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 측근인사들이 본격적으로 신당 창당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을 초긴장시키고 있다. 고 전 총리가 참여하는 신당은 내년 3월 출범한 뒤 6월 지방선거에 후보를 출마시키는 스케줄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고 전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 인지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2007년 대선과 관련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다. 때문에 ‘고건 변수’가 대선 전 정계 개편의 ‘핵폭탄’으로 부상할 전망이다.물밑 작업이 한창인 ‘고건 신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추적해봤다. 고 전 총리 주변에서는 민주당 전 인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전해지고 있다. 고건 신당이 태동한다면 그 인적 구성원들은 전 민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기본 얼개가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모’ 전철 밟는 ‘우민회’

고 전 총리의 최측근과 접촉한 수도권의 L 전 의원은 “고 전 총리측과 몇 번 만났고, 신당과 관련 경기도 지역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면서 “재건한 민주당으로도 희망이 없다는 전제 하에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고 전 총리는 최상의 카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반응. ‘일오회’ 멤버이기도 한 그는 일오회에서도 고건 신당과 관련 상당한 논의가 진척되고 있음을 귀띔했다.

일오회는 최명헌 장재식 박상천 김충조 유용태 전 의원 등이 월례 모임을 갖고 있는 민주당 낙선 의원들의 모임이다. K 민주당 전 의원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최근 고 전 총리와 회동한 그는 “고 전 총리와 여행을 함께 한 것이 알려지면서 대선과 엮어 부풀려진 게 사실”이라며 고건 신당 관련, 적극 개입을 부인했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10월 재보선을 타진하며 세력화를 모색해온 전 의원들이 고 전 총리 신당의 태동 움직임과 맞물려 정계 개편의 흐름에 가세하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당 전직 의원들이 고건 신당에 조심스런 가운데 하부 조직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조직책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는 정당 조직국장 출신이다. A 전 국장은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며 각 군·시·도 단위 하부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이들을 발굴, 빈번하게 접촉중이다. 그는 오랫동안 조직국장으로 활동,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와 조직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는 전언이다.

‘전현직 시장 및 군수 접촉 빈번

그렇다 해도 A 전 국장 역시 조심스럽다. 그는 “오는 10월 재보선 즈음에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현직 시장 및 군수 등과 접촉하고 있으며 2006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신당의 이름으로 지방선거 후보를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그는 보름 전부터 호남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고사모 우민회’ 역시 고건 신당과 무관치 않음을 밝혔다. A 전 국장은 “호남 지역 고사모 우민회 지역 책임자들은 이전 군수나 시장 등 조직을 가동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 지역에서 우민회원으로 활동하며 조직책 모집에 나서고 있는 L씨 역시 “시·군 단위 지도자급의 인사들이 함께 하고 있다”면서 “고 전 총리와의 교감이 아닌 자연스럽게 발생한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고 전 총리 외곽에서 벌어지고 있는 신당 출범의 움직임은 민주당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 한 핵심당직자는 “중앙당과 달리 지역으로 내려갈수록 대안 정당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면서 “각 당이 본격적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10월 재보선 이후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의 분석은 한화갑 대표에 대한 반발 심리 작용에서 기인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불거졌듯이 총선 이후 한 대표가 민주당 당권을 장악하면서 전 의원은 물론 전 당직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럼에도 그는 “지방선거나 대선이나 아직 먼 얘기”라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 조직을 갖추고 있는 전 민주당 의원들이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당을 둘러싼 이러한 움직임에 고 전 총리측은 “전혀 관계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당 전 인사들이나 지역에서 정치 세력화를 모색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것. 한 측근은 “고 전 총리는 개입해 신당을 차리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면서 “만약 그러한 움직임이 있다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같은 고 전 총리측의 부인에도 양측엔 암묵적 동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국민 후보’ 명분 걸고 창당

고 전 총리가 현실 정치에 발을 내밀기 전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그의 현 입지상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신당의 모습이 완전히 갖춰진 뒤 자연스럽게 영입되는 형태로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고 전 총리의 입장에서 잠룡들이 우글거리는 기존 정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기득권을 가진 잠룡들의 반발로 인해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기세 싸움에서 밀린다면 2007년과는 완전히 멀어질 수도 있다. 특히 각 당 대선 후보 낙찰이 경선으로 굳어지면서 ‘조직’이 없는 고 전 총리는 예선전에서도 참패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는 민주당이나 중부권 신당이나 마찬가지다. 한화갑 대표나 심대평 충남지사가 버티고 있는 곳에선 고 전 총리는 뒷방 신세로 밀려날 수 있다. 때문에 고 전 총리가 선택해야 할 카드는 ‘국민 후보’라는 명분을 내건 ‘고건 신당’만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현장을 누비고 있는 조직책들의 뇌리엔 이러한 기조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재판중인 한화갑 ‘대사면’ 환영 노림수
- “사면에도 조건이 있다”


‘광복60주년대사면’을 앞두고 여야의 대립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민주당 주변에서는 한화갑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 고건 전 국무총리와 관련 민주당 안팎 인사들의 ‘신당 합류’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 대표의 거취에 따라 민주당이 새로운 국면에 절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 유죄를 선고 받았으며, 상고심이 진행중이다. 사면의 경우 형이 확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가능하기에 이번 사면과 관련, 한 대표는 대상에 오르지 못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은근히 사면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면과 관련 민주당의 공식적인 반응은 한 대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오는 8월15일에 정치인이 대거 사면돼야 재판 중인 한 대표 역시 기회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법원 판결 후 “경선자금이 문제가 된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법원의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면 대상자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 한나라당은 원론적인 수준의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에 대한 민주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 두 번째 이유다. 당 안팎으로부터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는 한 대표, 그에 대한 법원 판결이 고건 신당에 가속 페달을 달아 줄 수 있을 것인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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