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민

최근 일하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행사가 열려 참석하게 되었다. 날은 덥고 사람은 많아 행사장에 앉자마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행사가 열리기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고, 행사 당일에는 새벽까지 글을 쓰느라 잠을 푹 자지 못해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몸은 피곤했고 정신은 몽롱했다. 행사 시작 전에 사회자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만사가 귀찮았고 빨리 행사장을 벗어나고 싶었다. 사회자의 이야기가 끝나자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브라스 밴드의 연주곡이었는데 처음에는 흥겹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관악기가 귀에 거슬려 음악이 가슴까지 전달되지 않고 귀에서 겉도는 것 같았다. 평상시 같으면 시원한 브라스 밴드의 연주를 흥겹게 즐겼을 텐데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그렇게 몸과 마음, 영혼이 축 처지자 갑자기 미래가 막막하게 생각됐다.

상한 일이었다.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에게 새로운 행복이 찾아올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그런 막막하고 불안한 생각은 평상시에도 가끔 떠올랐는데 그럴 때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을 전환했지만 느닷없이 기분 나쁜 감정이 솟구치니 당황스러웠다.

미래가 암울할 것 같은 생각이 계속되자 괴롭기까지 했다. 그런 와중에 브라스 밴드의 연주곡이 끝나고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뉴에이지 풍의 밝고 경쾌한 곡이었다. 빠른 템포의 전자음악은 마치 TV 광고의 배경음악처럼 활력과 생동감을 넘치게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음악을 들은 지 몇 분이 지나자 방금 전의 기분 나쁜 생각과 느낌은 사라지고 활기찬 에너지가 샘솟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아지더니 내가 원하는 대로 미래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아닌가? 흡사 다른 주머니에 있던 설렘과 흥분의 감정이 튀어나온 것 같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바라던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희망이 좋은 기분과 함께 피어올랐다. 그렇게 기분이 바뀌자 전에는 불가능할 것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자 대단한 의식의 변화였다.

필자가 경험했던 것처럼 나쁜 기분과 좋은 기분을 빠른 시간 안에 함께 경험하는 일은 우리들에게 종종 일어난다. 나쁜 기분을 느낄 때는 에너지가 고갈돼 의욕도 없고 희망을 느끼지 못하지만 기분이 바뀌어 좋은 기분을 느끼면 에너지가 충만해져 새로운 기대와 열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기분이 나쁠 때는 창조적 발상과 삶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주는 직관과 영감이 떠오르지 않지만 기분이 좋을 때는 직관과 영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또한 기분이 좋고 나쁘냐에 따라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감과 열정이 피어오르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과 좌절감이 생기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으면 건강이나 직장생활, 경제적 풍요, 대인관계 등 모든 일이 자신이 생각한 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만 기분이 나쁘면 모든 일이 어긋나면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분이 좋으면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리고 바라는 대로 상상하기에 그렇게 상상한 대로 좋은 일이 벌어지지만 기분이 나쁘면 앞날을 걱정하고 염려하기 때문에 기분 나쁜 감정을 느낀 만큼 좋지 않은 일이 펼쳐진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기분이라는 광대한 에너지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오늘이 삶을 살아가는 데 축복이자 선물인 이유도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기분을 통해 삶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기분은 운명을 바꾸는 위대한 힘이다.

일상생활에서 좋은 기분을 더 자주, 더 깊게 느낄수록 힘은 더 커진다. 기분이 좋을수록 우리는 신과 깊게 연결돼 신의 무한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연주로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들으며 좋은 기분을 느껴보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