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집합상가 건물에서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A씨의 가게는 과거 임차인들이 호프집과 커피숍 등이 운영되던 곳이었다. A씨는 B씨로부터 가게를 임차한 후 천장에 달렸던 매립형 조명을 철거하고 전기레일 및 조명 교체를 하였다. A씨가 가게문을 열려고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천정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불이 나기 시작하였다. 불은 순식간에 크게 번지면서 손쓸 틈도 없이 A씨 가게 전체에 옮겨 붙었고, 벽이 모두 가연성이 강한 재질로 되어 있어 바로 이웃 가게들에 연소해서 옮겨 붙으면서 상가 건물 전체가 전소되어 버렸다. 불이 나기 며칠 전 건물 주인 B씨는 고양소방서의 지적에 따라 자동확산소화기 및 경보시설을 설치하였지만 정작 화재발생 시 이 시설들은 작동하지 않았기에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지 못하였다. 이 경우 A씨가 화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될까?

보통 집합건물이나 붙어 있는 연속적 건물의 경우에 화재가 발생하면 그 불이 옆으로 옮겨 붙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소방서에서 현장을 감식하여 화재현장조사서를 작성하는데 정확한 발화지점과 화재원인을 기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건물이 전소된 경우 발화지점은 육안으로 식별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화재원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소방서에서 화재원인을 분석할 때 현장의 흔적은 물론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하는데 이 사례의 경우는 전기적 원인에 기인된 화재일 가능성이 크다. 때로는 전기적 원인에 의한 화재일 경우 실제 발화지점과 결과적으로 전소된 공간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발화지점에는 인화성 물질이 없는데 옆 건물에 인화성 물질이 산적한 있는 경우 순식간에 불은 옮겨 붙이 옆 건물이 전소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방서에도 발화지점을 잘못 판단하여 옆 건물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되기도 한다.

한편 화재에 대한 책임론으로 들어가 살펴보면,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공용부분과 전용부분으로 나뉜다. 전용부분에서 화재가 나는 경우는 통상 세입자에게 책임이 있고, 공용부분에서 화재가 나는 경우는 건물주에게 책임이 있다. 이 사건과 같이 천정이나 그 외 중간격벽, 외벽, 복도, 계단 등은 집합건물의 구조상 구분 소유자의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부분으로서, 건물 전체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분이므로 공용부분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32272 판결 , 대법원 1996. 9. 10. 선고 94다50380 판결 참조). 그리고 공용부분에 설치된 전선의 관리책임은 원칙적으로 이를 설치한 건물 소유자에게 있다(대법원 1982. 5. 25. 선고 81다1168, 81다카899 판결,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다카880 판결 등 참조). 

한편 민법 제758조 제1항 소정의 공작물 점유자라 함은 공작물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그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공작물을 보수·관리할 권한 및 책임이 있는 자이다(대법원 2000. 4. 21. 선고 2000다38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제1차적으로 공작물의 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공작물의 소유자는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 비로소 제2차적으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작물의 임차인인 직접점유자나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소유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40560 판결 등 참조). 

위 대법원판례는 결국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체결되는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차인이 그 건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종국적으로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상의 채무에 해당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즉 주택 기타 건물 또는 그 일부의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목적물을 인도받아 점유·용익하고 있는 동안에 목적물이 화재로 멸실된 경우, 그 화재가 건물소유자 측이 설치하여 건물구조의 일부를 이루는 전기배선과 같이 임대인이 지배 · 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 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는 것이다(대법원 2009. 5.28.선고 2009다13170판결).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이 사건 화재는 임차인이 배전시설에 대해 달리 시설을 하였거나 기존의 것을 수리하는 등 가감한 흔적이 없다면 건물의 소유자이자 임대인이 안전한 배전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발생한 화재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 이 사건은 필자가 임차인을 대리하여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사례이다(서울고등법원 2018. 12.12.선고 2017나2068296 판결). 소송에서 임대인측은 임차인이 천장에 전기시설을 교체하거나 수리한 흔적이 있다고 치열하게 다투었다. 하지만 임차인이 홀 천장에 설치된 매립형 조명을 철거하고 전기레일 및 조명교체 공사를 한 적이 있을 뿐, 더 나아가 위 점포의 주방 반자 내 전기배선까지 공사한 증거가 없고, 임차인이 그러한 배전공사를 할 이유가 없었다는 이유로 임대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대인은 그 후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이내 상고를 포기하여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임차인은 위 사건을 승소함으로써 임대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음은 물론 불이 붙어 전소된 이웃 임차인들로부터도 거액의 소송을 당하지 않게 되어 일거양득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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