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은 ‘하한정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산하다. 때아닌 국회의원 보좌직원들의 ‘물갈이’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이 전문지식을 갖춘 보좌진 영입에 나서면서 떠나는 사람과 새로 발탁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17대 의원들의 보좌진 교체가 과거보다 훨씬 늘어난 점. 과거의 경우 의원보좌진은 주로 의원과 정치적으로 행보를 같이 해 왔거나 인맥으로 기용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일부 보좌직원의 경우 4대에 걸쳐 특정의원과 동고동락해온 사람도 있다. 하지만 17대 국회들어 보좌직원의 물갈이는 두드러지게 빨라지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이 초선인 데다, 대부분 정치적 경륜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이를 보완할 전문성을 갖춘 보좌진을 찾고 있다. 의원과 보좌직원들은 서로 몇 달 정도 함께 일해보다가 마음에 맞지 않으면 갈 길로 헤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국회사무처에서 작성한 ‘의원 보좌직원 임면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신규 임명된 보좌직원수는 243명이었다. 16대의 경우 국회의원 1년차 기간 동안 이루어진 신규 임명 보좌직원수는 100여명 안팎에 불과했다.

면직 중 승진임명 절반

국회의원 보좌직원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상 별정직 공무원이다. 이 법에 의하면 의원 1인당 임명할 수 있는 보좌직원은 최대 6명. 4급 상당 2명, 5급 상당 1명, 6급 상당 1명, 7급 상당 1명, 9급 상당 1명 등이다. 따라서 17대 국회의원 299명이 임명할 수 있는 보좌직원수는 최대 1,794명. 그러나 법적으로 보장된 보좌직원을 채우지 않는 의원도 있어 현재 재직중인 사람은 1,764명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별정직 공무원의 경우 일반직, 특정직, 기능직 등의 경력직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승진이나 강임, 전보등의 인사발령은 없다. 2005년 상반기 의원 보좌직원 임면현황 자료에서 주목할 부분은 면직과 신규 임명내역.(표 참조) 자료에 의하면 올들어 월별 면직자수는 1월 115명, 2월 53명, 3월 94명, 4월 64명, 5월 60명, 6월 93명 등으로, 월평균 80여명의 보좌직원들이 교체된 셈이다.

물론 교체되었다고 해서 전원이 의원회관을 떠난 것은 아니다. A의원의 보좌진으로 일하다가 B의원의 보좌진으로 의원실을 옮기거나 6급 보좌진에서 5급 보좌진으로 승진한자도 통계상 면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일부는 재취업된 경우가 많다. 이는 신규 임명된 보좌진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신규 임명 보좌직원 수는 지난 1월 64명, 2월 22명, 3월 30명, 4월 42명, 5월 43명, 6월 42명으로 면직자 수의 절반 수준인 40명 선이다. 따라서 면직된 보좌직원에 비해 신규로 발탁된 보좌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다른 의원에게로 자리를 옮긴 케이스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국회 의원회관 내에서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17대 보좌직원들의 이동이 심하다’는 농반진반 얘기들이 나돈다.

초선의원들이 많다보니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기 때문에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국회 안팎에서는 보좌직원도 ‘철새’시대를 방불케 한다는 얘기들이 있다. 국회 관계자는 “17대들어 보좌직원의 수명이 1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들이 오간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7대 국회 개원 후 보좌직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잡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 모 초선의원은 측근 보좌관을 내보낸 뒤 수 개월을 비서 한 명과 함께 의원회관을 지켰다. 율사 출신인 이 의원의 단독 업무 수행능력이 여러 명의 보좌직원들보다 앞섰다는 게 면직 이유였다. 열린우리당 모 초선의원은 보좌직원이 자신을 떠나 다른 의원실로 이동하려하자 직접 그의 이동을 가로막고 나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의원 ‘나홀로’ 품평회 후 낙마?

전문성을 가진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상임위 및 법안 발의의 경우 실무는 보좌직원들이 거의 대부분 챙긴다. 특히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얼굴마담은 의원이고, 실세는 보이지 않는 보좌관들’이란 우스갯소리도 오간다. 한나라당 초선의원을 보좌하고 있는 보좌관 B씨는 “실무자로서 의원의 의정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보좌직원의 입장은 녹록치 않다”면서 “특히 17대 국회에선 의원 개인의 만족도에 따라 보좌직원을 해임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한정국을 맞아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는 요즘 의원회관에선 잦은 보좌직원 교체로 부작용마저 빚어지고 있다. 피감기관과 잘 모르는 새 보좌직원이 국감자료 등을 요구하자 일부 공기업 등에서는 신원파악을 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열린우리당 재선의원의 한 보좌관은 “국감을 앞두고 담당 보좌직원과 피감기관이 첫 대면식을 치르고 있는 의원실도 많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