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률 낮아지면 뭐 하나...’ 대형 범죄 ‘속출’

전자발찌 도주. [그래픽=뉴시스]
전자발찌 사건.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대형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면서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통계상 성범죄자 재범률은 낮아졌지만 전자발찌 관리의 사각지대는 여전한 형편이다.

위험경보 울려도 전화 확인뿐···확인귀가지도 안 해 재범에 이른 경우도

최근 충남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이른바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착용한 남성이 여성 주민의 집 앞까지 쫓아갔지만 관할 보호관찰소는 실제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며 협조를 요청한 경찰에게 위치 확인조차 안 해 준 상황이 발생했다.

앞서 여성 주민 A씨는 산책을 하던 중 남성 B씨가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근처를 맴도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내부로 진입했다. B씨도 뒤따라 내부로 들어왔다.

A씨는 황급히 자신의 집으로 올라가 문을 걸어 잠갔다. 이후 CCTV를 확인하자 옆집 주민이 아니었던 B씨가 도착해서 해당 층 내부를 살펴본 뒤 다시 내려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B씨는 아파트 앞에서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으며 위를 한참 올려본 뒤 현장을 떠났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A씨는 지역별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로 자신의 거주지 인근 성범죄자를 찾아봤다. 놀랍게도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는 성범죄자가 CCTV 속의 남성과 일치했다. 심지어 해당 남성은 성폭력 전과 3범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관할 보호관찰소에 B씨의 전자발찌 위치 확인을 요청했으나 관찰소에서는 CCTV 속 남성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았다며 위치 확인을 거부했다.

추후 경찰과 보호관찰소 모두 CCTV에 담긴 남성이 B씨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관찰소에서는 B씨가 직업특성상 현장 조사를 떠난 것이라며 B씨가 진입한 것은 인정했지만 감싸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고 한다. 복수의 성폭력 전과로 재범 위험이 있음에도 직업특성때문이라며 A씨를 이해시키려는 보호관찰소의 행태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강간미수범 풀어준 경찰

최근 A씨처럼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성범죄 위험에 노출된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성범죄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강간 미수범을 풀어줬다가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앞서 여수경찰서는 625일 오전 1시경 전자발찌를 차고 여수시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여성과 함께 투숙한 C씨를 전자장치부착법 준수사항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C씨는 혀를 깨무는 등 자해를 했으며 응급치료를 받은 뒤 오전 3시경 여수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그러나 경찰은 오전 10시경 9시간 만에 C씨를 풀어줘 허술한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은 전자발찌부착 위반 혐의는 조사했으나, 성폭행 시도 부분에 대해서 피해자 진술이 확보되지 않아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C씨의 상처 치료를 위해 석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오전 3시경 지구대의 성폭행 피해 의심 보고를 전해들은 여청수사팀이 현장에 출동해 여성을 조사하려 했으나 이미 만취 상태여서 진술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경찰서장은 625일 오후 530분경 여성으로부터 강간미수의 진술을 확보한 뒤 C씨를 조사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는 등 긴급진화에 나섰다.

최근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회사 선배의 약혼녀를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순천 성폭행 사건남성도 지난 2013년 강간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계속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전자발찌를 찬 보호관찰 대상이었지만 범행 당시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각지대 여전

통계상 성범죄자 재범률은 낮아졌지만 전자발찌 관리의 사각지대는 여전한 모양새다. 또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대형 사고(?)는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상황이다.

최근 감사원은 여성 범죄피해 예방제도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착용하고도 재범한 사람이 최근 5년 간(2014~201810) 2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들 가운데 138(최근 3년여간)의 재범 원인을 분석했다. 상당수는 충동적인 성범죄 성향에 의한 재범(117)이었지만 전자발찌 감독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표적인 문제는 전자발찌가 신체에서 분리되거나 야간 외출, 출입금지시설 방문 등으로 보호관찰소 경보가 울릴 때 전화로 착용자에게 상황을 확인한다는 점이다.

한 전자발찌 착용자는 야간에 귀가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술에 취해 있는 여성을 지켜보고 있음에도 인천보호관찰소가 전화하자 아는 형님과 공원에 있다며 거짓말을 한 뒤 여성에게 접근해 강간미수에 이르렀다.

노래방에서 강간을 저지른 또 다른 착용자는 수원보호관찰소 안양지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장례식에 있다며 야간 외출제한 해제를 잠시 허용 받고 범행을 은폐할 시간을 벌기도 했다.

전자발찌 감독시스템에 따라 경보가 울려도 보호관찰소에서 확인하지 않거나 귀가지도를 하지 않아 재범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실정 때문에 현행 제도전자발찌 장치의 한계’, ‘모니터링을 하는 보호관찰 인원 부족’, ‘보호관찰관의 안일함등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창훈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요서울에 전자발찌는 예방의 개념보다는 처벌의 개념인 제도다. 전자발찌는 성범죄자, 기타 강력범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처벌의 일환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전자발찌를 했기 때문에 범죄를 예방한다’, ‘재범을 줄인다는 것은 사실상 과한 기대라며 “(이 때문에) 우선적으로 전자발찌 처벌이 (착용자들에게)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얘기하는 게 맞을 것이다. 중앙센터에서 (착용자에 대한) 지역 한정특정지역 금지하는 등의 규제가 과연 실효적으로 (실시)되느냐의 문제인데, 위치추적만 하고 착용자가 특정지역에 접근할 경우 보호관찰관이 가면 안 된다고 단순 조치하는 것만으로는 처벌의 효과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범죄자 관리 측면에서는 착용자가 여기쯤 있구나알고 있는 수준에서 지금 현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러한 실정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는 (사회적으로) 좀 더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무부와 경찰 사이에 업무 협약협조가 원활하지 않다. (착용자가) 위반하면 경찰에 넘기고, 관리 자체는 법무부에서 하는 애매한 상황이다. 경찰이 전자발찌 위반 사례에 대한 대응을 했을 때 성과 평가에 들어간다든지 이런 식으로 서로 간의 협조를 제도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또 보호관찰관 인원들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관리해야 할 인원이 너무 많다. 보호관찰관 인력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일요서울에 전자발찌는 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한 면도 많다.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면 모니터링 강화다. 관련 기관에서는 위치를 확인해야 하고 범법행위가 있는지’, ‘없는지파악해야한다. 또 위험신호가 울릴 때 경찰이 빨리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등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모니터링 강화 시) ‘출동 인력 문제기계 성능 문제등도 같이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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