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의 임시국회가 한창이다. 2주전 본란이 지적 했던 대로 역시 민생법안, 개혁법안 처리는 물 건너간 형국이다. 청와대가 최악의 개각 시점을 선택한 분출효과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 일정이 신임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발목이 꽉 잡히면서 민주당 분위기가 희색이 만면해졌다.

왜 안 그럴 것인가. 장관 인사 청문회라는 호재를 만나지 못했으면 민주당이 또 한 번 외로운 물리적 힘겨루기를 해야 할 판 아니었던가. 그런 것이 민주당이 의외의 국회 무풍지대를 맛보고 있으니 좀은 겸연쩍다는 생각이 들것 같다. 경제 살리기의 개혁 법안은 밀려있는데 민주당의 거부로 소관 상임위가 겉도는 마당이니 뭔가 체면 세울 일이 없을까를 고민도 해봤을 것이다.

그런 속에 거대여당의 풍모로 한때 속도전을 외쳤던 한나라당은 지도부의 균열과 전략 미숙으로 아무 짓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 전 사회가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시달리며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터에 국회의원 자신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경제 위기와 상관없으니 국민 고통이 여실하게 느껴질리 없다. 성과 없는 ‘MB악법 저지’ 장외 투쟁에 어색해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럴 때 세비 10%를 반납하여 민심을 한번 움직여 보겠다는 연구를 했다.

민주당 의원 82명 가운데 절반정도 의원들이 한 달에 90여만원씩 내서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 민주당 의원들 그동안 국회에 쏟아진 비난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만원짜리 한 장 세비도 아깝다는 민심 주소이다. 얼마 전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의원 정수를 30% 줄이자는 제안이 그 실현성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갈채를 받았다.

이런 국민들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라면 너무 속 보인다. 방법 순서 모두 틀렸다. 세비는 의정활동을 위해 주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해서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했거나 소홀히 했다고 판단되면 세비는 10%가 아니라 전액 반납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다. 자신의 무능력과 불가항력을 느낄 때 의원직을 걸고 깨끗하게 고백하는 용기는 이 나라 정치 풍토를 일거에 바로잡을 영웅적 결단일 것이다.

선수(選數)와 상관없이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는 예산 심의 및 결산을 철저히 잘하여 국민세금의 누수를 막을 책임이 막중하게 있다. 또 법안 심의에 성실히 임해서 국민 권익을 보호해야할 엄한 임무가 부여돼있다. 이에 충실한 국회를 미워할 국민이 없다. 오히려 세비를 올려주라는 여론이 일어날 만하다. 민주당이 이 시점에 진심으로 국민과 고통을 나누는 방법은 10% 세비 반납이 아니다.

장외 투쟁을 버리고 국회 안에서 국민이 바라는 민생법안 심의 처리를 위해 성실히 임해야 한다. 진정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생각이 있으면 이런 시기에 사재를 터는 멋진 지도력을 보여야 만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세비는 아껴서 불우한 사람을 도우는 돈으로 쓰여질 성격이 못된다. 반드시 세비는 쓰여야 할 곳이 따로 있는 돈이라는 사실에 착오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국회가 더는 국민들 미운털이 박혀서는 큰일이다. 본디 미운 눈엔 밉게만 보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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