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강경 입장 때문에 黨 할 일 못하는 것 아냐”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지난달 24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이 거부돼 국회 정상화는 또다시 무산됐다. 국회 정상화가 협상과 파행을 거듭하면서 어느 때보다 각 당 원내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일요서울이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만나 원내 역할과 상황 등 국회 전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사진= 방태윤 기자]
[사진= 방태윤 기자]

-“다음 총선, 정부·여당 평가 받는 선거...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

 

합의안 추인 거부 소식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새 협상은 꿈 꾸지도 말라고 비판했고 한국당은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국회 공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일부 상임위만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춘숙 의원이 소속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는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 참여가 기약된 바 없어 답답한 실정이다.

-한국당과의 국회 정상화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소속된 복지위와 여가위에서 법안 심사가 필요한 주요 법안에 대해 소개한다면.

▲한부모 가정의 복지지원을 29세까지 늘리는 법이라든지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민생과 맞물려 있는 법안들이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특히 여가위에서는 사회적 이슈인 양육비에 대해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필요하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부모에 대해 운전면허정지·출국금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공전을 계속하고 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복지위와 여가위는 인사청문회나 큰 현안이 발생하고 있지 않아 한국당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본인들이 공세를 취할 수 있는 상임위만 들어오겠다는 입장인데 이것은 마치 학생이 정규수업을 안 하고 특별수업을 하겠다는 거다. 의원이 국회에 등원해서 법안을 심사하고 의결하는 것은 국민이 준 권리이면서 의무이기 때문에 소임을 다해야 한다.

-추경과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당의 노력이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원내 지도부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인영 원내대표는 취임한 이후 바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40여 일이 넘는 동안 협상을 통해 지난달 24일 3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작성하고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후 한국당 의총에서 추인이 거부되면서 협상이 파기됐다. 합의안 서명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개인으로서 한 게 아니다. 국회 정상화 합의에 대해 당대표와도 의논했을 것이기 때문에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안에 대한 추인 거부는 지도력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이 한국당의 모든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협상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의 권위와 신뢰를 보여주지 않으면 앞으로의 협상이 어렵다. 믿고 협상을 해도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거다. 이는 정당 간 협의를 파기하는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행태다. 40여일을 함께 협상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한국당이 아무렇지도 않게 재협상하자고 말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협상의 통로가 열려 있지만 한국당이 협상 파기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원장 등의 행보로 이인영 원내대표가 원내 협상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국회 파행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인영 원내대표는 인내력을 발휘하면서 협상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해찬 당대표는 대표로서 역할을 하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원장으로서 정책을 연구하기 때문에 서로 맡은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원내대표가 전권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 원내대표는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당청관계에서 청와대가 강경입장을 피력해 원내지도부의 협상 입지가 넓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당청관계는 협조하기도 하고 이견이 있으면 토론하기도 한다. 청와대가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에 당이 할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총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당의 목소리가 중요하고 의원들을 움직이는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청이 충분히 논의하고 조율하는 관계다.

대통령이 추경 통과를 재차 강조하기 전에 의원들은 지역구 등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때문에 추경 필요성은 이미 느끼고 있다. 이제 겨우 추경 시정연설이 진행됐고 심사는 시작조차 못해 답답한 것은 사실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아들취업 특혜 논란’이 커지자 민경욱 대변인은 대통령 아들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동시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민경욱 대변인 발언은 전형적인 물타기다. 황교안 대표는 아들 취업 사례 발언하며 청년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고용 문제와 취업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이에 민중당 등에서 황 대표를 고발했다. 황 대표 아들에 대해 채용비리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 수사기관에서 조사할 문제다. 특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민주당이 총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천은 의원들과 새로 정치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의 판단이 아닌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정해 진행하는 점은 만족한다.

(비례대표는 정치 신인에게 주는 3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없다는 물음에) 비례대표가 지역구에 도전할 때 신인에 준하는 점수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는 의정활동하면서 경험을 쌓고 의정보고서도 돌릴 수 있고 정치자금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신인과 똑같다고 볼 수 없다. 정치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도전해야 한다.

-용인 수지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다음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이인영 원내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 총선이 유리하지도 않고 불리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다음 총선은 문재인 정부 임기 3년을 넘어가며 정부·여당이 평가 받는 선거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원래 총선은 여당에게 늘 불리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를 정상화 시키고 국민들에게 법안과 예산을 제대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당이 가고자 하는 길을 보여주는 게 총선에 임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의정활동 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점과 향후 하고 싶은 일을 소개한다면.

▲아토피 환자는 가벼운 질환으로 취급돼 산정특례를 받지 못해 본인 부담금이 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점을 제기했다. 유방암 환자들이 사용해야 하는 약도 굉장히 비싸다. 그래서 여성들이 약이 있는 줄 알면서도 비용 문제 때문에 주사를 맞지 못해 힘들어 했다. 내가 노력을 기울여 그 약을 건강보험에 포함시켰더니 환자분들이 ‘한 사람을 살려준 게 아니라 가족들 모두를 보살펴줬다’고 고마워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최근 조현병을 비롯해 정신건강 문제에도 관심이 있어 국립 트라우마 센터를 만드는 법을 만들고 국립 트라우마 센터를 운영하는 예산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복지위와 여가위에서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법과 정책, 예산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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