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월망지(見月望指)’라는 말이 있다. 달을 보라는데 황당하게 손가락만 본다는 말이다. 즉, 드러난 현상만 보지 말고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청와대가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입각설에 대한 검증 여부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음으로 인해 ‘조국 입각설’이 기정사실화 되자 다시 한번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돌려막기’와 ‘회전문’ 인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경제 라인’ 책임자 인사에서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을 역임한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경제수석으로 임명했고, 연초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에서 경질된 장하성 교수를 주중 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좋게 보면 시중 여론이나 평판에 흔들리기 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 이해도가 높은 인사 위주로 주요 요직에 기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인재풀의 한계 속에서 친정체제 강화 목적의 인사가 되풀이 되는 것으로 비춰지다 보니 이른바 ‘회전문 인사’ 또는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니다. 

지금 중용되는 인사들은 대부분 각자 맡은 분야에서 빼어난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분들이고, 한 번 중용한 측근은 큰 사고가 없다면 계속 중용하며 핵심 참모는 여러 자리를 돌려가며 기용하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용인술’이라고 아무리 항변해봐도 국민들에겐 그저 ‘돌려막기’가 본질이고 ‘회전문 인사’로 비춰질 뿐이다. 

과연 이게 달을 보라는 데 국민들이 어리석어 손가락만 보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차라리 “과거 대부분의 정권에서도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핵심 인사들의 회전문 인사는 많이 있었다”라고 변명하는 게 더 솔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론이 좌파에 장악됐다. 우리당이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 되고, 실수하면 크게 보도된다.” 최근 아들의 스펙 관련 발언이나 ‘엉덩이춤’ 논란과 관련해 비판적인 보도가 쏟아지는 언론에 대해 황교안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다.

각종 논란에 대해 한국당은 ‘돌발 행동’ 이었다거나 발언의 전체 취지를 봐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정당들과 많은 언론에서는 비판적인 논평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공정(公正)’의 이슈를 정면으로 건드린 스펙 관련 발언 논란의 본질은 과연 거짓말 여부였을까? 포털 사이트의 ‘좋아요’와 ‘화나요’의 비율이 약 2대 8 비율을 기록하고 댓글을 가장 많이 단 연령층이 50대와 40대인 것은 과연 왜 그럴까? 단순 해프닝으로 이야기하는 소위 ‘엉덩이’ 사건의 본질은 해프닝일까, 평소 성인지 감수성의 문제일까? 

무엇이 달이고 어디가 손가락인지, 무엇이 본질이고 어떤 게 현상인지 이젠 국민들도 헷갈릴 지경이다. 그러나 분명한 한가지는 아무리 모바일 미디어 시대에 길들여져 현상에만 집착하고 본질은 대충대충 바라보는 대중인 듯 보이지만, 그 대중들이 결코 본질을 모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본질을 꿰뚫고 있는 대중이 과연 달을 보라는데 바보처럼 손가락만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단 말인가? 말없는 대중은 스스로 이해하는 본질을 고스란히 표심으로 뿜어낼 뿐이다.  <서원대학교 교수 /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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