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고(故) 노회찬 의원의 공석으로 치른 지난 4.3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당선됐다. ‘포스트 노회찬’으로 불리며 당 원내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정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 의원을 일요서울이 만났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501호에서 지난 24일 일요서울과 인터뷰를 한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 그의 뒤편으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진이 보인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501호에서 지난 24일 일요서울과 인터뷰를 한 여영국 정의당 원내대변인. 그의 뒤편으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진이 보인다.

-“한국당, 국회가 메뉴판도 아니고…민주당 선거제 개혁 소극적이면 小貪大失”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지난 4.3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늦깎이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의정활동에 먼저 돌입한 의원들의 뒤를 바짝 쫓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510호에서 여 의원을 만났다. 이곳은  당초 고(故) 노회찬 의원의 사무실이었다. 의원실 곳곳에 노 의원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요서울은 국회 생활에 관한 소회와 최근 정치 현안에 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여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고(故) 노회찬 의원의 뒤를 이어 창원 성산구에서 당선됐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오는 7월 23일이면 노 의원 서거 1주기다. 그가 사망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마음 아파했는데, 지난 번 선거 때 전국적인 응원을 보면서 ‘나를 통해서 노회찬 의원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국민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만큼 노 의원의 삶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의원 생활을 하루하루 하면서 오히려 이것이 늘 채찍과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국회의원 생활은 어떤가.
▲보통 초선이라 하는데, 나는 농담 삼아 ‘0.25선’이라 한다. 아무리 지방의회 경험이 있더라도 국회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선 국회를 배워야 하는데 이런 경험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것이 너무 갑갑하다. 두 번째로는 (의원 임기) 1년 중에서 지금 세 달 가까이 공쳤다. 남은 기간 안에 지역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시켰더니 일 좀 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손에 잡히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1년을 4년같이 활동해야 해서 마음의 조급함이 있다. 

그래도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다. 지금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데, 최근 고교 무상교육 재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태 등으로 국회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난 20일 국회 문이 열렸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정상화’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모습인데.
▲자유한국당은 국회를 완전히 농락하고 있다.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인사 청문회나 북한 목선 귀순 문제와 관련된 국방위원회 등에만 참석한다는 입장인데, 국회가 자신들이 골라 먹는 메뉴판은 아니지 않나.

-정의당은 현재 비교섭단체다.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 구성은 평화당 내부 반대로 물 건너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가운데 정의당 내부에서는 이견이 없었나.
▲지난 4.3 재보궐선거를 치를 때 ‘내가 당선된다면 그 1석은 단순한 1석이 아닌 교섭단체를 복원할 수 있는 1석’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때 정동영 평화당 대표를 만나 ‘내가 당선된다면 공동교섭단체를 복원하자’ 하니 흔쾌히 동의했다. 내가 당선돼 올라오면 바로 (교섭단체 복원이) 진행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까 (각 당의) 계산서가 조금 다른 것 같다. 

평화당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 내 의원들과 힘을 합쳐 권한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평화당은 교섭단체 구성을 총선 전략으로 본 거고, 정의당은 민생 개혁의 추진 동력으로 본 것이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니 (교섭단체 복원이) 제대로 추진 안 된 것 같다.

물론 평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교섭단체가 아니다 보니 지난 패스트트랙 과정에서도 별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논의 테이블에 끼지도 못한다. 정의당과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정치·민생 과제에 관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게 국회와 국민을 위해서 옳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평화당 태도 때문에 다들 공동교섭단체 복원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고 본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공동교섭단체 복원의 가능성은 있다.

-패스트트랙에 태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되기 위해선 집권여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선거제 통과에 대한 의지에 대해 의심을 보낸다.
▲자유한국당은 이 문제에 대해 정치 개혁의 과제 측면이 아닌 자당 이익의 측면에서만 접근하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머지 정당이라도 힘을 합친다면 이 안이 현실화될 것이라 본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될 경우 지역구가 줄어드는 농촌 지역 의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해당 당내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선거제 개혁에 대해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또는 현 제도대로 간다면 소탐대실하는 것이다. 민주당 의석을 현상 유지하거나 조금 더 지킬지 몰라도 개혁 추진 동력은 잃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개혁 동력을 실어줄 수 있는 정당의 의석수가 늘어나 국회 과반수를 확보하면 여러 가지 개혁 과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게 지금 당장 당내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가 없어지는 작은 문제에 욕심을 내다 보면 큰 것을 잃는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현재 정의당은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심상정·양경규 의원 두 후보가 선거에 출마하는데, 세간에는 ‘어대심(어차피 대표는 심상정)’이라는 말이 오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 보니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있는 사람이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배경에서 나오는 말인 것 같다. 당의 대중성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는 타당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당이 대중적 스타일에 의존한다는 한계도 동시에 갖는다. 

당원 가운데 ‘당의 정체성과 지향을 조금 더 분명히 해야 한다’며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도 있다. 양 후보를 향한 일정한 지지 흐름이 있고,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그의 슬로건이 많은 당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가 자신의 주장을 이행할 수 있는 촘촘한 실행 계획을 제시하고, 당원들과 정의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로부터 이에 관한 공감을 얻는다면 의외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후보에 그칠 수 있다. 이번 당대표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선거가 될 거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지방선거와 총선을 몇 번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권영길 전 의원, 노·심 의원을 제외하고는 당 내에 새로운 인물이 없다고 비판하는데.
▲아직 정의당은 소위 말하는 ‘비례정당’이라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진보 정치인 가운데 1세대 이후로는) 비례대표를 거친 뒤 지역구 의원으로 다시 재선된 의원이 없다. 제도권 정치나 일상적인 정치 실현을 통해 국민들에게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권영길 전 의원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거친 대중 지도자 출신이고, 대선 후보로도 출마했다. 권 전 의원은 무상교육·무상복지 등 우리 당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보편적 복지 사회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거뒀다. 노·심 의원의 경우 여러 민생 과제에 관해 국회 내에서 국민들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는 활동들을 많이 해 왔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대중적 지도력이 검증돼야 한다. 이 가운데 새로운 인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본다. 

보수 양당, 기득권 정당이 뿌리를 튼튼하게 내린 한국 사회에서 진보 정당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극복해야 한다. 비례대표에게 주어진 4년 동안 권 전 의원과 노·심 의원 등에 버금가는 대중적 정치 실천을 보여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구를 돌파해야 한다. 

-정의당의 내년 4.15 총선 전략은.
▲올해 초부터 각 광역 단위의 중앙당에서 출마 희망 후보자들에 대한 심사를 거쳐 재정적 지원 등 여러 활동을 지원하고, 출마 희망자들을 모아 워크샵도 진행했다. 또 비례대표 후보 지원자 가운데 지역구 출마자에게는 가점을 주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지역구 출마자가 많을 것이라 보인다.

또 기득권 양당의 ‘문재인 정권 심판’, ‘보수 정치 척결’이라는 선거 구도는 낡은 구도다. 정의당은 촛불 민심을 받아 경제 민주화를 실행하지 않고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에게 불평등 구조 해소를 위한 정치적인 슬로건을 제시해 낡은 선거 구도가 중심이 되지 않도록 하는 선거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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