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근 CJ대표도 뛰어든 ‘흑당’이 뭐길래

지난 26일 타이거슈가 강남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주문하기 위해 줄 서고 있다.
지난 26일 타이거슈가 강남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주문하기 위해 줄 서고 있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음료업계가 이번엔 ‘흑당’에 빠졌다. 흑당은 사탕수수 즙을 검은 빛깔이 될 때까지 끓여 식힌 것으로 달콤한 맛을 낸다. 구창근 CJ대표도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커피빈, 공차, 빽다방 등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 등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흑당음료 출시에 나서면서 흑당 시장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달콤하고 짭짜름한 맛 ‘단짠단짠’의 열기가 식은 듯 보인다. 추구하는 입맛 또한 시대의 유행이 돼버린 요즘, 음료업계가 이번엔 ‘흑당’에 빠졌다. 흑당(Black Sugar)은 사탕수수 즙으로 만든 비 정제당으로, 흑설탕(갈색설탕, Brown Sugar)과는 전혀 다른 공정을 거친다. 설탕 과다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회적 우려가 만연한 만큼, 흑당은 설탕과 달리 비정제당이라는 점에서 소비자 마음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 벌이는 업체들

지난달 26일 강남역 골목 한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너도나도 앞 다퉈 줄을 서려는 이들과, 긴 줄을 생경한 듯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이들로 북적였다. 주문을 하려면 긴 줄 끝에 서야 했고, 주문한 음료를 받으려면 또 다른 긴 줄 끝에 서야 했다.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은 안다는 흑당 음료 대표 대만 브랜드 ‘타이거슈가’ 강남점의 모습이다.

타이거슈가는 흑당 버블티로 흑당 음료 열풍을 이끈 원조브랜드 중 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첫 매장을 오픈하고, 국내 진출 3개월 만에 강남, 용산, 명동, 대학로, 부산 등 6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타이거슈가 외에도 흑당 음료 대표 브랜드로 알려진 곳은 ‘흑화당’과 ‘더 앨리’ 등이다. 

특히 흑화당은 지난해 12월 국내 개점 이후 6개월 만에 가맹점을 전국 34곳으로 확대했다. 이 두 브랜드 역시 대만에서 출점한 브랜드로, 기존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비교할 때 매장 수는 월등히 적은 편이지만 SNS 등을 통한 입소문과 활발한 홍보로 흑당음료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CJ, SPC 등 국내 브랜드도 흑당 음료식품 출시 동참

대만 발 흑당음료 열풍은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공차, 빽다방, 오설록, 요거프레소, 토프레소, 더벤티 등 손꼽히는 메이저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열풍에 동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는 저마다 흑당을 원료로 한 ‘흑당버블티’ ‘흑당라떼’ 등 음료 레시피 개발출시에 나서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흑당라떼 출시에 따라 “흑당의 진한 풍미가 투썸플레이스의 두 가지 원두와 만나 각기 다른 조화를 이루는 만큼 트렌디한 재료에 즐거움을 더한 음료”라고 전했다.

흑당열풍이 불어든 것은 비단 음료 시장뿐만 아니다. 유통업계 또한 흑당 테마를 적용한 신제품 출시에 한창이다. 최근 SPC 삼립은 흑당을 활용한 빵 등 디저트 출시에 나섰다. 해태는 대표제품인 ‘맛동산’에 흑당을 첨가한 ‘맛동산 흑당쇼콜라’를, 삼양은 대표제품인 ‘짱구’에 흑당을 첨가한 ‘흑당짱구’를 출시하기도 했다.

식음료 업계가 흑당 제품 개발판매에 한창인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우유의 부드러움과 당 성분으로 인한 단맛, 독특한 비주얼이 이색적이라는 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흑설탕 맛에 흑당음료의 근원지인 대만 현지보다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한 흑당음료 판매점을 방문한 최준희(23세, 중구) 씨는 “2년 전 대만에 갔을 때 흑당 버블티를 맛본 적 있는데, 해당 업체가 국내 입점해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이 좋았다”면서도 “사실 1시간 정도 기다리면서까지 먹을 만큼 특별한 것 같지는 않은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크고 작은 카페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흑당음료 판매에 나서는 게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화려한 비주얼로 ‘입소문’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 찾아든 흑당 열풍을 두고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했다. 그 중에서도  ‘SNS 활용에 좋은 비주얼’을 주요 인기요인으로 손꼽기도 했다. 실제로 ‘흑당’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자 인스타그램에만 업로드 된 관련 게시물이 약 80만 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6월 27일 기준). 일부 흑당 음료 판매 업체들은 주문한 음료를 찍어 올리기 위한 장소인 자체 포토존까지 설치해 운영에 나서고 있었다. 이를 통해 각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직접 포토존에서 주문한 음료를 촬영해 개인 SNS에 업로드 했다.

이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진행하는 만큼 큰 홍보 효과로 직결된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맛집은 ‘입소문’을 통해야 하는 것처럼, 이제는 SNS를 통해 정보를 얻는 이들이 증가한 만큼 이 방식이 흑당열풍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만일본 등 해외 여행객↑원인…해외 인기메뉴 도입多

이 외에도 대만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점도 흑당 열풍의 또 다른 원인으로 손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총 101만9122명. 지난 2010년에만 해도 21만6901명에 불과했지만 8년 사이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최근 몇 년 간 ‘여행하는 삶’이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저비용 항공사의 등장으로 대만은 저렴하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로 각광받아 왔다. 여기에 20대~40대가 음료식품 등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층인 만큼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현지에서 한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는 하나의 ‘검증된 사례’로 여겨져 국내로 입점되는 경우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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