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심은 오륙도 앞바다의 유람선처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를 오가며 흔들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의원 다섯을 배출한 것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밀어 준 것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도 다 옛 일일 뿐이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수가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당 지지도는 여야가 역전된 지 오래 됐다. 부산은 여전히 야도(野都)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보수정치권에 기울어진 운동장인 부산 민심은 시소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며 정치적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최근 선거에서 여권이 연전연승하고 있지만 부산민심은 민주당을 ‘우리 당’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여전히 자한당에 미련을 두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여권은 다음 총선에서 한 석도 못 건지고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느끼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부산.경남의 케케묵은 숙원인 가덕신공항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권이 꺼내든 특단의 대책, 유일한 돌파구다. 가덕신공항은 처음 제안된 90년대 이후로 시들만 하면 다시 돋아나는 잡초처럼, 죽을 만하면 다시 살아나는 좀비처럼 부산.경남지역 민심을 달궈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검토를 지시한 바 있고,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동남권 관문공항’을 공약했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가덕신공항을 부산민심을 타오르게 만들 불쏘시개로 활용해 왔다. 이번에는 여당인 민주당이 가덕신공항을 총선에 활용해보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여권으로선 가덕신공항 말고 부산민심이 느끼는 ‘서운함’을 달랠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가덕신공항은 총선을 이륙시점으로 두고 서서히 엔진을 예열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부산민심을 돌려놓기 위해 가덕신공항을 띄우면서 김부겸 의원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남권신공항을 두고 가덕도를 미는 PK와 밀양을 미는 TK가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이 결정된다면 TK지역 총선전망에 결정타를 날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핵심부에서는 가덕신공항을 통해 PK를 얻고 김 의원과 TK를 버리는 상황을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김 의원이 자초했다. 설사 버려지는 카드가 된다고 해도 누구를 원망하기 앞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김 의원이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해서 대구시장이 되었다면 여권핵심이 감히 김 의원을 버리는 카드로 만들 수 있었을까? 김 의원이 지난해 8월의 전당대회에 나서 이해찬을 누르고 당 대표가 되었다면 가덕신공항이 좀비처럼 살아 날 수 있었을까? 어느 경우에든 가덕신공항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최근 가덕신공항을 반대하면서 TK논리를 옹호하고 있는데 이는 현명하지도 신중하지도 못한 처신이다. 김 의원은 우선 이런 궁지에 몰린 것이 본인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TK출신 지역구 의원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과감한 선택을 하면서 지지층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말게 아니라면 더 멀리 내다 볼 필요가 있다. 가덕신공항이라는 PK민심을 뒤흔들 벙커버스터에 맞선 김 의원의 선택은 김 의원에게 대권을 거머쥘 마지막 기회가 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다. 선택은 청와대가 아닌 김부겸의 몫이다. <이무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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