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관리단 vs 지주회 대립…“새우(상인) 등만 터진다”

지난 17일 굿모닝시티 지주회는 “묻지마식 단체입점은 유령상가 된다”며 상가관리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지난 17일 굿모닝시티 지주회는 “묻지마식 단체입점은 유령상가 된다”며 상가관리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상가, 업무시설, 오피스텔로 구성된 집합건물에서 관리권을 두고 법적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가 공실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등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이해관계에 얽힌 이들의 신경은 한층 더 날카로워진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지난 1312호 - ‘경기침체로 텅 빈 상가, 건물주도 상인도 울상’ 제하의 기사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한 상가의 분쟁 사례를 소개한다.

갈수록 손님이 줄어 고민인 동대문 소재 패션상가 굿모닝시티 임대를 희망하는 임차인의 문의도 감소세다. 입점하지 않은 점포는 ‘텅’ 비었다. 이를 두고 상가관리단과 상가 분양주(지주회)는 공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에 빠졌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상가관리단과 지주회의 분쟁, 즉 ‘집안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17일 상가 앞에는 시위 팻말이 걸렸다. 상가관리단이 상가 활성화를 위해 공실 내 입점을 추진하자 일부 지주회의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상가관리단-지주회 분쟁으로 ‘시끌벅적’

해당 상가는 3200여 명의 분양주와 임대인으로 나뉘는데, 분양주는 분양권이나 경매 등을 통해 분양구좌를 확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임차인에게 임대료 등을 받는다. 하지만 입점을 희망하는 임차인이 부족하자 일부 분양주는 이를 공실로 방치한 것이다.

상가관리단은 “패션 상가에 공실이 있다는 것은 미관상 좋지 않은 데다가, 이는 우리 상가를 찾는 방문객 수를 더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훗날 더 안 좋은 상황이 될까 봐 우려된다”며 “임대료를 받지 않더라도 우선 입점해 상가 경제를 살린 후, 후속적인 대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일부 분양주는 상가 번영보다 자신의 체납된 관리비 등을 무마하고, 상가관리단 교체 목적의 ‘상가정치’ 떼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주회는 “‘묻지마식’ 단체입점은 관리비와 임대료 체납만 누적시키고 도리어 유령상가가 되는 길”이라며 (투자자로서 임대료도 못 받는 상황에서)차라리 공실로 두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어 시위를 통해 “사기와도 같은 관리비 부과 방식을 척결하고, 상가관리단 회장이 창고 등 공유재산 임대수익금을 돌려주지도 않고 횡령했으므로 사임해야 한다”며 “집합건물법을 부인하고 관리권을 포기한 채 쇼핑몰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집합건물법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상가 내 입점 상인은 한숨만

이번 분쟁을 두고 이를 본 상가 내 상인들은 한숨만 내쉰다. 해당 상가는 이미 지난 2003년 분양사기로 많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혀 법정관리 절차를 거쳤던 만큼, 분쟁 악몽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해당 상가에 입점한 이모씨(50)는 “퇴직금 등으로 투자한 투자자들도 있는 만큼 어떤 이익도 받지 못해 억울함은 알지만, 공실이 많아 상가를 찾는 방문객들이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아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공실을 줄여 많은 점포가 입점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 우리 상가 자체가 활성화해 모두가 잘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A상가의 ‘말썽’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에는 상가 내 영화관이 단전돼 영화 상영이 중단되는 소동도 있었다. 당시에도 집합건물 구분소유자들의 법적 분쟁으로 인해 관리비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기료를 납부하지 못해 발생한 사태로 알려져 있다. 당시 한국전력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전기요금 체납이 반복적으로 이어졌고, 미납 요금 보증금 설정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방문객 또한 곱지 않은 시선이다. 해당 상가를 방문한 최모씨(31, 강동구)는 “쇼핑하기 위해 찾아온 건물 앞에서 시위 현장을 보면 해당 상가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며 “건물 앞 무대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등 활력 넘치던 때와는 달리 한산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가 분쟁, 원인은 ‘이해 관계’

이 같은 분쟁은 비단 굿모닝시티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가, 업무시설, 오피스텔로 구성된 집합건물에서 관리권을 두고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굿모닝시티와 마찬가지로 대개 집합건물법에 따라 여러 구분소유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분쟁 소지를 완전히 피해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아파트나 대형상가 등의 집합건물은 여러 구분소유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치판과 많이 닮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해 집합건물 관리비 장부를 작성·보관, 공개하고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기 위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집합건물법은 빌라, 연립주택,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건물 등 한 동의 건물이 여러 개의 부분으로 구조상·이용상 독립돼 사용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률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56만 개 동의 집합건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호연 기자 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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