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임명도 되기 전 조국 민정수석이 7월 개각에서 법무부장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정치권이 출렁거리고 있다. 윤 후보자의 검찰 수사 경력이 화려하고 강직해 정치권이 주시하고 있는데 조국 민정수석까지 법무부장관으로 갈 것이란 소식에 여야 모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한국당이다. 이미 선진화법 실정법 위반으로 당내 60여 명 의원이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윤 후보자의 지명과 동시에 경찰은 한국당 의원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당은 총선을 앞두고 법무·검찰 사정라인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여당 역시 사정풍이 양날의 검이 돼 아군까지 베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 한국당 선진화 사범(事犯) 60여명 공천여탈권 전전긍긍
- ‘양날의 ’, 비리 여당 중진의원들도 사정인가 초긴장

자유한국당은 우려하던 일이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는 분위기다. 정관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데다 사정기관을 총괄하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로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조국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법개혁을 위한 적임자로 무한 신뢰를 보내는데다 청와대에서 법무부장관 기용설에 대해 부정도 하지 않고 있어 여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조 수석의 법무부장관행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점에서 여권에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인사가 없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총선이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선진화법 한국당 중복 고발 15명 민주 15명 고발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 [뉴시스]

강직한 성품으로 유명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총수로 오고 대표적인 친문인사인 조국 수석이 사법부 수장으로 갈 경우 야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풍이 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선거제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60여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에서 고발한 한국당 의원 명단을 보면 나경원·강효상·이만희·민경욱·장제원·정진석·정유섭·윤상현·이주영·김태흠·김학용·이장우·최연혜·정태옥·이은재·곽상도·김명연·송언석 의원등 이상 18명은 426일 민주당 이 1차로 고발했다.

이어 429일에는 정양석·주광덕·전희경·홍철호·조경태·박성중·원유철·안상수·김성태(비례김현아·신보라 의원 등 11명을 2차로 고발했다. 정의당 역시 같은 날 김용태·박덕흠·이철규·윤상직·김선동·정태욱·정양석·김진태·정용기·원유철·이종구·김순례·성일종·신상진·이진복·이채익·윤재옥·엄용수·이종배·김정재·백승주·이양수·정갑윤·여상규·이만희 의원 등 25명을 고발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54명의 한국당 의원들이 고발됐고 국회사무처에서 고발한 명단까지 합칠 경우 60여 명이 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고발한 한국당 의원들 중 2회 이상 중복되는 인사를 보면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효상·김태흠·곽상도·민경욱·이장우·정제원·이은재·신보라·조경태·전희경·정진석 안상수·정유섭·박성중·송언석 의원 등 15명이다.

반면 한국당 역시 폭력행위처벌에관한 법률로 17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범계·백혜련·송기헌·이종걸·강병원·표창원·김병기·이철희·홍익표·박주민·박찬대·박홍근·우원식·이재정 등 15명과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포함됐다.

여당 인사라는 점을 떠나 고발된 숫자 면에서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4배이상 많은 상황이다.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 국회사무처까지 고발 주체는 한결같이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유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수장으로 있기 때문이다. 입법기관 겸 현역 의원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배짱과 강직함, 그리고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해야 하는 만큼 각당 지도부에서도 윤 후보자의 강직함에 대해선 보이지 않게 신뢰를 보낸 셈이다.

그런데 윤 후보자는 당시 정치가 할 일을 검찰에게 떠넘긴다며 선진화법 위반으로 중앙지검에 고발된 사건을 남부지검으로 병합해 보내버렸다. 자신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절친대윤(大尹)-소윤(小尹) 조합까지 검평천하

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직후인 20134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특별수사팀팀장을 맡아 채동욱 검찰총장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파헤쳤다. 그런데 채 총장이 내연녀 문제로 낙마했음에도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을 파헤쳐 박근혜 정권과 정면충돌했다. 이른바 항명파동이다.

윤 후보자는 평검사로 좌천되는 수모 속에서 국정감사장에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윤 지검장의 화려한 컴백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박영수 특검이 그를 특검 수사팀장에 임명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면서 재차 주목받았다.

그런 윤 지검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됐으니 여야 특히 한국당 의원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후 경찰은 선진화법 위반한 한국당 의원 4명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627일 패스트트랙 지정 처리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채 의원을 감금한 혐의로 자유한국당 의원 여상규·엄용수·이양수·정갑윤 의원에게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지난 425일 자유한국당 의원 10여 명은 채 의원의 의원실을 점거했다. 이들은 채 의원이 문을 열어 달라고 무릎을 꿇고 호소했지만 6시간 동안 채 의원을 감금했다. 당시 채 의원은 112 신고 뒤 경찰 등의 도움을 받아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선진화법은 엄격하다. 관련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 또는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를 하거나 회장장 출입 등을 방해한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회의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단체로 위력을 보이는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다. 채 의원을 감금한 한국당 의원 4명이 이에 해당될 공산이 높다. 의원직 상실 기준이 ‘100만 원 이상 벌금형임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을 앞둔 4명의 경우 최종 판결은 나지 않더라도 검찰에서 기소할 경우 공천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경우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수십명의 의원들이 고발된 이상 정치적 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겠지만 이도 안 된다. 선진화법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일단 고발된 사건은 수사가 계속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뉴시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에 임명될 공산이 높은 상황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법무부장관으로 갈 경우 한국당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복 고발된 15명에다 채 의원 감금에 직접 연루된 4명의 의원까지 합칠 경우 최소 20여 명의 현역 의원들이 검찰 발 공천 물갈이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후보자 후임으로 특수통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55·25) 이름이 거론된다. 윤 국장은 오랫동안 윤 후보자와 함께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으로 불릴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검찰에서 유명하다.

지난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할 당시 윤 후보자와 함께 정몽구 회장을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사직서로 배수진을 쳤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수사도 두 사람이 함께했다.

특히 윤 국장은 지난해 6월 법무부로 인사가 나기 전까지 서울중앙지검의 2인자인 1차장으로 윤 후보자와 손발을 맞춰 일하기도 했다. 윤 국장은 현재 윤 후보자 뒤를 이을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으로 있는 박형철 변호사도 눈에 띈다. 윤 후보자와 함께 과거 부침을 겪었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원으로 검찰 내 실세 라인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후보자는 이미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뒤 고난을 겪었던 옛 수사팀원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당시 댓글수사팀 부팀장이었던 박형철 변호사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대전고검에 머물다가 2016년 검찰을 떠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으로 발탁돼 일하고 있다.

이인영-나경원, ‘검찰 발 대폭 물갈이에 촉각

한국당에서 조국 법무-윤석열 검찰총장 라인업을 두고 석국열차라고 맹공을 퍼붓는 이유다. 나 원내대표는 626윤석열 검찰총장이 총대를 메고 조국 법무부장관이 뒤에서 조종하고, 야당 겁박에 경찰이 앞장서는 석국열차가 완성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한국당 지도부는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검찰 출신인 정점식, 김진태, 곽상도 의원을 사보임시켜서라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한국당 고발당한 곽상도·김진태 의원의 경우 윤석열 청문회 참석 하는데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역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15명이나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619일 윤 후보자 지명 관련 관훈토론회에 나와 윤 후보자의 충직성과 강직성에 기대를 건다면서도 경우에 따라 윤 후보자가 지닌 칼날은 양면적이다. 우리 정부의 이야기도 듣지 않고 자신의 원칙대로 강직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카드가 윤 후보자의 사정칼날이 자칫 내부로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래저래 윤 후보자의 등장으로 총선을 앞두고 검찰 발 대폭 물갈이가 현실화되는 게 아닌지 여야 모두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