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의 영웅이고 창군 이래 가장 존경받는 군인들 중 하나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지난 6월21일 언론 인터뷰에서 군 간부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올해 99세인 노병(老兵)은 “군의 주요 간부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각자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군의 주요 간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북유화책 코드에 맞추기 위해 군인으로서 “각자의 자리”를 일탈한다는 경고였다. 또한 전직 국방부 장관과 예비역 장성 450여명도 지난 1월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 출범식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문재인 정부는 공산정권 북한과 민족공조라는 미명하에...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군이 대북 유화책에 취해 안보정신이 흐려진 작태는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6월15일 삼척항 부두에 정박할 때 까지 까맣게 몰랐던 데서도 드러났다. 군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경계 소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북한 어선의 삼척항 입항 과정에 대해 왜곡 발표까지 했다. 그밖에도 국방부는 북한이 지난 5월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도 두 달이 다 되도록 미사일의 정체가 탄도 미사일인지 뭔지 모르겠다며 계속 “분석중”이라고 미뤘다. 탄도 미사일이라고 밝힐 경우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대북 유화책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국방부는 며칠이면 충분히 분석할 수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달을 보면서도 달이라고 말을 못하는 거나 다름없다.

군의 대북 유화책 코드 맞추기는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주적’이라는 대목을 삭제했다는 데서도 나타 탔다. 한국정치학회는 국방부의 용역을 받고 ‘장병 정신교육 교재’ 보고서를 7개월에 걸쳐 연구해 작년에 국방부에 보고했다. 이 정치학회 용역 보고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올해 초 국방부는 ‘주적’을 빼버렸다. 이것 또한 대통령의 친북유화책 코드에 맞추기 위한 군인 본연의 ‘자리’ 일탈이었다. 

 그런가하면 국방부 군사편찬위원회는 북한으로 월북한 김원봉을 창군 역사에 기여한 공로자로 그의 이름을 세 차례나 언급한 국방부 홈페이지 개편안을 작년에 제시했다. 정신 나간 개편안이었다. 김은 월북해 김일성 공산 독재정권 수립 초기 장관급 요직을 두 차례나 맡았다. 남파 요원에게는 “대한민국 정부를 파괴*전복하고 인민공화국을 수립하도록 투쟁하라”고 지령을 내린 대한민국 파괴 핵심 공산분자였다. 군사편찬위가 김을 대한민국 창군 역사에 기여한 자로 올리려는 개편안 시도 또한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기 위한 역사 왜곡이었다. 
 

심지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이상한 말을 했다. 그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와 관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일부 우리가 이해를 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가야 한다.”고 올 1월 공언했다. 정 장관이 천안함 폭침을 “이해”하자는 말은 그가 5000만의 안보를 책임진 국방부장관인지 의심케 한다. 대통령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60만 국군 장병들의 안보의식을 혼탁케 한 이적 언어였다. 

 그에 반해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장관직을 사임했다. 그는 해병대 대장 출신으로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하자 국익에 반한다며  항의,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정 장관은 매티스와 같이 공군 대장 출신 군인이면서도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국방백서에서 ‘주적’을 뺐고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만행도 “이해”한다고 굽혔다. 정 장관은 미국의 매티스와는 달리 장관 자리 보존을 위해 군인답지 않게 대통령 코드에 맞춰 춤을 춘 격이다. 예비역 대장 정경두는 백선엽 노병의 경고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군인으로서 ”자리를 지켜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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