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인간적으로 사이 안 좋아”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뉴시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이 지난 24일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 출연했다. 장 원장은 이른바 ‘재야의 대부’다. 민주화 투쟁과 노동 운동을 했다는 사람치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는 민청학련사건, 김대중내란음모사건, 중부지역당사건 등으로 9번이나 수감됐다. 민주화 투쟁의 산증인이지만 스스로 그 경력을 앞세우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인간적으로 훌륭한 면 많았다. 국정 운영 총체적 실패”

“자살 안 했으면 폐기처분, 국민적 동정심으로 부활”

 

조선일보는 지난달 3일 장기표 원장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장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학생 데모를 잠깐 했을 뿐이지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 아니다. 그를 인권 변호사로 포장하는데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노빠’의 아바타”, “박근혜에게는 최순실이 한 명이지만 앞으로 문재인에게는 최순실이 열 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은 지난달 24일 장 원장을 만나 발언 배경과 함께 그에게 국내 정치 현안 그리고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노벨평화상 받은 김대중

“대한민국 경제 미국에 팔았다”

 

장기표 원장은 방송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종진 앵커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글을 봤다”며 장 원장에게 그런 글을 쓴 이유를 물었다.

장 원장은 “이(김대중 전 대통령)분이 IMF를 빙자해 노벨평화상 받기 위해 대한민국 경제를 미국에 팔아 넘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평화상을 받으려면 두 군데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라며 “하나는 미국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으려면 남북관계가 좋아지든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남북관계가 좋아지려면 미국이 협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다음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도움이 필요하다. 만나도 줘야 하고 긴장도 완화하는 평화가 정착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장 원장은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IMF가 들어왔고 그들의 요구대로 나라가 끌려갔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IMF가 우리나라에 요구했던 조건들이다.

장 원장은 “IMF는 미국이 주도하는 거다. 미국의 앞잡이다”라며 “(그들은) 5개 항을 요구했다. 시장개방, 금융개혁, 재벌개혁, 재정긴축이다. 이런 게 전부 다 대한민국 경제를 망하게 하고 미국에게 이로운 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정긴축이 아니라 재정을 풀어야 한다. 바보짓이다. 재정긴축을 하면 할수록 기업이 어려워진다”라며 “(그래서) 현대재벌, 대우재벌이 넘어간 거 아니냐. 금융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은행과 제일은행도 없앴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장 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IMF를 빙자한 한국경제 파탄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시 실정을 지적하기 위해 장 원장은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구국선언’ ‘대통령님 나라 팔리는 소리가 들립니다’라는 책 두 권도 썼다.

PC통신 하이텔과 천리안에도 ‘노벨상 욕심 때문에 나라가 망하겠다’ 등의 글을 썼지만 결국 돌아온 건 김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난이었다고 회고했다.

사실 장 원장은 정치인 김대중이 대통령이 돼야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야말로 저를 굉장히 좋아하고 아꼈고 함께하자고 굉장히 많이 말한 분”이라며 “밥을 얼마나 많이 얻어먹은 줄 모른다”고 말했다.

또 “호남 출신이 하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지역감정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라며 “지역감정 해소야말로 국가적 과제고 최대 정치적 과제 아니냐. 김대중 씨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굉장히 많이 도왔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

“외환 관리 못한 바보”

 

장기표 원장은 IMF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당시 IMF의 원인에 대해 “하나는 김영삼 정부의 외환관리가 바보였다. 더 중요한 원인은 한보사태와 기아사태 때문이다”라며 “(결국) 한보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아는 하나의 자동차 산업인 것 같지만 그 외형으로 보면 대한민국 재벌기업 중에 8번째였다. 이게 부도가 났다”며 “그때 기아를 삼성자동차에 넘겼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장 원장은 “어차피 기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이 인수한다면 인수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는 곳은) 삼성밖에 없었다. 삼성이 인수했으면 기아사태가 조기에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원장은 “(당시) 호남 재벌을 마치 영남 정권이 영남에 넘기려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기아 살리기 국민운동을 했다. (결국) 못 넘기게 했다”며 아쉬워 했다.

당시 기아사태는 김영삼 정부 내에 해결되지 못하고 김대중 정부로 넘어갔다. 결국 기아는 삼성 대신 현대로 넘어갔다.

장 원장은 “기아의 당시 부채가 10조 5천억 원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이것을 현대에다 넘겼다. 넘길 때 9조 4천억 원을 탕감해 줬다”며 “기업 부실이 심하더라도 10조 5천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는데 1조 천억 원 가치만 쳐줬다. 엄청난 특혜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장 원장은 “그래서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돈 보낼 때 그 돈(대북 송금)을 현대에서 받아서 냈다”고 주장했다.

장기표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거부하지 않은 것을 예로 들며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싫어했다”고 말했다.

박종진 앵커가 왜 싫어했는지를 묻자 그는 “근본적으로 인간적으로 사이가 안 좋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사람 취급 안 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을 사람 취급 안 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장 원장은 그 증거로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됐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권노감, 한화갑, 김옥두, 박지원 등이 캠프에 합류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했다.

한편 장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으로 훌륭한 면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 안 했으면 노무현 대통령은 폐기처분됐다. 자살에 대한 국민적 동정심에 힘입어 부활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까지 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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