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는 약자도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극단적으로 증명한 사례들 중 하나다.
그는 ‘정면승부’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를 뒤집기 위해 충격요법, 상대에 따른 맞춤전술, 상식을 넘는 극약처방 등의 전략을 썼다.
김병지를 골키퍼에 기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운재를 선택하는가 하면, 수비형 미드필더인 박지성을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카드는 충격이 없다는 게 히딩크 용병술의 기본이었던 것이다.
히딩크의 충격요법은 적중했다. 이운재는 월드컵 내내 한국 골문을 철통같이 지켜냈다. 특히 스페인과의 8강 승부차기에서 한 방을 막아내 한국의 4강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박지성 역시 포르투갈 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일약 ‘강호킬러’가 됐다. 
상대에 따른 맞춤전술은 포르투갈전, 이탈리아전에서 상대 팀에 따라 우리 선수들의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전술로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특히 이탈리와의 16강전에서는 교체선수로 들어간 3명을 모두 공격수로 전환해 5명이 공격하는 극약처방 카드를 쓰기도 했다. 덕분에 체력이 떨어진 이탈리아 수비진을 차두리와 이천수의 스피드로 교란할 수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전선 12척으로 113척의 일본군과 싸워 승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은 세계 해군전쟁사에 길이 남을 쾌거였다.
여기서도 정면돌파가 아닌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전술이 사용됐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필살기가 있었다. 단 10여척으로는 적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백성들의 피란선 100여척을 이용하기로 했다. 전선 10여척을 앞에 두고 그 뒤에 피란선을 죽 늘어놓았다. 일본군에게 마치 100여척이 넘는 전선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또 조류의 방향을 이용해 소수의 전선이 활동하는 조선 수군에 비해 많은 전선을 거느리고 있는 왜군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만드는 전략을 펼쳐 일본 수군의 대오를 붕괴시켰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허장성세(虛張聲勢) 전법과 절묘한 유인작전 등으로 대첩을 일궈낸 것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길 때 흔히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표현을 쓴다. 12세 정도의 소년이었던 다윗은 한낱 목동에 지나지 않은데다 무기라고는 물맷돌이 전부였다. 반면, 상대인 골리앗은 거대하고 강한 거인에 경험 많은 전사였고, 번쩍번쩍 빛나는 갑옷에 최신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글자 그대로 시작부터 ‘불공정 싸움’이었다. 그런데도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쳤다. 다윗은 도대체 어떻게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일까?
성경적 해석과 과학적 해석이 존재하지만, 공통분모는 다윗이 골리앗과의 ‘육박전’을 피하고 ‘포병전’을 펼쳤기에 이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즉, 골리앗은 다윗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갑옷을 입은 채 창과 방패로 보병전을 할 줄 알았다. 다윗이 갑옷을 입지 않은 채 물맷돌로 자신을 공격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목동으로 있으면서 다윗은 양을 지키기 위해 온갖 맹수들을 물맷돌로 퇴치하면서 실력을 쌓아온 터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골리앗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두 눈 사이 정중앙을 물맷돌로 정확히 맞히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약자로 보인 다윗이 강자로 여겨졌던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그의 뛰어난 지략과 한 치의 실수 없이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물맷돌 투척 실력 덕분이었다.
졸지에 약자가 된 자유한국당이 강자인 더불어민주당을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내놓을 회심의 카드가 무엇인지 ‘안 봐도 비디오’인데도 한국당은 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이 연신 헛발질을 하는데도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도 못한다. 민주당이 약자일 때 했던 수법을 답습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되레 자신들이 헛발질을 하고 있다. 게다가 당의 수장이라는 사람은 참으로 해괴한 궤변을 늘어놓으며 상처 난 국민들의 마음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지금 한국당은 피해자 코스프레에 몰두할 게 아니라 히딩크, 이순신, 다윗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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