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세상은 탈탄소를 위해 원자력을 포함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만 시대착오적인 탈원전에 빠져 있다. 세계적인 컨센서스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 탈탄소는 시급한 문제이며, 원자력의 이용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내놓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원자력을 2050년까지 현재의 2.5배로 확대해야 하며, 최대 5~6배까지 늘려야 한다. MIT2018년 발간한 탄소제약세계에서의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에너지를 발전믹스에서 배제할 경우, 탄소배출을 고도로 줄이는 비용이 2~4배 증가한다. 당연히 원자력의 비중이 클수록 탄소저감 비용은 내려간다.

올해 OECD 산하의 국제에너지기구(IEA)20년 만에 청정에너지 시스템에서 원자력이라는 원전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처를 위해 2040년까지 원자력을 현재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려야 하고, 기존 원자로의 계속운전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또한 신규원전 건설을 늘리지 않을 경우 OECD 국가들은 2040년까지 16000억 달러(1900조 원)를 추가로 투자해야하고 전기는 비싸지게 될 것이다. 참고로, OECD 산하에서 원자력을 담당하는 원자력에너지기구(NEA)가 아닌 원자력 외의 에너지를 담당하는 IEA가 원자력의 계속운전 및 신규원전 건설의 중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이 있어야 전력망이 안정되어 간헐성인 태양광 풍력 보급에 도움이 되고, 수입연료를 대체하여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있었던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의 선언문에도 원자력을 이용하는 국가에 있어서 원자력의 에너지 안보 및 안정적 청정 전력공급에 기여하는 바가 명시되어 있으며, 에너지혁신에 있어서 첨단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강조되어 있다.

영국 정부와 민간기업(BP, 캐터필러, EDF, 롤스로이스, )이 구성한 에너지 기술 기구(Energy Technology Institute, ETI)의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배출을 줄이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안에는 원자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글의 경우에는 데이터센터 전력의 100%를 신재생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하루 24시간 1365일 지속적으로 무탄소전력 100%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물론 원자력이 중요한 무탄소 전원으로 포함되었다. 무탄소 100%에 가장 근접한 데이터센터는 핀란드에 있는 데이터센터로서 대부분의 전기를 원자력과 수력으로 공급하고, 일부 풍력 전력을 공급받는다.

기후위기 방지를 위해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IPCC, IEA, G20 등 국제기구 및 MIT, ETI 등 학계 및 산업계가 모두 동의하는 공통된 인식이다. 201711월 제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에서는 25개 국가가 참여한 탈석탄동맹(The Global Alliance to Phase Out Coal)이 공식 출범하였다.

영국과 캐나다의 주도로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뉴질랜드, 멕시코 등의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주 원인인 석탄 사용을 2030년까지 완전히 퇴출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하는 한편, 이를 위해 협력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세계는 탈탄소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고 있다. 탈원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위한 탈원전동맹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원자력은 역사를 통해 검증된 공급이 안정된 청정에너지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20년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간에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았다.

반면 현재 연간 증설속도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세계 태양광 설비는 작년 연간 100 GW 정도였다. 설비용량만 얼핏 보면 원전 100개 분량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발전소의 생애기간 발전량으로 보면 원자력발전소 10기 분량인 10 GW에도 못 미치는 작은 양이다. 후쿠시마 사고 여파로 쪼그라든 원자력 신규 증설량이 지난해 10GW였다. 게다가 간헐적인 태양광은 가스발전의 보조를 받아야 하기에 높은 수준의 탄소저감에는 한계가 있다.

세계는 기후위기 대응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태양광, 풍력, 원자력 모두 늘려서 탄소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우리만 탈원전에 매몰되어 태양광도 원자력도 모두 어렵게 되었다.<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 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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