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4억↑ 보조금... 당 쪼개지면 받을 수 없어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지난 4월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이 분당 수순으로 가지 않는 것이 교섭단체가 받는 국고보조금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교섭단체를 유지하면 다음해 2월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총선 준비에 부담이 된다.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와 더불어 오는 11월 마지막 교섭단체 보조금을 받고 당이 통합 또는 결별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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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정의당 보조금 차이 4배 가까이... 불편한 동거 계속된다

바른미래당은 대안 정당을 표방하며 지금까지 국회 제3당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선되자마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호프 회동’을 제안하는 등 국회정상화에 앞장서 협상을 진행했다. 거대 양당의 힘겨루기에 오 원내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부각된다.

중재자 역할은 당이 심각한 내홍을 겪으면서 한동안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사보임 문제와 이후 당대표 신임 문제 등을 겪으면서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두고 당권파와 퇴진파가 격돌하며 서로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날리기 일쑤였다.

이후 당 내홍은 논의를 거쳐 ‘주대환 혁신위’를 세우는 데 합의하고 의원들이 다음 총선을 다른 당과 통합 없이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치르겠다고 약속해 일단락됐다.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17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주대환 바른미래당 당무감사위원장을 당 혁신위원장에 임명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혁신위 추대는 당헌당규 개정 문제와 8명인 혁신위원 인선 등을 놓고 당권파와 퇴진파 양측 간 이견을 드러내면서 28일 구성을 완료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완전한 결합을 이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시각이다.

한번 벌어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선거가 다가올수록 각자의 이익에 맞게 분당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바른미래당의 총선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교섭단체 위한 불편한 동거

일각에서는 당 자산 때문에 다툼이 있지만 불편한 동거를 계속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28석인 바른미래당이 갈라설 경우 교섭단체에 부여하는 국고보조금이 크게 줄고 정당법상 분당사태가 발생할 시 남아있는 세력이 자산을 갖기 때문이다.

헌법상 정당 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가 보장되고 정당의 목적·조직·활동이 민주적인 정당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정당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받을 수 있다. 보조금의 목적은 정당의 경비지출의 증가추세에 따른 재정 압박을 완화해 정당의 원만한 기능을 보장하고 유능한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있다.

국고보조금의 종류인 경상보조금은 원내 20석 이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를 먼저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나눠 지급한다.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최근 선거의 득표율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총액의 2%를 지급한다. 모두 배분한 뒤 남은 금액 중 절반은 의석수 비율에 따라 각 정당에 지금하고 나머지 절반은 총선 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는다.

올해 1분기 국고보조금은 108억4305만 원으로 6개 정당이 나눠가졌다. 민주당 34억166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당 34억149만 원, 바른미래당 24억7118만 원, 정의당 6억7403만 원, 평화당 6억4176만 원, 민중당 2억3796만 원 순이다.

2분기 국고보조금 108억5138만 원은 민주당 34억1350만 원 한국당 34억582만 원, 바른미래당 24억6342만 원 정의당 6억8222만 원, 평화당 6억4142만 원, 민중당 2억3794만 원, 애국당 706만 원(0.06%) 순으로 받았다.

평균 24억 이상을 받는 바른미래당과 6억 이상을 받는 정의당은 교섭단체란 이유만으로 보조금이 4배 가까이 차이 난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보조금은 10억 가까이 차이 나지만 의원정수로 따져봤을 때는 바른미래당이 이익을 본 셈이다. 2월·5월·8월·11월의 15일에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은 앞으로 8월과 11월 그리고 다음 해 2월이 남았다.

하지만 다음 해 2월은 총선 공천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며 완전한 선거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때까지 바른미래당을 유지하지 않고 오는 11월을 마지막으로 교섭단체 국고보조금을 받고 결별 내지는 신당 창당 수순으로 들어간다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또 교섭단체는 발언자 비율을 정함에 있어서 표준이 되고, 상임위와 특별위의 위원은 교섭단체 소속의원수의 비율에 따라 의장이 선임함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대안 정당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원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교섭단체 지위를 놓지 않을 전망이다.

보조금 유지·안철수 복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추석 이후 본격적인 이합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가 추석 전까지 당 지지율 10%를 달성하지 못할 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상승곡선을 타지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창당주인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도 임박하고 있다. 지난 5월 독일에서 안 전 대표를 만나고온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시기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상식적으로 하지 않겠냐”며 여지를 남겼다. 비자와 관련한 입국에 대해서는 “비자 연장은 현지 대사관에서도 할 수 있다. 비자만료는 정계 복귀와 관계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계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의 복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당 내외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 전 대표가 비자 연장을 현지에서 해결한 뒤 손 대표 사퇴 등 국내 정치상황을 파악하고 오는 11월 전 정계에 복귀해 유승민 의원과 창당주 역할을 한다면, 바른미래당은 올해 마지막 교섭단체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손 대표 측근인 주대환 혁신위원장도 창당주들에게 밀려 전권을 행사하기 힘들어 그동안 주춤했던 퇴진파가 다시 힘을 얻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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