한다. 영국하고도 군사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하고도 대화하자고 한다.

이러는 일본이 나쁜 것인가. 우리가 보기에는 그럴지 몰라도 일본 국민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속으로야 어떻든 트럼프를 만나 온갖 아양을 뜨는 아베 총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자존심 상해서 우리는 그렇게는 못한다고?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남에게 빌붙어 구차스럽게 연명하고 싶지는 않다고?

본인들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나라가 망하면 자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이스라엘 민족이 망한 뒤 그들은 70년 간 비참한 포로생활을 했다. 멸망당한 당대뿐 아니라 그 후손들까지 그랬다. 나라 없는 설움에 갈 곳이 없어 이리저리 흩어지기도 했다.

국가 지도자들의 무능과 국민들의 무지로 36년 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는 또 어떤가. 우리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나라를 빼앗은 일본만 탓하고 있질 않은가.

오해하지 마시라. 우리나라를 강제로 침탈한 일본의 행위가 잘 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가 간 싸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그랬으니 앞으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거추장스런 허울 따위는 벗어버리자는 말이다.

그러니 위정자들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시대정신에도 한참 맞지 않는 낭만적인 이상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목표인 살아남는 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나라 망하고 난 뒤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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