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들썩, 여전히 허술한 거래소…'기획 파산' 의혹까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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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가상화폐 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단순히 개인간 거래에서의 범죄가 아닌 마약 구매 또는 비자금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거래소를 세워 투자자를 모집하고 수 십억 원의 돈을 횡령하는 사기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주의는 물론 관계당국의 철저한 단속까지 요구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의 경우 금융당국의 촘촘한 조사를 받는 것과 달리 가상화폐는 제대로 된 관리 기관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달콤한 정보에 투자했다간 낭패 보기 일쑤..피해액만 수천 억 원
"가상화폐업소, 철저히 감독돼야"…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성명서 채택

가상화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연초 300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500만 원으로 올랐다.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이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식에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 자금이 오가는 거래소는 여전히 허술하다. 돈을 맡겨 놓은 거래소가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낭패를 보는 투자자도 여전히 있다.    

사기파산, 기획파산 등 피해 사례도 각양각색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폐업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트레빗(Trebit)을 운영하는 노노스에 대해 투자자들이 사기파산 및 배임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자본금이 2000만 원에 불과한 노노스가 자본금 20억원의 트레빗을 합병하고, 합병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5월 7일 파산공지를 내면서 기획파산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법무법인 광화에 따르면 트레빗 이용자 27명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주식회사 노노스의 대표와 주요 임원진을 상대로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위반(사기파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사기, 업무상 배임, 유사수신행위법위반, 자본시장법위반, 사전자기록등위작및동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트레빗과 관련한 거래소 운영 전반에 대해 형사법상 문제들을 제기했다. 고소장에는 ▲트레빗 자체 코인 발행 및 거래과정과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예치금 문제와 보이스피싱 관련 계좌 동결과정 ▲노노스-트레빗 간 합병비율 등 관련 절차 ▲거래소 내 매수-매도절차 및 장부거래 여부 ▲자본금 납입과 파산과정 ▲유사수신 및 배임 등의 혐의가 적시됐다.

이번 사건의 고소대리를 맡은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는 매체를 통해 "기획사기로 확보한 재산을 암호화폐를 이용해 국외로 도피시킨 점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파산절차를 통해 합법을 가장해 증거인멸을 하려는 것에 대해 사기파산으로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또 "캐셔레스트 사건과 같이 트레빗이 자체발행한 증권형 코인에 대해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제기했고, 임원진의 자의적 운영 등을 통한 배임과 장부거래 등에 따른 사전자기록등위작및동행사 혐의 등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고 덧붙였다.

탑비트의 경우는 정부 규제로 인한 경영난에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용자들에게 알렸지만, 이후 건강하게 발견됐다.

IEO(Initial Exchange Offering·거래소공개) 거래소를 표방하며 출범한 암호화폐거래소 인트비트도 경영진이 이용자 자금을 대거 횡령,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 A대표를 붙잡았다. A대표는 이용자 투자금 중 10억원 가량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트비트는 지난 4월부터 5월 초 서버 점검을 이유로 거래소 점검에 들어간 뒤 문을 닫고 잠적했다. 6일까지 일부 금액(1인당 500만원) 출금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영진 모두는 연락두절 됐다.

피해자들은 소재지인 안동경찰서에 인트비트 경영진을 유사수신 행위 등으로 고소했고 경찰 확인 결과 이미 인트비트 거래소 법인계좌 잔고는 0원이었다. 자금을 모두 출금해 사라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당시 한 피해자는 “암호화폐 청약 등 각종 이벤트를 내걸고 투자자를 유혹해 많게는 수백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수백만원을 입금했는데 아직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 집에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트비트는 특정 암호화폐가 곧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라면서 투자자를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IEO는 거래소 상장 전에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추고 거래소를 통해 토큰을 판매한다. 토큰 상장 여부가 불명확하지만 IEO는 거래소를 통해 판매가 보장된다.

거래소가 한 번 검증한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IEO거래소 자체가 먹튀 사고에 연루되면서 시장 신뢰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법인(로펌)에 폐업 절차를 문의하는 거래소가 급증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폐업 문의 전화가 이달 들어 이틀에 한 번 정도 오고 있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결국 투자자 몫...정부, 최근에야 대책 마련

정부도 최근들어서야 관련 법령을 마련하고 대비에 나섰다. 또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와 테러의 위협이 중대하다며 이같은 국제 기준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세계 각국에 요청하는 공개성명서도 채택됐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법무부, 외교부,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제30기 제3차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참석해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업소는 감독당국에 의해 철저히 감독돼야 한다는 내용의  ‘가상자산 관련 주석서’가 최종 확정됐다. 주석서란 권고 기준과 함께 각국이 지켜야 할 구속력 있는 국제 기준이다.

주석서에는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감독당국의 인·허가를 받거나 신고·등록을 해야 하고, 감독당국에 의해 감독돼야 하며, 가상자산 취급업소에게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 이미 FATF의 권고 기준 및 주석서의 주요 내용을 반영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FATF는 각국 정부, 이해 관계자가 실제 운용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해설서 성격의 비구속적인 지침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또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와 테러의 위협이 중대하고 긴급하다고 판단, 각국에 가상자산 관련 국제 기준의 조속한 이행을 요청하는 공개성명서도 채택했다.

FATF는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는 자금세탁·테러자금 조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국제 기준을 마련하고, 각 국가의 이행 현황을 평가하는 기구다. FATF는 가상화폐를 가상자산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단속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오히려 검 경이 수사에 나선 후에야 피해받은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한 소비자도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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