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6월 임시국회가 열렸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소동으로 국회가 공전한 지 2개월여 만이다. 물론 아직도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인내심을 가지고 자유한국당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다. 86세대의 지도자에서 성숙한 국가지도자로 진화하는 중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강성 의원들의 성화에 체면을 구기기는 했지만, 사태를 더 악화시켜서 자신들이 얻는 정치적 이익이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정상화에 합의 해야만 했다. 김용태 의원, 장제원 의원과 같은 중도 성향의 중진의원들이 등원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국회정상화가 됐다.

올해 국회가 역대 최악의 일 안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상황에서 그 오명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국회정상화가 시급했다. 통과 법안의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면 그 오명을 벗어던질 수도 있기에 이번 임시국회가 20대 국회의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국회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정기국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전초전이기에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번 임시국회가 법안통과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난 4월 소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어 국회를 공전시킨 장본인인 법안들에 대해서 꼼꼼히 따져보는 작업도 필요하다. 당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이다. 그 중에서도 국회의원들의 명운을 쥐고 있기에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법안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의안번호 2019985424일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이고, 이는 국회 홈페이지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법률안의 제안이유의 일부는 현행과 같이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국회의원수와 지역구의 의석비율을 3:1로 하고라고 되어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려다 실수를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공동발의한 국회의원들, 그들의 보좌진, 국회사무처 법제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이 법률안을 만드는 데 참여한 모든 이들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오류이다.

이 내용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317일에 합의한 21대 국회의원선거제도 개편의 기본원칙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유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3:1로 하면서와 같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3:1로 해야 했다. 이 오류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공동발의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 모두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으려다일어난 사달이니 누구 탓을 할 것도 없다.

한편 개정안 제47조 제2항에서는 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일 전 1년까지 제출한 당헌·당규 등으로 정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함을 규정하고 있고, 선거일 전 1년 후에 창당 또는 합당한 정당의 경우에는 그 성립한 날부터 1개월까지 위의 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 제52조 제4항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위반한 경우 후보자 등록을 무효로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대 330일이고 이 개정안의 유보조항도 없으니 실제 내년 415일 총선에서 이 개정안은 적용불가, 무용지물인 셈이다. 또한 선거 직전 창당하는 신생정당이나 창당준비위원회 형태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을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은 20대 국회가 자신들이 참전하는 21대 국회의원선거를 위한 선거제도개악이 아닌 22대 국회의원 선거제도개혁을 위한 아름다운 희생이 패스트트랙 소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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